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사파티스타는 어디로 가나

딸기21 2003. 8. 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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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정권 출범 이후 무장투쟁을 자제하면서 밀림에 은둔해있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이 자치를 선언하면서 다시 멕시코 정치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한 정부와의 평화협상과 무장투쟁의 동력 상실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어온 사파티스타는 어떤 방식으로 변신에 성공해 '새로운 정치'를 해낼 것인가.

"이제 우리가 정부다"

사파티스타는 10일 남부 치아파스주(州)의 30개 도시에서 자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01년 치아파스에서 멕시코시티까지 전국을 도는 '평화대장정'을 가진 뒤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채 밀림으로 들어갔던 사파티스타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치아파스주 오벤틱에서 '좋은 정부 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선언하는 축제를 벌였다. 반군지도자인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이날 2년여만에 육성 녹음 테이프로 대중 앞에 메시지를 전달, "앞으로 위원회가 행정 업무와 대외관계 일을 책임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르코스부사령관은 또 지금까지 자신이 갖고 있던 사파티스타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나 위원회의 대변인으로 옮겨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스 부사령관의 사임 선언

그의 '사임' 선언은 무장단체로서의 사파티스타는 사실상 해체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파티스타는 지난 1994년 연방정부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이른바 '무장한 개혁주의'를 내걸고 인디오와 농민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검은 마스크를 쓴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동원한 효과적인 여론전으로 '신자유주의와의 전면전'을 벌이면서 구미의 진보적 지식인들로부터 각광을 받았으며, 이들의 투쟁은 세계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켜 반세계화 시위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출범한 폭스 정권의 전향적 자세로 평화협상이 시작되면서 게릴라전은 효용성을 잃기 시작했다. 따라서 당시의 평화대장정은 사파티스타 노선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이후의 정치활동을 위해 무장게릴라가 아닌 '비폭력 저항운동'으로서의 사파티스타 이미지를 최대한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승리일까 패배일까

실제로 평화대장정 이후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게릴라 활동을 중단하고 핵심 세력과 함께 치아파스의 라칸돈 밀림에 들어가 은둔하면서 정치적 변신을 모색해왔다. 이번 자치 선언은 정치조직으로 사파티스타를 재구성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패배는 결코 아니다. 이들은 자기 주장을 했고, 일정 지역에서 성과를 얻어냈고, 이제 효과 없어진 노선을 버리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것 뿐이다. 앞날이 불안정하다고? 그건 맞다.
사파티스타는 '나쁜 연방정부'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좋은 정부'라는 이름 아래 5개 위원회를 구성, 앞으로 주내 30개 도시에서 정부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도시들은 지금까지도 사실상 사파티스타가 자치권을 행사해온 곳들이다. 마르코스부사령관은 정부군 공격을 막기 위해 자치지역에 설치해놨던 바리케이드를 없애고, 무장군 투입도 '비상시'에 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사파티스타의 자치선언이 벌어진 오벤틱 지역에서 인디오 원주민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전통음악을 연주하면서 축제분위기를 즐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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