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남태평양의 '고래잡이 싸움'

딸기21 2007. 12. 20. 17:22
728x90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대상인 혹등고래. 호주 모터튼 섬 부근에서 촬영된 것. /AFP



일본과 호주 사이에 `고래잡이 갈등'이 벌어질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유럽국들과 국제 환경단체들이 오래전부터 비판해왔던 일본의 포경 어업 재개를 막겠다며 호주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 때문인데요.

BBC, CNN, AP통신 등 외신들은 호주 정부가 태평양 남단에서 벌어지는 일본 포경선단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공군과 해군을 동원하기로 했다고 19일 보도했습니다. 앞서 호주의 케빈 러드 신임 총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서도 일본이 포경금지 국제협약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증거를 수집할 것이라면서 "충분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우리가 가진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노동당 소속인 러드 총리는 보수당의 전임 총리 존 하워드와 달리 강력한 친환경정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본 포경선 6척은 현재 태평양 남쪽 남극해 부근 얼음바다에서 작살로 고래잡이를 하고 있습니다. 서방 언론들이 `아르마다(무적함대)'라고까지 부르는 이들 포경선단은 밍크고래 935마리와 긴수염고래 50마리, 그리고 국제적인 보호대상인 혹등고래 50여마리를 잡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는 국제 포경산업 40여년만에 최대 규모라는군요.


현재 국제 포경위원회는 과학연구용으로만 소규모 포경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자기네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사는 고래를 포함해, 남극 연안 고래의 42%가 일본 포경선들에 희생될 처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남극 부근에서 일본 포경선 유신마루호가 작살로 고래잡이를 하는 모습. /그린피스

 

남태평양에선 그린피스씨셰퍼드(Sea Shepherdㆍ바다의 목동) 등 환경단체들이 보낸 고래잡이 반대 시위 선박과 일본 포경선들 간의 대치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일본 포경선들과 충돌을 빚었던 씨셰퍼드는 호주 동물보호운동가 스티브 어윈의 이름을 딴 '스티브 어윈호'를 일본 선단 주변으로 보냈으며, 그린피스도 시위용 선박 `에스페란자'를 파견해놓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 포경선과의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호주 정부는 자칫 사상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은 포경반대 프로그램에 세계 유일의 흰 혹등고래의 이름을 딴 `미갈루(Migaloo) 작전'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미갈루는 다른 혹등고래 수백마리와 함께 해마다 호주 동부 해안을 찾는데, 미갈루 관찰은 호주에서 가장 인기있는 연례 관광상품 중 하나이기도 하답니다.


호주는 혹등고래를 관람하는 관광상품으로 해마다 3억 호주달러(24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가 일본 포경선들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이런 경제적 이유도 깔려 있는 것이겠지요.

 

지난 5일 `출정'을 앞두고 씨셰퍼드의 포경 반대 시위선박 `스티브 어윈호' 깃발 앞에서 포즈를 취한  폴 왓슨(왼쪽) 선장과 가오리에 찔려 숨진 동물보호운동가 스티브 어윈의 부인 테리 어윈(왼쪽). /REUTERS
이것은 고래와 전혀 상관없는... 이라크의 호주 군인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호주는 20세기 들어 거의 모든 전쟁에 파병한 국가랍니다) /REUTERS

 


일본은 "고래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한 연구용 포경일 뿐"이라는 속보이는 해명과 함께, 호주와 환경단체들의 움직임에 역시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와카바야시 마사토시(若林正俊) 농림수산상은 호주방송(ABC) 인터뷰에서 "우리의 고래 연구 프로그램을 방해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호주의 최대 교역상대국으로, 호주 전체 수출액의 19.6%가 일본으로 향하고 있지요. 호주 전체 수입량의 9.6%가 일본산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호주 야당들 사이에서도 "군대까지 동원한 강경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는데... 러드 신임총리의 '배짱'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군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