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고이즈미 칠드런의 반란?

딸기21 2007. 9. 1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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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정치 스캔들 때문에 더 이상 갈 곳조차 없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또다른 복병을 만났다.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 발탁돼 중의원에 당선된 이른바 `고이즈미 칠드런(children)'들이 아베 정부를 향해 "고이즈미 노선에 충실하라"며 반기를 들고 나온 것. 이들 신진 의원들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이 성공을 거둘지, 또 아베 총리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우정(郵政) 민영화 선거'로 당선됐던 신진 의원들이 아베 총리의 `개혁노선 후퇴'에 반발, 새로운 파벌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가 테러대책특별조치법 연장안에 명운을 건 사이 신진 의원들은 `포스트 아베'를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자민당에서 탈당했던 반고이즈미파 인사들을 아베 총리가 잇달아 복당(復黨)시킨 것. 특히 우정법안에 반대해 당을 나갔던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전 경제산업상을 다시 받은 것을 놓고 10일 자민당 의원총회에서 신진 의원들의 공개 반발이 이어졌다. 가와조 시카(川조志嘉), 오노 지로(小野次郞) 두 초선의원은 "그런 복당 조치는 참의원 선거 대패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였다"며 아베 총리 측을 몰아세웠다. 또다른 초선의원 12명도 같은날 모임을 갖고 "최근 당 내에서 고이즈미 개혁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아베 총리를 비판한 뒤 고이즈미 노선을 견지하기 위해 정기 모임을 가질 것임을 시사했다.

고이즈미 전총리는 2005년 자신이 내세운 우정사업 민영화 법안이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중의원을 전격 해산했다. 꼭 2년 전인 그해 9월11일 치러진 조기총선에서는 재무성 첫 여성 고위각료였던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등 고이즈미 전총리가 반대파 의원들의 지역구에 표적 공천한 `자객'들이 대거 당선됐다. 이들 신진 의원들은 기존 파벌에 속하지 않고 정책연구모임 등을 만들어 고이즈미 개혁노선의 추종자로 남아 있었다.
초선의원들의 반발은 아베 총리 밑에서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의 후광이 사라진 상황에서 초선 의원들은 탈당-복당파 중진들에 지역구를 다시 빼앗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아베 총리는 두 차례 조각(組閣)을 하면서 고이즈미 칠드런들을 부대신(차관)이나 정무관(정무차관) 등으로도 전혀 기용하지 않는 등 `냉대'를 했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개혁노선의 계승자를 자처해 당권을 잡고 총리가 됐지만 최근 들어 여러 개혁조치들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선 그룹 일각에서는 아예 새로운 파벌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당규에 따라 30인 이상 그룹(파벌)을 만들어 다음번 총재 선거 때에는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고 공천 과정에서도 후보들을 내세워 발언권을 갖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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