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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서 촉발된 미국 경제위기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소비 축소가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감원으로 이어지고, 고용불안은 다시 소비 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굳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신용카드 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가 재무부 산하 구제금융프로그램(TARP)에 35억 달러 가량의 국고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올들어 아멕스 주가는 57%가 하락했다. 아멕스는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위해 ‘상업은행’으로 업종변경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 마스터카드 등의 대형 카드회사들은 TARP의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소비축소로 인한 타격이 커지면 아멕스처럼 상업은행으로 신고를 하고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ARP는 재무부가 의회의 승인을 얻어 구제금융 예산으로 책정한 7000억달러 중 2500억 달러를 우선 지원액으로 정하고 금융회사들의 지원신청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당국은 52개 기업에 1720억 달러를 내주기로 승인했는데, 이 중에는 캐피털원 파이낸셜그룹 같은 신용카드회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 23개 금융회사가 46억달러를 더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오는 14일 첫 신청 마감을 앞두고 기업들의 구제요청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WSJ은 “아멕스의 위기는 미국에서 가장 돈을 잘 쓰는 사람들까지도 지갑을 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비 침체는 이제 금융위기를 넘어 미국 경제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국의 금융 구조 노력에 힘입어 월가의 위기가 가까스로 진정 기미를 보이자 소비 심리의 위축이 이슈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3분기 미국 내 신차 판매는 32%나 줄어들었다. 내년도 소비지출은 1980년 이후 최초로 감소세로 돌아서, 4000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내년 소비지출은 1942년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불황은 1990년대나 2000년대 초 불황 수준을 넘어 ‘2차 대전 이후 최대 불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밥 브루스카는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소비 축소-산업생산 감소-감원 확대-소비 축소’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경기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감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 침체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 7일 발표된 10월 미국 실업률은 6.5%로, 94년2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전제품 유통업체 서킷시티의 파산신청과 자동차회사 제네럴모터스(GM)의 위기 등이 겹치면서, 감원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언론들은 구제금융보다도 실업문제 해소가 차기 대통령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가계 소득 증가세는 점점 둔해지고 있다. 내년도 가계소득 증가율은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인들은 그나마 증가한 소득분도 가계 부채를 갚거나 연금을 넣는데 쓸 것이기 때문에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경제가 선순환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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