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부시의 '불량기업' 딜레마

딸기21 2003. 7. 2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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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시리아, 리비아, 쿠바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에 대한 경제제재를 주도해온 미국이 이들 국가들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처벌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이중잣대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딜레마를 꼬집는 기사를 실었다.

FT는 미국에서 `테러 지원국가'인 이란·시리아와 거래하는 기업들을 제재하라는 보수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량국가에 투자하는 `불량 기업' 단죄를 주장하는 이들은 유대계 로비단체와 보수파 의원들, 재무부 등 다양하다.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과 일레나 로스 레티넌(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 등은 최근 잇따라 부시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국이 지난 1996년 제정된 이란-리비아 제재법(ILSA)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안자의 이름을 따 `다마토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이란·리비아의 에너지분야에 2000만달러 이상 투자한 외국기업들을 미국 정부가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또 시리아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조사할 수 있도록 `시리아 보고의무법(SAA)'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빌 클린턴 전대통령도, 부시 대통령도 이 법을 실제로 적용하지는 않았다. 부시대통령은 지난 2001년 의회에 불량국가 투자기업에 대한 제재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요구하기까지 했었다. 미 정부가 외국 기업들을 제재한다는 것에 유럽이 강하게 반발한데다, 미국 기업들의 로비도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같은 이율배반적 행태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 관료 출신으로 현재 기업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로저 로빈슨은 "이란에 투자한 400여개 기업 명단을 갖고 있다"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망라된 우리 고객들은 부시 행정부가 불량국가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부시 행정부가 기업들에게 겁을 주는 제스처를 내놓긴 하겠지만 결국은 지금까지와 같은 이중잣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대(對)이란 투자규모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 중에는 딕 체니 부통령이 운영했던 핼리버튼사도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부시대통령 자신도 과거 석유회사를 경영하면서 다마토법 완화를 주장했었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과 일본 기업들이 이란에 거액을 투자해놓고 있어 제재를 고집할 경우 외교마찰을 피할 수 없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월 이라크 전후복구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이란과 관계된 기업들은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빈말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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