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 경선 '과열' '이전투구'

미국 민주당 경선이 과열로 치달으면서 대선 자체에 대한 초반열기가 지나치다 못해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가고 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후원자의 `인종주의 연설' 동영상 사태로 각 캠프가 `불끄기'에 정신 없는 와중에, 국무부 직원들이 오바마의 여권자료를 수차례 몰래 들춰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미 국무부는 21일 지난 1월과 2월 세 차례에 걸쳐 오바마의 여권 파일을 몰래 들여다본 것으로 드러난 계약직 직원 2명을 해고하고 1명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션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무분별한 호기심으로 오바마 의원의 사생활을 침해한 직원들을 해고·징계 조치했다"고 밝혔으나 이 직원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무부는 이 직원들에게 정치적 동기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지만 오바마 캠프는 어떤 경위로 벌어진 일인지 전면 조사를 벌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21일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이자 후원자인 시카고의 흑인 목사 제레미아 라이트가 10년 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백악관 조찬모임에서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었다. 신문은 오바마 캠프로부터 이 사진을 건네받았으며, 클린턴 전대통령이 당시 라이트 목사에게 "설교에 감동받았다"고 쓴 편지도 같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다니는 교회를 이끌고 있는 라이트 목사는 최근 설교에서 미국의 인종차별을 비난하며 "갓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이라며 욕설을 하는 동영상이 퍼져 물의를 빚었다. 오바마 측은 당내 경선 경쟁자인 클린턴이 이 사안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을 통해 클린턴 전대통령과 라이트 목사의 `친분'을 공개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클린턴 캠프는 "클린턴 전대통령은 8년 간의 재직 기간 동안 수많은 이들과 사진을 찍었고 인사를 나눴다"면서 오바마 측의 행태를 치졸하다고 비난했다. 특히 라이트 목사가 백악관을 방문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1998년10월 클린턴 전대통령의 성추문에 대한 특별검사 조사보고서가 발표되던 날이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바마 캠프는 클린턴의 퍼스트레이디 시절 행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2000여일 동안의 클린턴 일정을 담은 서류가 20일 공개됐다. 그러자 미국 언론들은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그날밤 아내의 행적'을 들춰내며 대권 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클린턴에게 악몽을 되살렸다.

로이터통신은 라이트 목사 동영상을 둘러싼 불똥이 매케인 쪽으로도 튀었다고 보도했다. 매케인 측 선거운동원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집중적으로 퍼뜨린 사실이 드러난 것. 매케인 캠프 대변인은 "하급 선거운동원이 우리의 원칙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인정한 뒤 "문제를 일으킨 운동원을 재교육해 이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즉시 진화에 나섰다.
매케인 측은 클린턴-오바마 간 이전투구에서 어부지리를 얻을까 기대하고 있으나, 인종 문제를 섣불리 부각시켰다간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