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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시대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있지만,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퇴임을 유독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코미디언들이랍니다. 로이터통신은 10일 “코미디의 단골 소재였던 부시가 떠나고 진지하기 그지없는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취임하게 되면 코미디 소재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며 코미디언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잦은 말 실수에 다소 ‘멍청한’ 이미지인 부시는 집권기간 8년 동안 코미디언들이 가장 선호했던 놀림감이었습니다. 부시는 철자법을 틀리거나 지명·인명·연도를 수시로 잘못 말해 큰 행사 때마다 구설수에 올랐지요.
하지만 지적이고 신중한 오바마는 좀체로 실수를 하지 않는 캐릭터... 우스갯소리도 별로 하지 않는다는군요. 오바마는 선거 전 공화당 존 매케인 대선후부와 함께 참석한 만찬장에서 ‘농담을 잘 못하는 것’을 자신의 흠으로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CBS 심야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은 “매주 ‘대통령의 대단한 연설’ 코너를 만들어 부시의 실수를 비꼬았는데 이젠 소재가 없어졌다”며 아쉬워했습니다. 시라큐스대 방송·대중문화 교수 로버트 톰슨은 “새 대통령들에게는 코미디언들에게는 악몽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부시도 오바마가 “농담하기 어려운 상대”라고 투덜거린 바 있습니다. 부시는 2006년 만찬장에서 오바마에게 “오바마 상원의원, 당신한테 농담도 좀 하고 싶은데 그러면 꼭 교황에게 농담을 하는 기분이 될 것 같소”라고 말했었다네요.
진지한 대통령 대신, 코미디언들은 장광설에 말 실수가 많은 조지프 바이든 차기 부통령을 ‘밥’으로 삼을 공산이 큽니다. NBC 투나잇쇼의 제이 르노는 “코미디언 입장에서 오바마는 확실히 ‘좋은 상대’는 아니다”라면서 “그래서 신은 우리에게 바이든을 내려주셨다”고 말했습니다.
흑인 코미디언들은 인종주의 논란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오바마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을 즐겁게 다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흑인 코미디언 트레이시 모건은 “흑인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퀴니피액 대학 미디어 교수 리엄 오브라이언은 “아무리 진지한 오바마라도 취임 뒤에는 어떤 언행을 보여줄지 모르니 즐겁게 기다려보자”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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