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딸'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것인가.
남미 콜롬비아의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무장 게릴라들에 납치된 여성 정치인 잉그리드 베탕쿠르(46. 사진)의 석방을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나섰다. 6년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인질로 잡혀있는 베탕쿠르 문제가 남미 각국의 공동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베탕쿠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프랑스측도 석방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10일 이ㆍ취임식을 가진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신임 대통령과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인 칠레, 볼리비아 등 남미 정상들과 만나 베탕쿠르가 풀려날 수 있도록 콜롬비아 정부와 FARC 양측에 압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남미 공동회의를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콜롬비아 측에 "협상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 축하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도 남미 정상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협상 중재를 요청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콜롬비아 정부에 베탕쿠르 석방에 매진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등이 보도했다.
Lorenzo Delloye Betancourt, the son of French-Colombian hostage Ingrid Betancourt,
reacts during a live address in Spanish to his mother, broadcast from the Radio France Internationale,
or RFI, studios in Paris, Friday, Dec. 7, 2007.
콜롬비아와 프랑스 이중 국적을 갖고 있는 베탕쿠르는 `콜롬비아의 딸'로 불리는 유명 정치인. 콜롬비아 정치명문가 출신으로, 외교관 아버지와 미스 콜롬비아 출신 정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비롯한 남미 유명인사들과의 어릴적 인연과 정치적 신념을 담은 자서전이 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 프랑스에서 안락한 일생을 보낼 수 있었던 베탕쿠르는 빈민들을 위해 정치에 투신했던 어머니 풀레시오를 따라 1989년 콜롬비아로 돌아왔다. 재무부 공무원을 거쳐 1994년 지방의회를 시작으로 정계에 진출한 그는 부패한 정권에 맞서 `산소당'을 만들고 2002년 대선 후보로 나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꿈도 펼치지 못한 채 그해 2월 FARC에 납치돼 지금껏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콜롬비아 언론들은 베탕쿠르의 러닝메이트였던 산소당 여성 부통령후보 클라라 로하스가 게릴라의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한바 있다. 베탕쿠르는 인질로 잡혀 있지만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란스런 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나 `실패한 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콜롬비아에서는 좌익 게릴라들과 우익 민병대 간 충돌과 마약거래, 민간인 납치가 일상화돼 있다. 베탕쿠르의 어머니 풀레시오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의 중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으나, 우리베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협상 주역으로 나서는 것을 꺼려 중재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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