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시험관 아기' 30년, 생명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딸기21 2008. 7. 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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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영국 여성 루이스 브라운이 오는 25일 30세 생일을 맞는다. 인류가 출산의 신비를 자연의 영역에서 의학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인공수정(IVF)의 역사를 연지 30년이 되는 셈이다. 브라운 이래로 인공수정은 수많은 불임부부들의 희망이 돼왔지만, 냉동 배아·대리모 논란에 줄기세포 파동 등 숱한 윤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 BBC방송 등은 21일 브라운의 생일을 앞두고 IVF의 역사와 전망을 조명했다.

지난 주말 영국 캠브리지셔의 번홀 불임클리닉에서는 브라운의 생일을 앞당겨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브라운과 30여명의 IVF 출산 가족들, 그리고 브라운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도록 시술을 했던 패트릭 스텝토 박사와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 등이 참석했다.
현재 브라운은 영국 남서부의 브리스톨에 살면서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4년 전 결혼을 했고 재작년에는 '자연출산'으로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지금은 인공수정 시술이 일반화됐지만 브라운의 출생은 20세기 과학기술의 발달이 이뤄낸 혁명이었다. 여성의 몸 속에서 일어나던 임신 과정을 실험실 튜브 속으로 끌어낸 것. 체외수정으로 배아를 만들어 자궁에 착상시키는 기술은, 30년 전만 해도 동물들에게나 실험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브라운의 부모에게 IVF 시술을 해줬던 의료팀조차 "성공할 줄은 몰랐다"고 회고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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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로 태어났던 영국 여성 루이스 브라운이 한 불임클리닉을 방문해
자신처럼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아기들을 안고 있는 모습. 오는 25일 서른번째 생일을 맞는 브라운은
재작년 자연출산으로 아들을 낳았으며 영국 남부에서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브라운이 태어나고 석달 뒤 인도에서 두번째 IVF 출산이 이뤄진데 이어 1980년 호주에서 세번째 인공수정 아기가 태어났으며, 이후 인공수정은 전세계로 확산됐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연간 300만명 이상이 인공수정으로 태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해 고령화·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나라들이 인공수정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는 IVF 출산이 전체 출산의 1%에 이르고 있다. 아랍계 주민들에 맞서 유대계 인구증가를 꾀하는 이스라엘의 경우 인구 대비 불임치료시설 숫자가 세계 1위이며 IVF 출산이 전체의 5%에 육박한다. 인공수정이 정치적 맥락과도 맞닿고 있는 것. 하지만 여전히 인공수정 성공률은 30%를 밑도는 수준이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또 쌍생아·다생아 출산과 조산이 많아 안정성 측면에서도 아직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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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7월 브라운의 사진과 함께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탄생"을 보도한 영국 신문들의 기사. 


생명윤리 측면에서 보자면 인공수정이 가져온 논란은 끝이 없다. 체외수정과 함께 난자·정자·수정란의 냉동보관 기술이 발달함으로써 부모의 나이와 상관 없이, 심지어는 부모의 생존 여부와도 상관 없이 아기가 태어날 수 있게 됐다. 난자·정자·수정란을 기부하거나 사고파는 경우, 자궁 이상이 있는 여성들을 위해 자궁을 빌려주는 경우(대리모)가 늘어나면서 법적 권리 및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게 된 것.
또 국내에서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연구 파동 때 드러났듯 난자 공여와 관련된 인권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로마교황청은 수정란들이 불가피하게 파괴된다는 점을 들어 아예 인공수정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미래에는 이른바 '디자이너 베이비(맞춤형 아기)' 문제를 비롯해 더 많은 논란거리들이 인류 앞에 던져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지난 5월 형제자매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공수정되는 '치료용 아기' 출산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돼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공수정 관련 기술의 발달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가 혼재한다. 네이처는 "인공수정 비용이 낮아지고 기술이 발달함으로써 앞으로 30년 내 불임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 내다봤다. 잡지는 이른 시일 내에 불임여성들을 위한 '인공자궁'도 개발될 것이라면서 이론적으로는 "1살이든 100살이든" 누구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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