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사람이 굶어죽는 '경제대국 일본'

딸기21 2007. 10. 1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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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다. 이 인간은 벌써 열흘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아직도 살아있다. 쌀 좀 먹어봤으면 좋겠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에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상하게 들리지만, 일본 특유의 폐쇄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풍토와 경직된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해마다 아사자(餓死者)가 나오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紙)는 12일 지난 여름 발견된 `아사자의 일기'를 보도하면서 일본 사회의 가리워진 그늘을 조명했다.

니시야마 히로키라는 52세 남성이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여름. 니시야마는 일본 남서부 큐슈섬 북쪽에 있는 낡은 판잣집에서 `반쯤은 미라가 된 모습으로' 발견됐다. 그의 옆에는 배고픔을 절절히 묘사한 공책이 있었다. 트리뷴은 "일기의 내용으로 봤을 때엔 굶어죽은 것이 확실해보인다"며 "아사자의 일기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리뷴은 1면에 생전의 니시야마가 집 안에 앉아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의 판잣집을 밖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집은 허름하지만, 안에는 전자렌지가 있고 그릇과 조미료가 가지런히 정리된 주방이 보인다. `굶어죽을' 정도의 형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기타큐슈에서는 3년새 매년 한명씩, 니시야마를 포함해 벌써 세번이나 아사자가 나왔다. 모두 50∼60대 남성이었고 자기 집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세 사람은 모두 연금이나 복지후생 보조비 등의 지원이 끊겨 식료품을 살 돈이 없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니시야마는 집에 틀어박히기 전 이웃사람들에게 "관청에 복지수당 지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말을 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숨진채 발견됐을 때 그는 평소보다 몸무게가 3분의1이나 줄어든 상태였다.

트리뷴은 일본의 야박한 복지제도와 사회보장 실패가 이런 현상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복지수당 수령자들을 `세금 도둑'으로 보고 2003년 이래 계속 복지수당 지급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공적 부조를 대신해줄 민간 사회안전망은 더욱 부실하다. 신문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종교단체 등이 운영하는 구호시설이 거의 없다"며 "몇 안되는 빈민 구호시설도 한국에서 온 기독교 선교단체 등이 운영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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