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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미지의 나라'인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국인들이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
요즘 많이 들려오는 얘기입니다. 물론, 미국 주류가 아니라 마이너들의 얘기겠지만요.
밖에서 보기에(미국 한번도 안 가봤음) 9.11 테러 이후 미국사회는 병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러와의 전쟁' 명분 아래 시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브레이크 없는(있지만 너무 약한) 자동차처럼 보수주의로 폭주해가는 듯한 모습. 미국사람들 부러웠는데, 그들이 누리는 '자유'라든가 절차적 민주주의, 그들의 정신이 진심으로 부럽다 싶을 때가 많았는데, 제 눈에 멋지게 보였던 미국의 모습은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부시의 면상 뿐이라는 거죠.
미국 갔다온 분들마다 얘기하시더군요. 평범한 사람들이 국내선 항공기를 타기 위해 두시간씩 검문검색을 받고, 테러공포에 휩싸여 방독마스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안보우선주의가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미국사회는 `정상 사회'를 벗어나서 폭력(테러)-안보 강화-개인자유 억압의 고리에 빠져버린 것처럼 생각됩니다.
얼마전 미국에 갔다오신 어느 분(누구일까요)은, "미국이 이스라엘처럼 되어간다"고 하셨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 남의 땅 빼앗고 원래 주인들 몰아내고 못살게굴다보니 보복 당할 일이 많죠. 경제적으로야 팔레스타인 사람들보다 백배 낫겠지만, 학생이 대학교 도서관 가면서 검문받아요 하고, 정착촌에서 총들고 주위를 둘러싼 아랍인들과 싸워야 하고(그들의 악행은 논외로 칩시다), 버스 탈때마다 폭탄 터질까 노심초사 해야 하고, 나이트클럽에 가서도 무너질까 걱정해야 하고...대체 이게 '사람 사는 꼴'인지, 왜들 그렇게 사는지 한심스럽죠.
나쁜 짓(약자를 탄압)하고, 보복 당할까 두려워 시민 자유를 꽁꽁 묶어놓고, 그래서 '사람같지 않게' 사는 사람들. 폭력으로 지은 '자기만의 城'을 지키기 위해 폭력과 억압에 스스로를 길들여야 하는 사회. 미국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건데요.
오늘자 파이낸셜 타임스에 분석글이 하나 실렸습니다.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 소장이고 사회학자인 에드워드 크레인이 9.11 테러 이후 `테러보다 더 무서운' 신보수주의의 늪에 빠진 미국 사회를 질타하는 글을 냈는데요.
크레인은 "9.11 테러로 미국인들은 자유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테러위협 못지않게 위험한 것은 신보수주의 바람"이라면서 "이들은 테러위협을 악용해 정부의 권력을 확대하고,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9.11 테러 뒤 의회에서 통과된 애국법(Patriot Act) 같은 거겠죠.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테러사건 뒤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중앙정보국(CIA) 권한을 확대했으며 애국법과 국토안보법을 만들고 이민법을 대폭 강화했지요. 국방예산 늘린 것을 비롯해, 미국인들의 '안전'을 위해 한 일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데요.
크레인은 "의원들 중 131쪽에 이르는 애국법 조항들을 다 읽어본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으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포기한 법률"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법에 따라 미 수사당국은 적법 절차 없이 '테러용의자'들을 무기한 체포, 구금하고 있지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부캐넌은 "정부는 기회만 생기면 권력을 확대한다"고 비판합니다. 문제는 자유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이런 문제에 눈감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 관료들도, 학자들도 입을 모아 보수주의 찬양을 내뱉고 있는 모양입니다.
"미국인들이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
요즘 많이 들려오는 얘기입니다. 물론, 미국 주류가 아니라 마이너들의 얘기겠지만요.
밖에서 보기에(미국 한번도 안 가봤음) 9.11 테러 이후 미국사회는 병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러와의 전쟁' 명분 아래 시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브레이크 없는(있지만 너무 약한) 자동차처럼 보수주의로 폭주해가는 듯한 모습. 미국사람들 부러웠는데, 그들이 누리는 '자유'라든가 절차적 민주주의, 그들의 정신이 진심으로 부럽다 싶을 때가 많았는데, 제 눈에 멋지게 보였던 미국의 모습은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부시의 면상 뿐이라는 거죠.
미국 갔다온 분들마다 얘기하시더군요. 평범한 사람들이 국내선 항공기를 타기 위해 두시간씩 검문검색을 받고, 테러공포에 휩싸여 방독마스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안보우선주의가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미국사회는 `정상 사회'를 벗어나서 폭력(테러)-안보 강화-개인자유 억압의 고리에 빠져버린 것처럼 생각됩니다.
얼마전 미국에 갔다오신 어느 분(누구일까요)은, "미국이 이스라엘처럼 되어간다"고 하셨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 남의 땅 빼앗고 원래 주인들 몰아내고 못살게굴다보니 보복 당할 일이 많죠. 경제적으로야 팔레스타인 사람들보다 백배 낫겠지만, 학생이 대학교 도서관 가면서 검문받아요 하고, 정착촌에서 총들고 주위를 둘러싼 아랍인들과 싸워야 하고(그들의 악행은 논외로 칩시다), 버스 탈때마다 폭탄 터질까 노심초사 해야 하고, 나이트클럽에 가서도 무너질까 걱정해야 하고...대체 이게 '사람 사는 꼴'인지, 왜들 그렇게 사는지 한심스럽죠.
나쁜 짓(약자를 탄압)하고, 보복 당할까 두려워 시민 자유를 꽁꽁 묶어놓고, 그래서 '사람같지 않게' 사는 사람들. 폭력으로 지은 '자기만의 城'을 지키기 위해 폭력과 억압에 스스로를 길들여야 하는 사회. 미국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건데요.
오늘자 파이낸셜 타임스에 분석글이 하나 실렸습니다.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 소장이고 사회학자인 에드워드 크레인이 9.11 테러 이후 `테러보다 더 무서운' 신보수주의의 늪에 빠진 미국 사회를 질타하는 글을 냈는데요.
크레인은 "9.11 테러로 미국인들은 자유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테러위협 못지않게 위험한 것은 신보수주의 바람"이라면서 "이들은 테러위협을 악용해 정부의 권력을 확대하고,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9.11 테러 뒤 의회에서 통과된 애국법(Patriot Act) 같은 거겠죠.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테러사건 뒤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중앙정보국(CIA) 권한을 확대했으며 애국법과 국토안보법을 만들고 이민법을 대폭 강화했지요. 국방예산 늘린 것을 비롯해, 미국인들의 '안전'을 위해 한 일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데요.
크레인은 "의원들 중 131쪽에 이르는 애국법 조항들을 다 읽어본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으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포기한 법률"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법에 따라 미 수사당국은 적법 절차 없이 '테러용의자'들을 무기한 체포, 구금하고 있지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부캐넌은 "정부는 기회만 생기면 권력을 확대한다"고 비판합니다. 문제는 자유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이런 문제에 눈감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 관료들도, 학자들도 입을 모아 보수주의 찬양을 내뱉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버드대 법학과 앨런 더쇼위츠 교수는 지난 3월 "수사관들에게 고문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미국의 권력을 전세계로 확장해야 한다면서, `미 제국(帝國)'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습니다. 신보수주의를 표방한 `위클리 스탠더드'는 "미국의 이니셔티브를 몰아붙이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했고,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은 이라크전 뒤 "수십년의 노력 끝에 중동을 신보수주의 노선으로 재편하는데 성공했다"고 자찬했습니다.
비판적인 지식인들은 미국사회의 보수화 바람과 부시행정부의 강경노선이 결국 미국인들의 삶을 망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크레인의 말을 빌면 "미국을 지탱해온 연방주의와 자유 정신, 고립주의 전통이 무너지고 있다"는 겁니다.
여담이지만, 이곳 분들 중에도 미국 계신 분들 있지요. 그런데 제 주변에서 재미난 건요, 9.11 테러 한참 전에 미국에 간 사람들은 이후 미국이 보여준 '광기'에 스스로 동화되어 부시를 정당화하고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니가 미국인이냐'라고 비난하는 건 의미가 없겠지요. 반면 닐리리야처럼, 미국 간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이 보이는 단순무식한 애국주의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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