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대 국제정책태도프로그램(PIPA)이 지난달 28, 29일 한국 등 17개국에서 ‘9·11의 배후는 누구인가’를 묻는 국제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세력을 지목한 응답자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조사는 유엔 인권선언 채택 60주년을 기념,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도움을 받아 세계 각국의 인권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세계여론조사 프로그램’(www.WorldPublicOpinion.org)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과 경향신문이 주관, 19세 이상 성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으며 세계적으로는 17개국 1만6062명이 조사에 응했다. 이 조사의 신뢰도는 95%, 오차범위는 ±4%P다.
전체적으로 9·11 테러 배후에 ‘이슬람 극단세력·알카에다’가 있다는 사람은 46%였고, ‘모른다’는 응답이 25%였다. ‘미국 정부’와 ‘이스라엘’을 지목한 사람들이 각각 15%와 7%였다. 이 조사결과는 테러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는 음모론이 예상보다 훨씬 퍼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세계인의 절반 이상이 미국이 내세운 ‘테러와의 전쟁’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에 우호적인 나라에서는 이슬람 극단세력과 알카에다를 배후로 꼽은 나라가 많았다. 반면 반미정서가 높은 나라에서는 음모론에 솔깃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의 원조를 많이 받는 케냐,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극단세력·알카에다 배후론’이 각각 77%, 71%로 높게 나왔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에서도 이 응답이 절반이 넘었다. 그러나 요르단, 이집트에서는 9·11 배후에 이슬람 세력이 있다는 응답이 각각 11%, 16%에 불과했다. 그 대신 ‘이스라엘 배후론’이 각각 31%, 4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두 나라는 모두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라크전 이후 반미감정이 고조된 상태다.
한국에서는 이슬람 극단세력이 배후라는 인식이 절반을 넘는 51%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른다”(22%), “미국 정부”(17%)라는 의견도 40%에 육박했다. 특히 한·미 관계를 보는 시각에 따라 9·11에 대한 견해도 차이가 났다. 한·미 관계를 “좀더 자주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카에다 배후설이 36%에 그쳤다.
반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층에서는 알카에다 배후설에 동의하는 의견이 60%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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