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이제는 네바다

딸기21 2008. 1. 1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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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코커스(당원대회)와 예비선거(프라이머리)의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를 거치며 열띤 경쟁을 벌였던 민주ㆍ공화 양당 각 후보 진영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번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지지율이 바닥이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9일 후보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네바다 코커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두 상원의원 간 접전이 반복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이달 안에 열리는 네 차례 경선에서 여러 후보가 난타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회생' 클린턴 vs "`만회 각오' 오바마

미시건과 플로리다가 예비선거 일정 조정 문제로 민주당 중앙위원회와 마찰을 빚어 전당대회 대의원 파견 자격을 빼앗긴 탓에, 도박도시 라스베이거스로 유명한 사막의 네바다주가 유례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클린턴과 오바마를 따라다니는 대규모 자원봉사자들은 8일 뉴햄프셔 예비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떼지어 네바다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클린턴은 네바다주 6곳에, 오바마는 11곳에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네바다 주민들은 현재 1대 1인 클린턴과 오바마의 균형을 깨는 `타이브레이커(tie-breaker)'가 되리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오바마 두 후보는 일단 9일 뉴욕과 보스턴으로 이동해 전략 점검과 자금 모으기에 들어갔다. 뉴햄프셔 역전극으로 경쟁력을 재확인시켜준 클린턴은 CBS방송 `어얼리 쇼(Early Show)'에 출연해 "투표자들과 마음이 통하는 믿기 힘든 순간을 경험했다"며 승리의 기쁨을 표했다.
그러나 오바마 돌풍이 예상보다 강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보좌진들은 오바마측을 모방하며 선거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은 "오바마가 `변화와 희망'을 내세웠던 1992년 빌 클린턴의 전략을 따라해 효과를 본 것으로 드러나자 클린턴 측도 한켠에 밀어뒀던 남편의 옛전략을 다시 흉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측은 뉴햄프셔 승리 덕에 선거자금 모금 걱정에서도 한시름 덜었다.

다음 `한 방'은 누가?

아이오와 효과로 전국 지지도에서도 급부상한 오바마 측은 뉴햄프셔에서 클린턴에 석패하긴 했으나 열정과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서 시카고 흑인공동체 운동에 참여한바 있는 오바마는 "`한 방'으로 유명한 시카고 출신이 바로 나"라면서 다음번 일격은 자신이 날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바마 측은 젊음, 열정, 희망, 미래, 참신함을 내세운 지금까지의 선거운동 기조를 유지하되 더욱 날을 세워 클린턴을 향한 공격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가 희망을 거는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전통적으로 공화당 색채가 강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오바마 바람은 일고 있다. AFP통신은 "부모들은 공화당을 지지하는데 젊은 자녀들은 오바마 선거본부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네바다주의 경우 민주당원들의 클린턴 지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오바마 측은 비당원 투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네바다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조합원 6만명의 요식업종사자노조는 9일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 `돌아가며 1위' 예상

공화당에서는 이달 말이 되어도 판세 윤곽이 드러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2위에서 3위로 추락할 위기에 처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자신의 아버지가 주지사를 지낸 미시건에서의 설욕을 다짐하고 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곳에서마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바다에서는 롬니 우세가 예상된다. 아이오와에서 바람몰이를 하고 뉴햄프셔에서도 그런대로 선전한 허커비는 미시건과 사우스캐롤라이나 1위를 노리고 있다.
아직 1승도 기록하지 못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대의원 수 114명으로 전국 3번째 규모인 플로리다에서 `전국 1위 후보'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플로리다를 기점으로 2월5일 `슈퍼 화요일'의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는 계산. 뉴햄프셔 1위를 차지했던 존 매케인은 아쉽게도 이달 중 치러지는 경선에선 저조한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드캐년보다, 디즈니랜드보다 유세 구경이 더 재미있다."

미국 대선 민주ㆍ공화 후보경선전에서 버락 오바마, 마이크 허커비 같은 신예 스타들이 탄생하자 `유세 관광'이라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이른바 `정치 관람객(political tourist)'으로 불리는 이들 유세 관광객들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그리고 이제는 미시건과 네바다 등지로 이동하면서 코커스(당원대회)와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지켜본다.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정당원도 아니고 투표 참가자도 아닌 관광객들이 정당 경선을 쫓아다니는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런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구경거리는 오바마와 허커비다. 오바마의 유세장에서는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후보의 열정적인 동작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는 유세 관람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8일 뉴햄프셔의 맨체스터에서 있었던 허커비와 배우 척 노리스의 만남처럼, 대중문화 스타가 등장해주기라도 하면 대박 촬영감이 된다. `화면발'을 잘 받는 민주당의 또다른 젊은 후보 존 에드워즈의 만찬 행사 같은 것도 훌륭한 볼거리. 유세 관람객들은 정당을 가리지 않고 주요 후보들의 행사 일정을 체크해가며 스케줄을 잡아 카메라에 담을 구경거리들을 포착해낸다.

유세 관람이 인기를 끄는 것은 선거가 이벤트화(化)하고 정책 대결 대신 이미지 대결이 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더불어, 아이팟과 유튜브처럼 쉽게 유통가능한 인터넷 문화와 기술이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 아이오와, 뉴햄프셔로 이동하면서 고등학생 딸과 함께 후보들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플리실라 페인튼이라는 여성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스타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던 10대 소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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