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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부시의 일방주의’ 흔적 지운다

딸기21 2008. 11. 1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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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측이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 내 ‘테러리스트 수용소’를 폐쇄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관타나모를 시작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의 흔적을 지우고 미국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조치들이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라크 철군과 환경·기후변화 관련 공약 등은 복잡한 절차와 논란거리들을 안고 있어 당초 예상보다는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CNN방송은 10일 오바마의 수석보좌관 데니스 맥도너의 말을 인용해 “정권인수팀이 이미 관타나모 수용소를 처리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잡아온 ‘테러용의자’ 255명이 수감돼 있습니다. 2002년 초 문을 연 이래로 이 시설은 미국의 대테러전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탄압과 불법행위의 상징이 돼 왔지요. 유엔도 이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촉구했었습니다. 


경제위기 때문에 정신 없을 오바마팀이 관타나모 문제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이런 상징성 때문입니다. 오바마는 대선 직전인 지난달 31일에도 “관타나모 수용소는 가능한한 빨리 닫아버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수용 인원이 적지 않은데다 법적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 부시 행정부는 국외 임대지인 관타나모에 수용소와 특별군사법정을 설치해 미국 법에 의거하지 않은 이상한 ‘전범재판’을 진행시켜왔습니다. 이미 연방대법원이 부시 행정부 조치에 위법 판결을 내린 적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법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꼬일 수 있습니다.
오바마 측은 아예 별도의 조사기구와 특별법정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또 취임 전에라도 고문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바마는 “취임 뒤 16개월 내 이라크 주둔군을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했었습니다. 


이미 이라크 미군의 주력 부대인 101공수사단은 예정보다 2개월 앞당겨 철수를 시작했습니다. 레이먼드 오디어노 미군 사령관도 “이라크에 병사를 15만명이나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었고요. 


그러나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군 소식통들을 빌어 “아무리 철수를 빨리 한다 해도 ‘16개월 내 철군’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둔군 설비와 무기들을 정비하고 빼내는 데에만 해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바마가 약속한 2010년 중반 이후에도 상당기간 철수 작업이 계속돼야 할 것으로 타임은 내다봤습니다.


오바마는 이란, 시리아, 북한 등과도 대화를 하겠다고 했었지요. 하지만 적대 국가들과의 대화는 한참 기다려야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잭 프리처드 전 미 국무부 대북특사는 10일 “새 정부는 경제 문제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란·시리아 문제도 후순위로 밀릴 공산이 크지요.


부시대통령은 의회가 내놓은 줄기세포 연구 지원법안을 이례적으로 거부권까지 행사해가며 부결시켰습니다.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 기금을 지원하는 문제는 그 자체로는 전쟁이나 테러 같은 핫이슈는 아니지만 공화당 보수파와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내세워온 생명·낙태반대 주장과 맞물려 관심거리가 돼왔습니다. 줄기세포 연구 지원은 이른 시일 내 될 것 같네요. 공화당에서도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거든요. 


존 포데스타 정권인수위 공동위원장은 이미 줄기세포 연구지원 금지나 해안 유전 시추 확대 같은 부시행정부 조치들은 뒤바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환경문제...에서라면, 부시는 그야말로 '온 세상과 거꾸로' 갔었지요.

부시행정부는 에너지 기업들의 막대한 이익을 환수하자는 의회 요구를 거절하고 자동차·에너지 회사에 대한 환경 규제를 풀었으며, 연방환경청(EPA)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권한도 줄여버렸습니다. 교토행정서 비준을 거부한 것은 물론이고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었지요. 


미국이 세계에 ‘탈 일방주의’ 노선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면 기후변화협약을 비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보스턴글로브는 “세계는 오바마의 기후변화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친환경 ‘녹색 경제(그린 이코노미)’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오바마의 지론이기도 합니다. 오바마는 주요8개국(G8)에 브라질, 중국, 인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에너지 포럼’을 만들자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새 정부는 기후변화협약 체제에도 적극 참여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빌 클린턴 행정부도 결국 교토의정서 비준을 포기한 전례가 있습니다. 경제위기 속에서 오바마가 환경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가 관심거리입니다. 교토의정서를 거부한채 ‘녹색 성장’을 외친다면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반대로 규제를 강화한다면 기업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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