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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신화의 몰락'

딸기21 2007. 10. 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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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분기 적자를 기록한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스탠 오닐(56.사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퇴진하게 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로 월스트리트를 쥐락펴락했던 오닐 회장은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문에서 시작된 미국 신용시장 위기의 최대 제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메릴린치 내 소식통들을 인용, 오닐 회장의 퇴진 사실이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그레그 플레밍(44)과 메릴린치 증권부문 밥 매캔(48) 등이 후임으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르면 29일 중으로 오닐 회장이 퇴임한 뒤 로런스 핑크 블랙록 CEO나 플레밍 공동회장이 자리를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앨라배마의 가난한 시골농가에서 태어나 메릴린치의 사령탑에 오른 오닐 회장은 미국 금융계의 신화로 통했다. 18세에 제너럴모터스(GM) 앨라배마 공장의 직공으로 일할 당시 그의 학구열을 눈여겨본 회사 측이 공부를 시켜준 일화는 유명하다.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은 뒤 GM으로 돌아간 그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뒤 1986년 메릴린치로 자리를 옮겼고, 2002년에는 월스트리트 대형투자은행 최초의 흑인 CEO가 됐다.

오닐 회장은 `일본식 고객 중심 경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소액투자자들에게도 충실을 기하는 투자관리 문화를 만들어냈지만 최근 모기지 파문의 직격탄을 맞아 위기에 몰렸다. 앞서 메릴린치는 지난 3분기 22억4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창립 93년만에 분기 기준으로 최대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었다. 메릴린치는 지난주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채권 80억달러어치를 상각했는데, 추가로 몇십억 달러가 더 상각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사회는 이런 상황에서 오닐 회장이 증권회사 와코비아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27일 회의를 소집, 경질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메릴린치가 와코비아에 매각된다면 더이상 독자성을 유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닐 회장이 퇴진하더라도 메릴린치의 앞날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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