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무서운 푸틴

딸기21 2007. 11. 22. 17:15
728x90
러시아의 `절대권력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총선을 열흘 앞두고 본격 `세 몰이'에 나섰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시내 체육관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집회에 참석해 자신에게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들을 `쟈칼 같은 자들'이라 맹비난하며 `러시아의 힘'을 결집시킬 것을 호소했다고 외신들이 전했습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실시되는 이번 총선은 사실상 `푸틴 재신임 투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크렘린 안팎의 움직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방 위해 일하는 쟈칼 같은 자들"

푸틴 대통령은 다음달 2일로 예정된 국가두마(하원) 선거를 앞두고 21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체육관에서 열린 한 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이번 총선에 미래가 달려있다"며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반대세력을 맹비난하는 데에 할애됐다고 합니다. 그는 1990년대 러시아를 혼란에 빠뜨렸던 `부패 세력'을 비난한 뒤 "분열을 조장했던 자들이 복수를 꿈꾸고 있지만 새로 태어나는 의회와 대통령은 서로 협력해서 그들을 몰아내고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서방 진영을 향해서는 "우리가 약하고 병든 나라가 되길 바라는 세력"이라 비판했고,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자기 민족 대신 외국을 위해 일하고 외국 대사관 돈을 바라며 쟈칼처럼 행동하는 자들"이라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등 옛소련권 국가들의 친 서방 움직임에 대해서는 "서방 전문가들에게서 거리로 뛰쳐나가는 법만 배웠다"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체육관 집회'에서 단상에 오른 푸틴과, 환호하는 지지자들.


무소속 대통령의 기이한 유세

이날 체육관 행사를 주최한 것은 최근 결성된 `푸틴을 위하여'라는 조직이었습니다. 이들은 얼마전 "푸틴 대통령이 국가지도자로 계속 남기 바라는 국민 300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었지요. 앞서 크렘린은 이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었는데, 이들이 연 행사에 푸틴 대통령이 나와 무대에 섬으로써 크렘린의 부인은 곧바로 뒤집힌 셈이 됐습니다.

체육관에 모인 이 단체 회원 5000여명은 푸틴대통령의 연설에 환호를 보내면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푸틴 지지"를 연호했다고 합니다. AFP통신 인터뷰에 응한 몇몇 참석자들은 "그(푸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푸틴대통령이 퇴임하면 러시아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 광팬들이 많기는 많은가 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권 교체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려면 총선에서 이겨야 하고, 이것이 곧 대선 승리를 의미한다"며 현재 국가두마 최대 정당이자 사실상 `푸틴당'인 러시아연합당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러시아연합당은 사실상의 여당이지만 정작 푸틴 대통령은 이 정당의 당원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러시아연합당은 이번 총선 비례대표 후보 1순위로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야당이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제소한 상태지만, 법원이 `반(反) 푸틴 판결'을 내올리 만무하다는 것이 외신들의 관측이죠.

`푸틴 총리' 마음 굳혔나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놓고 BBC는 `총리로 내려앉아 권력을 이어가기로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미 푸틴 대통령이 이같은 의사를 내비친바 있는데다, 러시아 현직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선거 유세를 벌인 것은 사상 처음이기 때문인데요.
푸틴 대통령이 정적들을 비난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뒤 총선에서 러시아연합당의 압승을 이끌어내고, 이를 발판으로 총리가 되어 권력을 계속 휘두르려는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현재 러시아연합당은 지지율이 70%를 웃돌고 있어 총선 압승이 예상됩니다.

이날 체첸공화국에 인접한 남부 다게스탄에서는 크렘린을 비판해온 야당 정치인이 집 앞에서 무장 괴한의 총에 맞는 사건이 일어났답니다. 로이터통신은 야블로코당 총선 후보 파리드 바바예프가 저격을 당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라고 전했습니다. 어쩐지 으스스해지는군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