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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분쟁' 오늘도 계속

딸기21 2008. 3. 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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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3국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가 콜롬비아 접경지대에 군대를 추가로 배치시켰다. 이로써 베네수엘라는 1만명 가까운 전력을 국경으로 이동시킨 셈이 됐다. 남미 좌파 지도자로서 주도권을 지려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과시적 행동'이어서 실제 전쟁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외교적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콜롬비아, "차베스 제소하겠다"

말싸움에 있어서라면 차베스에게 지지 않는 콜롬비아 우파정권의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은 4일 전범 재판을 담당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차베스 대통령을 제소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베는 "차베스는 콜롬비아의 안정을 해치는 무장혁명군(FARC) 반군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같은 날 스위스 제네바 유엔 군축회의에 참가하고 있던 콜롬비아의 프란시스코 산토스 부통령은 이번 마찰을 불러일으킨 지난 1일의 에콰도르 영토 내 FARC 기지 공격은 정당했다고 강변하면서 "FARC 게릴라들의 랩톱 컴퓨터에서`더티밤(dirty bomb)' 계획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았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래로 알카에다를 비롯한 세계의 테러집단들이 사제 소형 핵무기인 이른바 더티밤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산토스 부통령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반군들이 방사능 물질을 입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전날 콜롬비아 군 당국은 FARC가 우라늄을 밀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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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군대 이동 계속

콜롬비아 측의 이같은 주장은, 좌익 반군과의 싸움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포장해 미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옹호할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콜롬비아의 `마약 반군 소탕'을 지원한다며 지난 7년간 41억5000만달러(약 4조원) 규모의 무기·군비 지원을 해주는 등 콜롬비아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베는 차베스를 비난하면서도 "콜롬비아는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나라가 아니다"라면서 베네수엘라나 에콰도르와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일절 배제했다. 그러나 아랑곳없이 베네수엘라는 이날 수백명 규모의 부대를 국경지대로 추가 이동시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일부터 9000명 규모의 병력을 배치한 상태여서, 콜롬비아 국경 지대에 1만명 가까운 부대가 이동한 셈이 됐다.
군사력만 놓고 보면 러시아제, 프랑스제, 스페인제 낡은 무기로 무장한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막대한 지원을 업은 콜롬비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차베스가 무장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남미 좌파 진영의 리더임을 과시하려는 행위로 풀이된다. 차베스는 미국의 남미 지역 교두보인 콜롬비아를 `제국주의의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경폐쇄, 긴장 고조로 경제 타격

이번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FARC 반군에 억류중이던 인질들. 콜롬비아의 전 대선후보 잉그리드 베탕쿠르 등을 비롯한 인질들에 대한 석방 협상이 진행되어오던 차에 콜롬비아 정부가 무리한 공격을 감행, 중재역이던 차베스를 상대로 사실상 `도발'을 한 꼴이어서 인질 석방은 다시 기약 없는 미래가 됐다.
베네수엘라는 또 콜롬비아와의 국경을 폐쇄해 자국 내 생필품 부족현상을 악화시켰다.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는 전반적인 국력에서 콜롬비아를 앞서고 있으나, 우유와 식료품 따위 생필품을 콜롬비아와의 국경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양국간 교역 규모는 50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 사태로 베네수엘라의 고질적인 생필품 부족이 심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콜롬비아도 이번 사태 뒤 증시가 폭락하는 등 회복 중이던 경제에 타격을 입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3국 분쟁으로 '남미 안보기구' 탄생하나

콜롬비아-에콰도르-베네수엘라 분쟁을 계기로 남미 국가들의 공동 안보기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3국 분쟁 중재자로 나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4일 남미 지역 내 분쟁과 갈등을 줄이고 군사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안보기구인 `남미안보협의회'를 만들 것을 공식 제안했다고 브라질 뉴스통신 `아젠시아 브라질' 등을 인용해 외신들이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상파울루주 캄피나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남미는 그동안 다자간 협상 등에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해오지 못했다"면서 "안보협의회를 만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브라질이 지역의 입장을 대변하게 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콜롬비아 등 안데스 산지 국가들의 이번 갈등을 언급하면서 "안보협의회가 창설되면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조정 역할을 할수 있게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미에는 현재 미주기구(OAS)라는 안보협력기구가 존재하지만 이 기구는 미국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4일에도 콜롬비아 사태를 논의한다며 미국 워싱턴에서 회의를 가졌다. 반면 브라질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남미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동 안보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룰라 대통령은 다음달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브라질은 올 상반기 내 주변국들과 협의를 끝내고 10월 중 안보협의회를 출범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의 오랜 앙숙이던 아르헨티나도 최근 들어 우호관계로 돌아서, 브라질의 구상에 찬성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브라질의 넬손 조빙 국방장관은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남미안보협의회 구상에 합의했다. 룰라 대통령과의 밀월을 과시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좌파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5일 베네수엘라를 방문, 차베스 대통령과 만나 콜롬비아 사태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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