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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 War Child... 빼앗긴 부모, 빼앗긴 인생

딸기21 2008. 3. 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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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의 `고문실'에서 태어나 친부모에게서 억지로 떼어내져 자라난 여성이,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를 감옥에 넣어야 한다며 법정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더티 워(Dirty War·더러운 전쟁)'로 알려진 독재정권의 그늘에서 태어난 `납치 아동'들이 어른이 되면서 진실을 찾기 위한 지난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들을 처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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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삼파요 바라한(30·사진)이라는 여성은 12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법원에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 오스발도 히바스 부부에게 징역 25년형을 언도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했습니다. 오스발도 부부는  과거사 진상규명에 나선 검찰에 의해 아동 납치 혐의로 기소됐는데, 검찰은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법정최고형인 징역 25년형 판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를 처벌하라고 요청하게 된 마리아의 사연은 출생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리아는 1978년2월 군사독재정권의 비밀 고문실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레오나르도 삼파요와 어머니 미르타 바라한은 군부 독재 반대투쟁을 벌이다 체포됐는데, 고문실로 끌려올 당시 바라한은 임신 6개월이었다고 합니다. 바라한은 고문실에서 출산한뒤 고문실 장교 엔리케 베르티에에게 곧바로 아기를 빼앗겼습니다. 어미 손에서 떼어내진 아기는 오스발도 부부에게 건네졌지요.

마리아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2001년. 독재정권에 의해 부모와 떨어져 자라야 했던 `더티 워 차일드'들의 가계를 확인하는 당국의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신도 그런 아기들 중의 하나였음을 알게됐던 겁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친부모를 알게 됐지만 그들은 이미 30년 전에 실종 처리된 상태였습니다.

증인들 잇단 사망, 힘겨운 진상규명

마리아는 자신의 성을 친부모의 성인 `삼파요 바라한'으로 바꾸고 전직장교 베르티에와 양부모를 당국이 처벌하도록 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마리아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 범죄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스발도 부부가 어떤 인물들이고 어떤 경위로 마리아를 맡게 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치범 부부에게서 납치한 아기인 줄 알고서도 이 사실을 숨긴채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은 과거사를 규명하는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납치돼 자라난 사람들이 직접 양부모를 기소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좌파 후안 페론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군사독재정권은 1976∼83년 가혹한 억압통치를 펼치면서 정치범들을 감금·고문해 3만명 가량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군사정권은 여성 정치범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 200명 이상을 빼앗아 주로 군인들에게 입양시켰는데, BBC방송에 따르면 지금까지 마리아를 포함해 88명이 친부모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더러운 전쟁의 그늘인 `아기 납치'의 전말을 밝히는 과정은 힘겹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부 도시 코르도바에서는 아기납치 사건 조사의 주요 증인이던 전직 장교가 갑자기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더티워 차일드' 관련 증인이 당국의 조사를 앞두고 갑자기 숨진 것은 벌써 두번째입니다. 당국은 `자살'이라고 발표했으나 인권단체들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증인을 살해한 것이라며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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