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기름값 '네탓 공방'과 OPEC의 내부 역학

딸기21 2008. 3. 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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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남미 산유국들의 심상찮은 동향으로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동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시장의 바람을 저버리고 ‘생산량(쿼터) 동결’을 결정했다. 미국 경제 침체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마당에 OPEC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미국이 거세게 비난하고 나서는 등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OPEC ‘위기 책임 공방’

OPEC은 5일 오스트리아 빈의 본부에서 정례 회의를 열고 하루 총 3250만 배럴 수준인 현재의 산유량 수준이 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차키브 켈릴 OPEC 의장은 “석유 공급량은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CNN방송 등이 전했다.
경제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던 미 백악관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것”이라며 “고유가의 고삐를 죄지 않겠다는 OPEC의 결정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부시 대통령은 “최대 고객인 나라의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게 만드는 것은 OPEC에도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증산을 요청했었다. 이에 대해 켈릴 의장은 “경제 위기는 미국의 실책 때문이지 석유 탓이 아니다”고 맞받았다. 그는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는 있겠지만 오는 11월 정례 회의 이전에 긴급 회의를 열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덧붙였다.




OPEC의 ‘반미국가들’

미국을 비롯한 석유수입국들은 세계 산유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이 기름값을 잡아주는 완충역을 해주길 바라지만, OPEC은 고유가를 ‘방치’하고 있다. 이는 기름값이 더 올라가기를 원하는 목소리 큰 회원국들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OPEC 창립멤버 5개국 중 이라크는 현재 ‘특수한 상황’에 따라 쿼터 제한을 받지 않고 있는 대신 기구 내에서 발언권도 없다. 이라크는 막대한 에너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1991년 걸프전 이래로 OPEC에서 사실상 배제돼 왔다. 반면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기름값을 더 올려 ‘서방의 부(富)를 빈국들로 이전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의장국이던 리비아, 올해 의장국인 알제리, 최근 재가입한 에콰도르, 신흥 산유국으로 부상한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은 모두 고유가를 선호한다. 현재 옵저버로 참가 중인 아프리카의 반미국가 수단까지 회원국이 되면 감산 주장은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무기력한 사우디

과거 산유량 조절로 유가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줬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근래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11월 리야드에서 OPEC 정상회담을 개최, 영향력을 과시하려 애썼지만 증산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내부 문제로 흔들리는 사우디 왕정이 기름값을 잡기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란 시각도 있고, 올해 세계경제 침체로 석유수요가 줄까 우려해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AP통신은 석유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지금처럼 지정학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선 어느 나라도 미국의 증산 요구에 응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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