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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피랍사태] 아프간 인질-수감자 교환 '부정적'

딸기21 2007. 7. 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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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된 한국인들을 구출하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 정부, 아프간 치안유지를 맡아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등은 인질범들이 협상 조건으로 내건 탈레반 죄수 석방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진압작전을 벌일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언제라도 군사행동 가능" 강경한 아프간 정부

탈레반이 인질 석방 협상 시한을 재차 24시간 연장하면서 한국인 피랍자들과 탈레반 죄수들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아프간 정부는 죄수 석방ㆍ교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압둘 할리드 내무차관은 23일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에 위배되는 협상을 할 생각은 없다"며 "죄수 교환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앞서 탈레반은 협상 시한을 다시 연장하면서 인질 맞교환과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 등을 요구했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대변인인 시아마크 히라위는 "한국 정부 협상단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수감 중인 탈레반 죄수들을 풀어줄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국방부 모하마드 자히르 아지미 대변인은 피랍자들이 갇혀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즈니주에 군 병력이 결집해있음을 확인하면서 "지시만 떨어지면 언제라도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 군사작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아프간 국방부가 "언제라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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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프간 마지막 국왕 자히르 샤의 서거를 밝힌뒤 애도 행사에 나온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미국 "인질 석방 촉구", 협상에는 부정적

지난 19일 한국인들이 피랍된 이래 이 사건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던 미국 정부는 23일 처음으로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피랍된 이들은 무고한 시민들이므로 즉각 석방돼야 한다"면서 "이 문제에 긴밀히 대처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탈레반측 요구조건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납치된 이들은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국은 탈레반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인질 교환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인질 사건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언제나 확고했다. "테러범들과의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인질사건에서 미국 정부는 일관되게 타협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은 인질범들과 협상하느니 일부 희생을 치르고라도 구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96년 페루 일본대사관 인질사건 때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부가 벌였던 전격 진압작전이나 1976년 이스라엘군의 엔테베 항공기 인질 구출작전 같은 식의 군사작전 같은 것들이 미국의 지지를 받았던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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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우드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민간인 복장)가 아프가니스탄의 카라구쉬의 미군 기지에서 155mm포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지난해 초 이라크에서 독일인 피랍사건이 벌어졌을 때 독일 정부가 `몸값'을 주고 구해낸 사실이 독일 언론들에 보도가 되자 미국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여 외교적 마찰까지 일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기자가 아프간에서 무장세력에 붙잡혔다 풀려났을 때에도 미국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죄수 5명을 풀어준데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아프간 측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프간 `민간인 피해'에 고심 중인 나토

ISAF의 댄 맥닐 사령관은 23일 독일 ARD라디오 인터뷰에서 "극단주의자들과의 직접 협상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면서 탈레반의 `직접 협상' 제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맥닐 사령관은 무장세력들이 파병국들의 정치상황에 영향을 주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납치를 악용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 지방 선거 전에 이탈리아 기자를 납치하고 프랑스 대선 전에 프랑스인을 납치했던 전례를 상기해보라"고 말했다. ISAF 내 유럽 파병군을 거느리고 있는 나토는 독일인 납치ㆍ살해 사건이 유럽 각국에서 철군 여론을 불러일으킬까 우려하고 있다. 맥닐 사령관은 아프간 정국을 안정시키려면 오히려 독일이 병력을 증파해야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토가 또하나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프간 민간인 피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다. 나토군은 이달초 대규모 작전을 실시해 탈레반 전사 1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는데, 사망자들 절반 가까이가 여성과 아이들, 노인들이라는 증언이 대대적으로 외신에 보도돼 곤욕을 치렀다.

나토는 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아프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치안 유지 임무의 주요 책임을 맡았다. 아프간 상황은 냉전 이후 확대냐 영향력 상실이냐 기로에 선 나토의 군사적 역량을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탈레반이 `교환' 대상으로 요구한 죄수들 일부는 ISAF 군 기지 내 수용소에 수감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토가 포로들을 스스로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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