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미얀마 속보

딸기21 2007. 9. 28. 22:56
728x90

●…미얀마 국영 TV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9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지만, 양곤 주재 호주 대사는 28일 "10의 몇 곱절되는 수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밥 데이비스 호주 대사는 호주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양곤에서 군정 당국이 밝힌 희생자 수 10명보다 훨씬 많은 시위대가 숨졌다는 미확인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크 케닝 영국 대사도 CNN 인터뷰에서 "28일 20분 가량 연속으로 총격음을 들었다"고 말해 대규모 유혈사태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른 서방 외교관들도 술레 파고다 부근에 35구 가량 시신이 있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술레 파고다 부근은 일본인 기자 나가이 겐지가 전날 총격에 숨졌던 곳이다.

●…AFP통신은 보안군이 술레 파고다 일대에 모인 1만여명의 군중들에게 해산을 명령했으며 28일에도 경고사격을 가하고 무자비하게 곤봉을 휘둘렀다고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날 승려들이 시위를 주도했던 이 지역에는 이날도 학생 등 청년층을 중심으로 시위대가 모여들었으나 가두 행진을 시도하다가 군경에 저지당했다. 아시아의 한 외교소식통은 주요 사찰들 주변에 통제구역이 설정되고 군인들이 승려들을 감금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승려들의 활동을 통제한 뒤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유혈진압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양곤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들의 피해는 아직 없지만,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되는 바람에 긴장과 두려움 속에 가게 문들을 닫아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곤 시내의 쉐다곤 파고다 인근에서 한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교민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전화도 도청당한다고 하니 함부로 얘기를 못하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최대 번화가였던 쉐다곤 일대 상점들은 군인들에 의해 교통이 봉쇄되면서 대부분 폐점 상태다. 인근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온종일 집안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교민은 "국제전화는 열번에 한번 연결되고 휴대전화는 아예 먹통"이라며 "정확히 사태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루머만 난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격렬한 시위가 40여일째 계속되고 유혈 진압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자 미얀마 군사정권은 시위상황을 국제사회에 중계해오던 인터넷 웹사이트 등을 전격 차단하는 등 봉쇄에 나서기 시작했다. BBC방송은 28일 시위진압 상황과 동영상을 외부에 전달해온 웹사이트와 블로그들이 차단됐으며 불교 사원과 야당 정치인, 대학생 지도부, 내외신 기자들의 유ㆍ무선 전화선도 두절됐다고 보도했다. 독일 dpa통신은 미얀마 해외 망명자들이 만드는 저항 언론 `버마 민주의 목소리(DVB)'를 인용, 미얀마 국영통신사가 해저 케이블을 잘라 통신을 두절시켰다고 전했다.
군정이 대대적인 언론 통제에 나서자 그동안 탄압 속에서 버텨온 미얀마의 잡지들이 항의 표시로 발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망명언론 DVB는 쿠무드라(Kumudra), 세븐 데이즈(Seven Days) 등 민영 주간지들이 친(親)정부 기사를 실으라는 당국의 요구에 반발, 잡지 발행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28일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시위를 지지하고 군정의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호주 캔버라에서는 미얀마 대사관 앞에 100여명이 모여들었다가 진압경찰들과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는 아웅산 수치 여사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앞세우고 중국 대사관으로도 몰려가 "미얀마 군정에 민주화 압력을 넣으라"고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미얀마 이민자 2000여명이 모여 평화시위를 벌였다. 베트남의 반체제 승려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꼽히는 틱꽝도 스님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유엔의 긴급 행동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숨진 일본인 기자, '사살'됐나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민주화 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진압군의 총에 맞아 숨진 일본인 기자가 `의도적인 총격'에 사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신임 외상은 "정보에 의하면 치안부대가 고의로 (일본 기자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사실이라면 대단히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고무라 외상은 "지금까지 없었던 강력한 대응 방안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고강도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미얀마 군정이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를 구속한 지난 2003년 이후 미얀마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중단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추가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나 "곧바로 제재에 들어갈지를 판단하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각국과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CNN방송 등은 양곤 시내 중심가 술레 파고다 부근에서 시위 진압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다 숨진 저널리스트 나가이 겐지(長井健司ㆍ40)가 진압군의 의도적인 총격에 현장에서 사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었다. 일본 외무성은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고위 관리를 양곤에 파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