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금융위기가 일자리 위기로

딸기21 2008. 9. 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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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는 '사람들'이지요. 주가가 떨어졌네, 환율이 어쩌네..

당장 사람들에게 들이닥칠 일은 '일자리' '물가' 이런 것들이겠지요.  미국의 금융위기가 ‘일자리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대형 금융기관들의 잇단 파산과 인수·합병은 가뜩이나 안 좋은 미국 내 고용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계를 넘어 정보통신(IT) 분야와 제조업까지, 산업 전반에 감원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9일 보도했습니다.


가장 큰 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물론 월가입니다.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인수해 미국 최대 금융그룹의 하나로 떠오르게 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앞서 6월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을 인수한 뒤 “향후 2년간 7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투자은행(IB)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별도로 3000명의 인력을 줄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여기에 메릴린치까지 합쳐졌으니 대규모 ‘칼바람’은 예고된 수순입니다. 6만명에 이르는 메릴린치 직원들의 운명은 풍전등화... 메릴린치 스스로가 BOA에 매각되기 전 ‘4000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었는데, 이제는 감원 규모가 몇만명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JP모건이 베어스턴스 직원 절반이 넘는 7600명을 해고한 점을 들며 “메릴린치 감원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월가 소용돌이의 진원지가 된 리먼브라더스는 지난해부터 3차례에 걸쳐 4000명을 해고했고, 얼마전 1200명을 추가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습니다. 그러나 잇단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산신청을 하는 처지가 됐지요. 이 회사 직원 2만5000명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이합집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뒤 4800명을 줄였는데,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 또 한차례 구조조정 폭풍이 일 것으로 보이네요. 모건스탠리 인수설이 나도는 와코비아는 지난달 700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었습니다. 이 인수 건이 진행되면 두 회사에서 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들 중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편인 골드먼삭스도 지난 4월부터 모기지증권과 레버리지 대출 부문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고 합니다. 월가가 있는 뉴욕 주에서만 올해 안에 일자리 4만개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리먼브라더스 몰락 전부터 전세계 금융부문에서는 일자리 줄이기가 진행돼왔습니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라프는 로이즈TSB가 모기지회사 HBOS를 합병하게 됨으로써 두 회사에서 4만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로이즈TSB는 영국 내에만 직원 7만명을, HBOS는 직원 6만5000명을 두고 있습니다.
로이즈TSB 노조는 “합병으로 인한 감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으나 구조조정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월가 위기로 인해 영국 내 금융부문에서 11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지난 1일 9000명의 인원을 줄이고 계열사인 드레스드너방크 직원을 별도로 감축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었습니다. 유럽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타격을 가장 크게 받았던 스위스의 UBS는 지난해부터 벌써 7000명을 해고했습니다. 크레디스위스그룹도 지난해 1320명을 내보냈지요.

미 투자은행들의 아시아지역 해고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지역 고용인력 3000명이 해고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2년 동안 싱가포르, 홍콩, 뭄바이 시장 노리고 인력을 늘려놓은 상태랍니다.

금융 이외 부문, IT산업과 제조업 등에서도 고용시장은 크게 위축될 전망입니다. 

세계최대 IT 기업인 HP는 지난 15일 2만4600명 감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경기침체 영향을 적게 받은 편이었던 IT기업들은 이번 금융위기 때문에 투자가 위축돼 돈줄이 마를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항공업계는 고유가에 경기침체로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세계3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8월부터 전체 승무원의 10%에 이르는 1550명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운송협회는 미국 내 항공사들이 올해 총 3만6000명을 해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었습니다. 항공사들은 올 하반기에만 전체 고용인원의 12~15%를 줄일 것으로 보입니다.

해마다 대규모 감원을 해왔던 자동차메이저 GM은 지난달 직원 9000명에게 조기퇴직을 권고했습니다. 7월에는 “미국·캐나다 직원 20%를 감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5일 발표된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8월 실업률은 6.1%로 5년만에 최고치였는데, 특히 제조업분야에서 일자리 6만1000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부동산 거품 붕괴, 금융위기, 소비침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실물경제에 이미 위기가 닥쳤음을 보여주는 지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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