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는 헤지펀드·사모펀드 등의 고삐를 죄기 위한 법안을 만들 것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정, 통과시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23일 보도했다. 현 EU 시스템에서 유럽의회는 독자적인 입법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대신 집행위원회에 입법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다. 의원들은 헤지펀드, 사모펀드들이 당국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은 채 고위험 고수익 투자대상들을 옮겨다니며 시장을 교란시킨다고 주장했다. ▲헤지펀드·사모펀드에도 은행과 증권회사와 마찬가지로 금융규제법규들을 적용할 것 ▲대부업체와 신용평가회사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 등을 골자로 한 이 결의안은 찬성 562표 대 반대 86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EU 시장정책담당관 찰리 맥크리비는 “지금도 헤지펀드 규제는 충분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사민당 출신으로 덴마크 전 총리를 지낸 포울 라스무센 등이 주도해 유럽의회 표결에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06년 헤지펀드들 때문에 증시 요동을 겪었던 독일 의원들도 이를 적극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글로벌 규제강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3일 EU 의장 자격으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면서 “금융위기의 교훈을 받아들여 ‘규제된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한다”며 오는 11월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주요국 긴급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그는 이번 상황을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로 규정하면서 “금융회사들이 투기 관행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의 버팀목이라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 속에 유독 승승장구하고 있는 브라질의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도 “투기자본에 의한 시장의 무정부주의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며 유엔과 같은 다자간 기구에서 금융위기 대처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이미 투기자본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영국 금융감독국(FSA)은 지난 7월 파생금융상품 거래 규정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 영국 언론들은 세계 최고소득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이 운영하는 폴슨&Co.가 FSA의 강화된 조치에 따라 23일 단기매매 현황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를 시작으로, 영국에서는 헤지펀드들의 의무적인 자료공개가 잇따를 전망이다.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투기성 자본은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비롯,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문에서 출발한 이번 월가 위기는 부동산시장에서 출발했지만, 거품이 커지고 붕괴되는 과정에는 투기자본이 깊이 개입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가 전세계 주식시장 거래액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지증권을 거대한 거품으로 키워나간 파생금융상품 시장만 놓고 보면 헤지펀드 투자비율은 35% 정도로 올라간다. 아시아, 동유럽, 중남미 등 신흥시장 증시에서는 거래량의 55%가 헤지펀드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초대형 투자기관들까지 투기자본화해 헤지펀드 시장으로 밀고들어오면서 2005년 이후 헤지펀드의 거래규모가 기하급수로 커졌다. 미국 금융전문사이트 헤지펀드넷(www.hedgefund.net)의 ‘2008 자산흐름&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전세계 헤지펀드 보유자산 규모는 2조6800억달러에 달했다.
헤지펀드의 고질적 병폐는 규제를 별로 받지 않는다는 데에 기인한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서 100인 이하 소수투자가들의 자금으로 구성된 펀드에 대해서는 투자회사법(ICA) 등의 규제를 면제해주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증권법(SA) 상의 이익공개 의무도 면제받는다. 또한 헤지펀드들은 버뮤다, 케이먼군도, 록셈부르크 등의 조세회피처에 기반을 두고 있어 과세도 쉽지 않다.
'딸기가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 화학상은 해파리에게~~ (2) | 2008.10.08 |
---|---|
산모 혈액검사로 다운증후군 알아본다 (0) | 2008.10.08 |
금융위기가 일자리 위기로 (0) | 2008.09.19 |
금융위기 이해하기 (0) | 2008.09.19 |
미국발 금융위기에 세계 시장 패닉 (0) | 2008.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