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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둬놓고 고문하고 이제야 '재판'?

딸기21 2008. 2. 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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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가뒀던 수감자 6명을 9.11 테러 가담 혐의로 특별군사법정에 기소했다고 합니다. 2001년 9.11 테러로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지 6년여 동안 관타나모 기지에 갇혀있던 테러용의자들 중 9.11과 직접 관련된 혐의로 군사법정에 세워지는 것은 이들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국방부는 6명 모두를 사형시킬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고 있지만 군사법정의 존립 근거와 불법 구금, 고문 등을 둘러싼 거센 논란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모두 사형 구형할 것"

미 국방부는 테러용의자를 군사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2006년 마련된 `군사위원회법(MCA)'에 따라 관타나모에 수감돼 있는 6명의 테러용의자를 특별군사법정에 기소했으며, 이들 모두에게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군 법률담당관 토머스 하트먼 장군은 "알카에다가 장기간 치밀하게, 조직적으로 준비해 미국을 공격했음을 보여줄 것"이라며 "수년에 걸쳐 수사를 벌였기 때문에 피고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자료는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소된 이들은 오사마 빈라덴의 측근으로서 9.11 테러공격을 총지휘한 할리드 셰이크 모하마드(45) 등 6명입니다. 미군에 따르면 파키스탄계 이민자의 아들로 쿠웨이트에서 태어난 모하마드는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테러범 중 하나"로서 9.11 테러를 "A부터 Z까지" 기획했으며, 영국 런던의 상징물 빅벤과 히드로공항 등을 노린 테러공격을 시도한 바 있고 2002년에는 파키스탄에서 미국 기자 대니얼 펄을 납치, 참수한 사건과도 관련돼 있다고 하는군요.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은신해 있다가 2003년 미군에 붙잡혀 관타나모에 수감됐습니다. 


함께 기소된 모하마드 알 카흐타니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을 공격한 19명의 항공기 납치범(전원 사망)들에 가세하려다 체포돼 이른바 `20번째 납치범'으로 불렸던 인물이죠. 무스타파 알 하우사위라는 사우디인은 테러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을 포함한 6명은 위증, 살인, 민간인 공격, 테러지원 등 총 169가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고문, 불법 재판 논란

국방부는 2006년 MCA에 근거해 만들어진 특별군사법정에서 이들을 재판할 계획이지만, 같은 해 미국 대법원은 "MCA가 미국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어 위헌적"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국방부가 위헌 판결이 내려진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네요.


게다가 모하마드의 경우는 군 당국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 이른바 `워터보딩(waterboarding)'을 당한 사실이 확인됐거든요. 군 측은 "모하마드가 빈라덴의 고위급 참모로서 9.11 테러를 총괄기획했다는 자백을 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자백 자체가 고문에서 나온 것이라면 효력이 없어질 수 있지요. 미 중앙정보국(CIA)과 백악관은 물고문 문제로 지난해 곤욕을 치른 바 있습니다.


미군은 2002년1월 관타나모 수용소를 설치한 이래로 유엔 제네바협약 전쟁포로(POWs) 대우 규정 위반과 불법 구금, 고문 논란에 휩싸여왔고요. 테러용의자 재판이 비난을 가열시켜 오히려 미군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뉴욕 인권단체 헌법권리센터(CCR)의 빈센트 워런 사무국장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고문으로 얻어낸 증거들을 가지고 처형을 하는 일이 미국 땅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역겨운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럽은 사형제 자체를 반대하고 있고, 유엔도 지난해 11월 사형제 반대 결의안을 낸 바 있어서 여러 방면으로 소음이 예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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