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총리는 오는 15일 도쿄(東京)를 출발, 16일 워싱턴을 방문해 조지 W 부시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지원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일동맹 `확인' 위한 방문
일본 자위대는 미국의 아프간전 개시 이래 6년 동안 인도양에서 미 군함에 석유 공급을 해주는 지원활동을 벌여왔지만, 자민당 정부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연장하지 못해 활동이 중단됐다. 해상자위대는 지난달 말 파키스탄 영해에서의 급유 작업을 끝으로 활동을 멈췄다. 후쿠다 총리는 방미 기간 중 부시대통령에게 `부득이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계획이다.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달리 친(親)아시아 외교론을 설파해온 후쿠다 총리가 첫 해외 순방지로 미국을 택한 것은, 이 문제로 워싱턴과 도쿄 사이에 균열이 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중국 지도부의 막강한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미국 국무부 쪽에도 든든한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다 총리는 또한 미국 측에 "일본과 아시아와의 강고한 외교관계가 미-일 동맹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다총리는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아시아를 중시하는 외교'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해놓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과거 관방장관 시절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이 외무성 직원들과 불화를 겪던 시절 다나카를 대신해 외교를 도맡으면서 사실상 외상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었다.
싱가포르 거쳐 연말엔 중국으로
이번 방미에서 후쿠다총리는 또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가에서 해제하지 말아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후쿠다 총리는 미국 방문에 이어 오는 19∼21일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한ㆍ중ㆍ일 정상회담과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盧武鉉) 한국 대통령과 개별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방문 시점도 주목된다. NHK방송은 12일 후쿠다 총리가 연내에 중국을 공식 방문해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일정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쿠다 총리는 지난 9월 취임 직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통화하면서 "가능한 빠른 시기"에 중국을 찾기로 약속했었다. NHK는 일본 정부가 다음달 15일까지 열리는 국회 동향을 지켜본 뒤 연내 총리 방중을 실현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참 고개도 잘 숙이지...
국내정치는 `흔들'
해외 순방을 떠나는 총리의 마음은 그러나 가볍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 테러대책특별위원회는 12일 자위대 급유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정부가 새로 내놓은 `보급지원특별조치법안'을 통과했다. 민주당과 공산당 등 야당들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으나 법안은 13일 중의원 본회의에서도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에서 통과되면 정부는 14일 참의원에 법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법안이 성립되려면 다음달 15일까지 이어질 연장국회 회기 동안에 참의원에서도 통과돼야 한다. 후쿠다총리는 12일 밤 특조법안에 대해 "지금까지도 기나긴 과정이었지만 지금부터 다시 먼길을 가야한다"며 "최선을 다해 해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참의원에서 부결되면 중의원에서 3분의2이상 찬성으로 재가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렇게 될 경우 총리 문책결의안을 내겠다며 벼르고 있어, 자칫 중의원이 해산되는 사태까지 올 수 있다. 현재 중의원은 2005년 `고이즈미(小泉) 총선을 통해 자민당이 장악하고 있고, 참의원은 지난 7월 `아베(安倍) 심판 총선'으로 야당인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론은 양갈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3일 인터넷판에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미군 급유지원 활동 계속하는 것에 대해 찬성 51%, 반대 40%로 나타나 찬성 여론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후쿠다내각 지지율은 52.2%로 지난번 조사 때보다 6.9% 떨어졌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의 `대연정-번복' 소동에 대해선 납득할 수 없다(56%)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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