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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대국 아르헨티나가 석달 넘게 `곡물 수출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출세를 올려 자국 내 인플레를 잡고 재정 부족을 메우려던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권은 농업계의 반발에 발목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번 사태로 아르헨티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회복돼가던 경제에도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아르헨티나의 곡물수출이 중단됨으로써 세계 곳곳을 강타하고 있는 식량위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텅빈 수출항, 경제손실 수백억달러
부에노스아이레스 부근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최대 곡물수출항인 로사리오. 이 항구는 하루 평균 5112대의 트럭이 대두를 비롯한 콩류와 옥수수, 밀 등 곡물을 실어나르던 곳이다. 그러나 9일 하루 동안 수출용 곡물을 싣고 온 트럭은 단 2대 뿐이었으며, 바다엔 텅빈 화물선들이 부유하고 있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에 이은 세계 2위의 옥수수 수출국, 세계 3위의 콩 수출국이다. 하지만 석달 넘게 선적을 못하면서 로사리오항 수출업자들은 하루 7만달러(7140만원)씩 손해를 입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컨설팅회사 아그리팍에 따르면 콩 수출이 중단되면서 아르헨티나가 입은 손실은 230억 달러에 이른다. 다른 곡물들까지 합치면 손실액은 천문학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최근 국제곡물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막대한 이득을 봐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엄청난 손실만 입고 있는 꼴. 국제통화기금(IMF) 라틴아메리카 전문가 클라우디오 로세르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는 지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금 인상과 농업카르텔의 반발
발단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 3월 농산물 수출세를 올리기로 결정한 것. 정부는 곡물이 지나치게 빠져나가 국내 물가를 올리고 식량난을 불러오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세를 대폭 올렸다. 이 조치에 따라 콩의 경우는 세금이 수출가의 35%에서 최대 50%로까지 늘어나게 됐다. 큰 이익을 보고 있는 농업부문에서 돈을 빼내 재정 부족분을 메우려는 손쉬운 계산도 깔려 있었다.
반발한 농업계는 곧바로 파업에 들어갔다. 아르헨티나 농업은 공장형 거대 산업으로, 4개 농업집단이 전국의 농업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곡물을 꽁꽁 묶자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지에는 식량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지난해 공식 물가상승률은 8.5% 였지만, 올해엔 연간 25%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다른 수출 효자종목인 육우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료 부족 때문에 목축업자들이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고, 정부의 무능력과 농업단체들의 이기주의에 반발하는 트럭운전사 파업까지 일어났다.
집권 6개월, 위기의 페르난데스 정부
아르헨티나는 국민소득 1만3000달러의 중진국이고 노동력 구조는 선진국에 가까우나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독 크다. 농업인구는 아르헨티나 전체 노동력의 1%에 불과하지만 이 나라 전체 수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2000∼2001년 경제위기 맞았던 아르헨티나가 지난 5년 동안 평균 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몇년새 농산물 가격 계속 오른 덕분이었다. 이번 사태는 경제를 다시 위기로 몰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르헨티나 사상 최초의 선출직 여성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10일 집권 6개월째를 맞는다. 농업단체와 정부는 그간 2차례 협상을 가졌지만 결렬됐다. 농업단체들은 지난 8일 일단 파업을 중단하고 3차 협상을 벌이기로 정부와 합의했지만 아직 농산물 수송과 선적은 재개되지 않았다. 여기에 에너지 부문 파업까지 겹쳐, 페르난데스 정부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남반구인 아르헨티나는 다가오는 겨울철을 앞두고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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