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 얘기한 적 있었는데... 재작년 가봉 대선 때였군요.
세 차례 한국방문으로 잘 알려진 아프리카 서부 가봉의 엘하지 오마르 봉고 온딤바(72ㆍ사진) 대통령이 오는 2일 집권 40주년을 맞습니다.
올아프리카닷컴 등 아프리카 언론들은 29일 가봉 전역이 봉고 대통령 집권 40주년을 맞아 잔치 준비로 한창이며, 특히 봉고 대통령의 고향인 `봉고빌' 지역은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아자동차 '봉고'가 이 봉고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지어준 것이라는데... 저 '봉고빌'하고 형제먹어야겠군요)
봉고대통령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에 이어 군주를 제외한 국가지도자로서는 세계 2번째 장기집권자이고, 독재정권이 많은 아프리카에서도 최장기 집권자입니다. 1975년과 1984년, 1996년 세 차례나 한국을 방문해 국가원수로서는 가장 많은 방한 횟수를 기록할 만큼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지요(왜 이 사람이 한국과 각별한 사이인지에 대해선 아마 KBS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령 적도아프리카 브라자빌(현재의 콩고)에서 태어난 가봉 대통령은 프랑스 식민군대에서 짧은 군 생활을 한 뒤 가봉이 1960년 독립하자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초대 대통령 레온 음바 밑에서 장관과 부통령을 지냈으며, 1967년 음바 대통령이 갑자기 숨지자 권력을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31세에 집권한 그는 당시 세계 최연소 대통령이었다네요. 원래 이름은 알베르 베르나르였지만 1973년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이름을 엘하지 오마르로 바꾸고, 2003년에는 스스로 `온딤바'라는 새로운 성(姓)을 만들어붙였습니다.
가봉의 역사는 곧 봉고 대통령의 개인사나 마찬가지랍니다. 봉고 대통령은 1990년대 민주화 조치로 다당제를 도입했지만 2002∼2003년 지방선거와 총선, 그리고 2005년 대선에서 자유선거는 허울뿐인 약속으로 드러났지요. 가봉의 몇 안되는 야당들은 매우 취약하고 분열돼 있어 존재의미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독재정권들이 내전 등으로 무너지는 와중에도 봉고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이어가는 `비결'은 일방적 억압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영국 BBC방송은 "가봉에는 `장관이 되려면 야당을 만들라'는 농담이 퍼져있다"며, 야당에 돈을 지원해주고 정치인들을 구슬러 끌어들이는 봉고대통령의 독특한 전술을 소개했습니다. 물론 탄압도 무쟈게 했겠지요...
1970년대 비동맹권 우방을 찾던 한국의 아프리카 파트너로 나선데에서 보이듯, 국외에서도 봉고 대통령의 로비술은 유명합니다. 2005년에는 미국에서는 희대의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가 봉고대통령의 방미와 조지 W 부시 대통령 면담을 성사시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었죠.
봉고대통령은 가봉에서도 소수 부족인 바테케족 빈농 출신에 단신이고 인구 1%에 불과한 이슬람 신도랍니다. 가봉의 유명 가수였던 페이샹스 드바니를 비롯한 여러 여성들과 결혼한 전력이 있고, 최근에는 콩고공화국 드니 사수 응궤수 대통령의 딸인 에디스와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장녀 파스칼린이 현재 외무장관 겸 내각 총괄장관을 맡아 `가족정권'을 이끌고 있고, 아들도 한때 외무장관을 지냈다는군요.
한반도보다 조금 큰 26만7000㎢ 면적으로 인구는 145만명입니다. 아프리카 서쪽 옆구리에 있어요.
국민 평균연령이 18.6세로, 출산율이 높고 평균수명이 낮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구구조를 갖고 있지요. 55∼75%가 기독교를 믿는 것으로 추산되며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입니다.
빈부격차와 부패가 심하고 국민 절반이 문맹인데다 빈곤층이 여전히 많지만 석유 덕에 경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매력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100달러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매우 높은 편이고요. 1990년대 중반부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으나, 기근과 내전이 없어 정정은 주변국들에 비하면 그런대로 안정돼 있습니다.
그 덕에 봉고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계속 해먹는 것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박정희 추종자들의 주장처럼 장기집권 덕에 정정이 안정돼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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