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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대공황 이래 최대 위기' 될수도

딸기21 2008. 3. 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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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실업률이 높아지고 기름값이 오르고, 집값은 떨어진 반면 빚은 늘어나고, 인플레 조짐 속에 환율과 증시가 출렁이는 현상을 보면서 미국 경제의 `심연'이 과연 어디인가를 놓고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로 미국이 겪었던 불황들과 현상황을 비교하면서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업사이드 다운` 우울한 미국인들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가계 지출이 위축되고 소비심리는 꽁꽁 얼었지만,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신용시장 위기의 여파가 미국인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고통스런 징후들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미국 가계지출에서 연료와 의료, 식료품 등 필수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높아져 1960년 가계지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인들이 `사치성 지출'을 줄였다는 뜻도 되지만, 그만큼 생필품 물가가 올라갔다는 얘기도 된다.
요식업 경기를 알려주는 미국식당협회 최근 조사에서는 회원 식당 54%가 "손님이 줄었다"고 답해 2001년 불황 이래 최악의 경기를 반영했다. 메릴린치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미국인들 중 900만명이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업사이드 다운(upside-down)' 재정상태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IT 불황'보다 훨씬 심각"

경기 침체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관심은 `어디까지, 얼마나 내려갈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미국이 가장 최근 경제 침체를 겪은 것은 정보통신(IT) 붐의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난 2001년의 이른바 `IT 불황'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당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당시엔 지나치게 올라갔던 주가가 내려앉으면서 `조정'을 겪던 국면이었고, 경제 상황은 대략 전문가들의 예측을 빗나가지 않았었다는 것.
일각에선 현재의 위기가 오일쇼크 뒤였던 1970년대 중반 침체 상황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가가 오르고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등, 당시와 양상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오일쇼크 뒤 침체와 비슷"

메릴린치 북미경제 전문가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당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36%나 떨어졌던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침체가 1970년대 침체와 같은 양상으로 간다면 주가는 더 떨어지고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연말 최고치 이후 S&P500 지수는 약 15% 떨어졌으며, `추락할 여지'가 더 남아있다고 로젠버그는 지적했다.
최근 듀크대 조사에서 주요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2009년까지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리란 예측을 내놨다. 미국 5대 투자회사 중 하나였던 베어스턴스의 몰락이 신용시장과 경제 전반에 대한 불신을 불러온데 이어, S&P는 지난 21일 골드먼삭스와 리먼브러더스의 신용등급까지 하향조정해 불안감을 부추겼다.

"대공황 이래 최대 위기"

1970년대엔 베이비붐 세대가 지갑을 열어 경제를 구해줬지만 현재는 그런 `구원의 세대'가 없다는 점에서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앞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고통스런 상황"이라 지적한 바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현 상황을 경기 순환상의 `전형적이고 불가피한 하락국면'으로 보고 있다. 뉴욕대학 경제학자 리처드 사일러는 한걸음 더 나아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AP인터뷰에서 "경체 침체가 일단 닥치면 지속기간이 관건이 된다"며 대공황 전문가인 벤 버냉키 FRB 의장이 묘수를 내놓아야 할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경제 위기인데 부시는 뭐하나


미국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손 놓은듯 낙관론만 붙잡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해 미국 언론들이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USA투데이는 23일 부시대통령의 경제 관련 발언들을 전하면서, "걱정과 낙관론이 뒤섞여 있다"며 일관성 없는 태도를 꼬집었다. 미국 경제가 사실상 침체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도, 동시에 침체의 실상을 부인하는 것 같은 낙관론을 내놓아 오히려 정책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것. 부시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를 방문해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연설을 하면서 "우리 경제는 지금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도, 나도, 그리고 많은 미국인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선 말을 끊었다. 부시 대통령은 "장기적으로는 좋아질 것""사람들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경제의 심각성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시장 개입을 극도로 싫어하는 보수적인 철학 때문에 위기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융안정책을 발표한 뒤에야 보고를 받고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이며, 월스트리트 출신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시장 불안을 막으려 적극 개입하려 할 때에도 오히려 발목을 잡곤 한다는 것.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뒷짐만 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으로부터 "정부가 충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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