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으로 돌아간다"
1998년 무샤라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뒤 부패 혐의가 줄줄이 드러나 영국으로 피신한 부토 전총리는 대선을 이틀 앞둔 4일 런던 중부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밤새 (정부측 대표들과) 시끌벅적한 협상을 벌여 합의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만면에 웃음을 띤 부토 전총리의 표정은, 바로 전날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장외투쟁에 나설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협상 결렬을 시사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이번주 들어 부토 전총리 집에는 그를 추종하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의 `망명지도부' 격인 중앙집행위원회 멤버들이 모두 모여 연달아 회의를 열고 분주히 움직였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부토의 '환생'?
PPP는 정부 측과의 이른바 `국민화해협정'을 통해 ▲6일 대선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을 지지, 재집권을 이끌어내고 ▲오는 18일 부토 전총리가 파키스탄 제2도시 카라치를 통해 귀국하며 ▲11월15일 총선을 실시해 ▲`무샤라프 대통령-부토 총리' 권력분점 구도를 완성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PPP 당원들과 부토 지지자들은 런던 시내에서부터 `부토 환영' 구호가 쓰인 깃발을 들고 다니며 귀국 분위기를 만들려 애썼다.
`무늬만 민간정권'
그러나 밀실협상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현재 합참의장직을 겸하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은 오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군복을 벗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에도 수차례 약속을 깬 바 있다. 설혹 그가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해도, 국민들이 무샤라프 정권을 민정으로 보아줄지는 회의적이다.
정부 쪽에도 부토 측과의 타협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이미 10년 전 부패 혐의로 기소됐거나 추방당한 부토 전총리와 측근들의 혐의를 정부가 벗겨주고 국내로 불러들여야 하기 때문. 당초 무샤라프 정권이 쿠데타 뒤 내세웠던 사회정의와 개혁의 기치를 스스로 저버리는 꼴이 될수밖에 없다.
PPP를 제외한 파키스탄 내 야당들은 이미 대선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여서 대선이 치러진다 해도 정통성 논란은 가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샤라프 정권은 이슬람 시위 강경진압, 경제파탄, 치안 불안 등의 실정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무샤라프-부토 연대는 밀실협상으로 태어난 부정부패 정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이슬람 민족주의 성향의 부토 전총리보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세속주의를 지지해왔던 미국이 파키스탄 정권의 변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딸기가 보는 세상 > 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네시아, 강에서 사는 사람들 (1) | 2007.10.29 |
---|---|
지겨운 뉴스... 심상찮은 파키스탄 변경, 또 유혈사태 (0) | 2007.10.10 |
미얀마산 루비 (0) | 2007.10.02 |
미얀마 속보 (0) | 2007.09.28 |
미얀마 사태 10문 10답 (0) | 2007.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