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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베' 치열한 물밑 다툼

딸기21 2007. 9.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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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 발표로 일본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다. 집권 자민당 안에서는 차기 총재 선출을 놓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 파와 반(反) 아소 세력 간에 치열한 물밑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중의원 해산과 조기총선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총재선거 일정 놓고 `기 싸움'

참의원선거 참패에 각료들의 잇단 스캔들과 낙마로 궁지에 몰렸던 아베 총리는 12일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전격 선언했다. 지난 10일 의회에서 "원칙을 지키겠다"고 연설하며 퇴임요구를 거부한지 이틀만이다. 13일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는 그 연설 2시간 뒤인 10일 이미 총리직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혹스러운 퇴장'(아사히)과 `당돌한 타이밍'(마이니치)에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기총재 유력후보인 아소 간사장을 중심으로 한 자민당 집행부는 혼란을 빨리 수습하기 위해 14일 선거 일정을 고시하고 19일 소속 의원들과 지역대표 투표로 확정짓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아베-아소 공동책임론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투표를 25일 이후로 미루고 일반 당원들의 목소리까지 모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총재선거 일정과 선출 방법은 13일 양원 의원총회에서 정식 결정될 예정이다.

아소 vs 반 아소

이번 자민당 당권경쟁은 `아소 대 반 아소'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고 아사히는 내다봤다. 자민당 지지도는 바닥을 기고 있지만 차기 총리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아소 간사장은 자민당내 경쟁자들이나 민주당의 오자와 당수 등을 누르고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소 간사장은 13일 중으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 정권의 주축이었던 아소 간사장이 아닌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자민당 지방 조직에서는 아소 간사장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아베 총리와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아소는 16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아소파'라는 군소 파벌 지도자여서 파벌들을 넘어선 초당적인 지지를 얻을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합집산 분주한 파벌들

반아소파의 대표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총리 시절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로도 단골로 이름을 올리며 아베 당시 관방장관과 경쟁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그는 고이즈미-아베-아소로 이어지는 자민당내 매파, 우파 세력에 맞서는 비둘기파이고 아시아 중시론자다. 특히 당내 베테랑 중진급들에게 인기가 있다. 후쿠다 전장관은 12일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선거에 나설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신중한 성격인 그가 불확실성 투성이인 이번 싸움에 선뜻 뛰어들지는 알수 없다. 그가 속해있는 최대 파벌 마치무라(町村)파가 힘을 결집시킬 경우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아베 총리 퇴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여왔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전 재무상은 같은 날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며 아소 이외의 인물이 나서야 함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제2 파벌인 쓰시마(津島)파, 코가(古賀)파도 같은날 회합을 갖고 양 파벌의 단결을 도모했다.

고이즈미 재등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임으로 촉발된 일본 자민당의 차기 당권 싸움에서 누가 승자가 되든, 당분간 정국 혼란은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선출될 자민당 총재 겸 총리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잔여임기인 2009년9월 말까지이지만 중의원이 해산되고 조기총선이 치러지면 민주당이 승리해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12일 아베 총리가 사임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며 재차 기세를 올렸다.

따라서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는 준비전에 불과할 뿐, 권력의 판도는 다가올 총선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총리의 압도적 카리스마 속에서 치러졌던 지난 2005년9월 선거와 달리 이번 중의원 선거는 자민-민주 양당의 호각세속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민당에서는 고이즈미 전총리의 `재등판론' `구원투수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 아베 총리가 고이즈미 노선으로부터 후퇴하는 것에 반발해왔던 신진 의원들, 이른바 `고이즈미 칠드런(children)'이 고이즈미 재등판을 추진하는 주축이다. 이들과 함께 역시 고이즈미파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방위상 등 30여명의 의원들은 12일 밤 도쿄(東京) 시내 호텔에서 회합을 갖고 고이즈미 전총리의 정계 복귀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이 보도했다.
고이즈미 전총리는 이날 몇몇 중견 의원들의 총재선거 재출마 요청을 단호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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