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민주당 뉴햄프셔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또다시 이변이 연출됐습니다. 당초 여론조사들에선 버락 오바마(46)상원의원이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8일 개표 결과 힐러리 클린턴(60) 상원의원이 신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오후 8시쯤부터 뉴햄프셔 주도 콩코드와 내슈아, 맨체스터 등지에서 실시된 민주ㆍ공화 양당 예비선거 개표 결과를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민주당에서는 아이오와에서 3위의 굴욕을 맛봤던 클린턴이 오바마를 제치고 39%의 득표율로 1위. 오바마는 37%의 득표율로 2위에 머물렀군요. 나름 젊고 잘생긴 존 에드워즈(54) 전 상원의원은 17%를 득표해 3위를 기록했습니다.
공화당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예상됐던 대로 존 매케인(71) 상원의원이 38%의 득표율로 1위를, 미트 롬니(60)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2위(30%)를 차지했습니다. 아이오와에서 기독교 보수파의 지지에 힘입어 이변을 연출했던 마이크 허커비(52) 전 아칸소 주지사는 12%를 얻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인 3위를 기록했구요.
미국 프라이머리 소식에 며칠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보니...
사람이란 것이 참 간사해서, 어제 눈물짓던 클린턴의 함박 웃는 모습을 보니깐
어쩐지 또 기분이 좋아지네요... ^^;;
대세론이 꺾이는 위기에 몰렸던 클린턴 선거캠프는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네요. 클린턴 진영으로서는 오바마에게 큰 차이로 지면 사퇴설까지 나오던 상황이었으니... 이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기자들의 취재에 짜증을 낼 정도로 클린턴 진영의 분위기는 나빴다고 합니다. 어찌됐든 뉴햄프셔 예비선거가 다시 클린턴 우위로 돌아가면서, 다음달 5일 여러 주 동시경선이 실시되는 `슈퍼 화요일'의 승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앞서 CNN과 라스무센 등의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가 7∼10%의 큰 차이로 클린턴에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지요. 그러나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심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일각에선 클린턴을 지지해온 골수 민주당원들이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비(非)당원들이 당론을 결정하게 되는 상황에 경계심을 느끼고 대거 투표소로 몰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큰 관심을 끌어모았던 `클린턴의 눈물'이 위력을 발휘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습니다.
뉴햄프셔 최대 신문인 유니온리더와 정치전문미디어 폴리티코닷컴 등은 이날 오전 6시에 문을 연 브룩사이드 제1선거구 등 투표소들 앞에 새벽부터 예비선거 참가자들이 줄을 지어서는 등 엄청난 열기를 보여줬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오바마 돌풍과 클린턴의 눈물 같은 화제들 덕에 유독 투표율이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뉴햄프셔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과정에서 예상 밖으로 고전한데 따라, 향후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습니다.
1992년 아이오와에서 3위에 그쳤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에서 2위로 올라서 ‘컴백 키드(돌아온 아이)’란 별명을 얻으며 전세를 뒤집었대요. 그러나 12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 보입니다.
‘슈퍼화요일’도 장담 불가
간신히 숨을 돌리긴 했지만, 클린턴 진영은 선거전 전략을 새로 짜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아이오와에서 뉴햄프셔까지 이어진 닷새 동안 클린턴 캠프는 버락 오바마가 불러일으킨 바람에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클린턴이 여러 주가 동시에 경선을 벌이는 다음달 5일 수퍼화요일을 승리의 날로 만들려면 네바다 코커스(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26일)에서 연승을 거두며 오바마 바람을 잠재워야 합니다. 당초 전략과 달리 모든 예비선거와 코커스에서 전력질주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셈이죠.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의원수를 합치면 아이오와, 뉴햄프셔 대의원 총수 87명과 똑같습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클린턴은 대의원 수가 많은 주에 집중한다는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식 전략을 따르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수퍼화요일의 승부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 클린턴이 선거전략을 담당하는 보좌진을 교체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거전략 다시 짜야
클린턴 선거팀은 남편 빌 시절인 1990년대 호황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주력했던 `노스탤지어 전략'에서 미래지향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을 거치며 누구보다도 미디어 노출이 많았던 클린턴의 경우 이미지가 워낙 고정돼 있다는 것이 난점이라고 하네요. 이 때문에 `오바마 따라하기'를 통한 이미지 변신이 먹힐지는 불투명하다는 거죠.
AP통신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결국 `좋아할만한 사람인가'에 따라 결정됐음을 보여줬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클린턴이 눈물까지 보이며 "(이번 선거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나 개인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던 것, 그리고 남편 빌이 "미디어는 우리를 잘 보여주지도 않는다"고 했던 것도 바로 누구보다 현실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나요.
진짜 고민은 `돈'?
클린턴 쪽의 진정한 고민은 `돈'에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시사주간 타임은 클린턴 캠프가 초반 승기를 잡기 위해 아이오와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탓에, 엄청난 선거자금을 끌어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수퍼 화요일'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클린턴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9094만 달러(약854억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모았는데, 4000만달러 가량을 쓰고 5000만달러 이상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난 뒤 클린턴 측에 남은 자금은 1500만∼2500만 달러 뿐이었으며, 뉴햄프셔를 지나면서 더욱더 빈털털이 신세가 됐을 것이라는게 타임의 분석입니다. 주별 선거자금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는 추정할 수 없지만 초반 물량공세가 지나쳤던 것이죠.
판세 요동 없는 공화
민주당에서 오바마와 클린턴의 희비가 엇갈린 것과 달리 공화당은 뉴햄프셔 투표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존 매케인은 예비선거 전 여론조사가 보여줬던대로 1위를 차지했고, 아이오와 돌풍의 주역 마이크 허커비는 3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번 같은 바람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허커비에겐 그런대로 만족스런 점수인 셈입니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은 2위를 기록한 미트 롬니 쪽인 것 같습니다. 당초 `전국 1위' 줄리아니와의 대적을 자신했던 것과 달리 현재 스코어는 좋지 못하네요. 롬니는 자기 아버지가 주지사를 지낸 미시건 예비선거(15일)를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산인 듯 합니다.
줄리아니는 아이오와 때 너무 `무성의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뉴햄프셔에는 선거당일인 8일 새벽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플로리다 예비선거(29일)와 수퍼화요일 결전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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