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광산 대국의 어두운 '막장'

딸기21 2007. 10. 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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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3000명이 넘는 광부가 갱도에 갇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깊이 2200m의 무더운 광산 밑바닥에 수천명이 갇혀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최악의 참사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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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의 금광 업체인 하모니 골드마이닝은 3일 새벽 남아공 내륙 칼튼빌 부근 일란즈란드의 금광에서 갱도와 외부를 이어주던 리프트 전력이 끊기는 사고가 일어나 광부들이 갇혀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 측은 "광부들은 길이가 2200m에 이르는 갱도의 맨 밑바닥 부분에 모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24시간 이내에 안전히 구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과 BBC방송은 매몰된 광부 숫자가 3000명이 넘는다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은 320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하필 이 광산의 작업이 활발하게 벌어지던 시간에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당시 근무인원 전원이 갱도에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전력선 복구가 이뤄지면 갱도에 갇힌 광부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광산업계에서는 자칫 대규모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남아공 광부조합(NUM)은 광부들이 갇혀있는 갱도 내부의 온도가 30∼40℃에 이른다며 "무더운 곳에 수천명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질식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매몰된뒤 10여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내부 상태가 극도로 악화됐을 수 있다고 NUM 측은 밝혔다. 일부 교대조는 벌써 하루 가까이 광산 속에 머물고 있어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회사측은 보조 리프트를 가동시켜 구출작업을 이미 시작했고 4일 74명이 1차로 무사히 구출됐으나, 보조 리프트의 경우 한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인원 규모가 작아 구출작업에 최소 10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남아공은 다이아몬드, 금, 우라늄 등의 지하자원으로 유명한 광업 국가다. 플라티눔(백금), 금, 크로뮴 등 광물의 세계 최대 공급처이며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귀금속과 각종 광물의 주요 생산국이다. 하지만 수세기 전부터 이어져오는 광산들의 안전 실태는 열악하다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지난해에도 산사태가 일어나 광부 199명이 몰살당한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일란즈란드의 광산도 광부들을 수송하는 리프트의 유지보수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UM의 레시바 시쇼카 대변인은 "광부들이 계속 리프트 고장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회사 쪽에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아공은 1990년대 중반 백인 정권에서 흑인 정권으로 교체된 뒤 경제개발을 추진해왔으나 치안이 열악하고 에이즈가 창궐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4400만명 인구의 절반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며, 지난해 실업률은 25.5%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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