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일본이냐 스웨덴이냐

딸기21 2008. 3. 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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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될 것이냐, 스웨덴이 될 것이냐.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신용 위기가 불거져 금융기관 연쇄 도산 사태를 맞으면서 미국 경제가 갈림길에 서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20일 미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갈 것인지, 스웨덴식 강력 해법을 찾을 것인지 사이에서 기로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증시 반등, 벌써 `위기감 해소'?

베어스턴스 문제로 금융기관 연쇄 도산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던 뉴욕증시는 20일 큰 폭으로 오르며 반등세로 돌아섰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61.66포인트(2.16%) 올랐고, 나스닥 종합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실업자수 증가를 비롯해 경제지표들은 모두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와 미 정부의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가 이어지면서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진정될수도 있다는 기대감은 커졌다. 흔들리는 시장에 돈을 펑펑 풀어대는 정부와 FRB 대응에 대해 일각에선 인플레만 부추기는 미봉책이란 비판도 있지만, 위기에는 초반 강력대처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미 금융당국의 최근 조치들과 관련,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일본과 스웨덴의 서로 다른 금융위기 대응 사례를 분석해 `스웨덴식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닮은꼴 다른 해법'

일본과 스웨덴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다가 1980년대 말∼90년대 초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대출에 물린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부실화하는 위기를 겪었다. 잘 알려진대로 일본은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다시 소비시장 전체로 확산된 위기를 초반에 진화하지 못해 1990년대 내내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겪었다. `대장성'으로 상징되던 경제관료주의는 위기에 능동적,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됐다.
반면 스웨덴은 1990년 금융시장 위기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2위 규모였던 노르드 은행을 전격적으로 사들이는 조치를 취했다. 스웨덴 정부는 자국내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채무지급보증을 해주고, 공적자금을 과감히 투여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스웨덴은 1992∼94년 3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4.7%를 금융시장에 쏟아부었다. 동시에 정부는 부실 금융기관 경영진들은 대거 교체하고 당국이 정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금융기관에 대해선 주식을 강제매수해버렸다. 방만하게 늘어난 금융기관들을 대거 통합하고 구조조정함으로써 무능한 기업과 경영자들에겐 강력한 `퇴출' 메시지를 보냈다. 그 결과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4개국 합작 `노르디아 금융그룹'이 탄생했으며 스웨덴 은행들은 덩치가 커지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

`스웨덴식 해법' 미국서도 통할까

문제는 '규모'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1990년대 초반 스웨덴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며, 전통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꺼려하는 시장중심주의가 강하게 작용해왔다. 정부가 부실화된 미국 금융기관들에게 모두 채무지급보증을 해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또 현재 미국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부실화된 부동산 채권에 얼마나 많은 돈이 묶여있는지 정확하게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스웨덴은 독립 평가기관을 구성해 금융 부실을 면밀히 평가, 과감한 조치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으나 그러기엔 미국 신용시장 위기는 너무 복잡하고 너무 크다는 것.
메릴랜드주립대학 경제학교수 카멘 라인하르트 등 전문가들은 모니터 인터뷰에서 "미국의 상황은 지금 일본에 더 가깝다"면서 스웨덴식 해법을 따르려면 위기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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