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소년 테러범

딸기21 2007. 7. 1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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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쿨라는 파키스탄 남서부 와지리스탄주(州)의 한 마드라사(이슬람학교)에서 코란과 글을 배우는 학생이었다. 이제 14살에 불과한 라피쿨라는 지난달 폭발물을 두른 `폭탄 조끼'를 입고 아프가니스탄의 호스트라는 도시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르려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마드라사에서 탈레반의 꾀임에 빠져 자폭테러범이 될 뻔했던 소년은 뒤늦게 자신이 저지르려 했던 짓을 깨닫고 후회하고 있다. 라피쿨라는 용케 목숨을 건졌지만 탈레반의 보복을 염려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지대에는 이 소년처럼 탈레반에 넘어가거나 협박을 당해 테러 훈련을 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오토바이 타고 자폭 시도

라피쿨라는 가족과 함께 와지리스탄의 국경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가 속해 있는 메수드 부족은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지낸다. 라피쿨라는 돈이 없어 정식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이웃마을 사원에 딸린 마드라사에서 글을 배웠다. 마드라사는 가족이 사는 마을에서 걸어서 5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라피쿨라는 아예 학교에서 숙식을 했다. 

이 학교에 지난달 말라위 아미눌라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이 사람은 200명에 이르는 마드라사 소년들을 상대로 무자히딘(전사)를 모집했다. 라피쿨라와 또다른 두 소년이 흥미를 보이자, 세 아이를 불러내 "천국에 가고 싶으면 우리가 시키는대로 하라"며 테러를 하도록 부추겼다.



Afghan President Hamid Karzai (R) speaks with failed suicide bomber
Rafiqullah in Kabul July 15, 2007. REUTERS


테러범들은 소년들에게 자살테러공격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고, 차 모는 법을 간단히 일러줬다. 며칠간의 `교육' 뒤 두 남자가 나타나 라피쿨라에게 `임무'를 주었다. 아프간 주지사를 자폭공격으로 살해하라는 것이었다. 라피쿨라는 8시간을 걸어 국경을 넘었다. 아프간 동부 호스트에서 또다른 남자가 나타나 라피쿨라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뒤 폭탄조끼를 입혔다. 

"무섭다고 했더니 나한테 총을 겨눴어요. 지금 아프간에 사는 사람들은 진정한 무슬림이 아니라고 했어요." 

라피쿨라는 차를 구하지 못해 오토바이를 타고 범행을 저지르려다가 붙잡혔다.

테러와 폭력에 동원되는 아이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15일 라피쿨라를 카불의 대통령 관저로 불러 석방해줬다. 파키스탄을 통해 들어온 라피쿨라 같은 `10대 테러범'이 적발된 것은 지난해부터 벌써 9번째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테러범들이 어린아이들을 꾀어 자살의 대열로 내모는 무서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그는 "테러범들은 힘겹게나마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속이고 무슬림들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평화를 바라는 아프간인 모두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라피쿨라를 가족에게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소년의 아버지 마티울라는 "아들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개탄했다. 아프간 소식통들은 메수드 부족 아이들 몇몇이 최근 몇달 새 종적을 감춘 것으로 보아 라피쿨라처럼 탈레반에 유인돼 테러범 훈련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탈레반들은 아이들을 데려다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의 미군들이 코란을 변기에 찢어넣는 장면 등을 비디오로 반복해서 보여주며 세뇌시킨다. 부모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아이들이 글을 배우고 있는줄만 알고 지낸다.

6살 아이도 `폭발문 운반'

마드라사의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아프간과 파키스탄에는 전쟁 고아들이나 아편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널려 있다. 지난달에는 가즈니주에서 6살 사내아이가 자폭테러에 동원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아이는 폭탄조끼를 입고 미군들 사이를 지나다 겁에 질려 아프간 군인에게 도와달라고 말해 목숨을 건졌다. 석달전 아프간 경찰이 입수한 탈레반 비디오에는 12살 가량의 소년을 시켜 `배신자'의 목을 베도록 하는 장면이 들어있어 충격을 줬다. 

어린이들을 잔혹한 테러공격에 동원하는 것은 당연히 국제법상 금지돼 있으나 아프간에서는 가난한 아이들, 부모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끌고가 `폭발물 운반도구'로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마드라사는 정식 교육기관이 아니라며 아이들을 보내지 말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교육을 원하는 가난한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낼 저렴한 교육시설이 아프간에 극히 부족한 상태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파키스탄에선 연일 폭탄테러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테러공격으로 파키스탄 북서부가 사실상 전쟁 상황에 치닫고 있다.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지난 주말 3차례 연쇄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나 70명 이상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14일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접하고 있는 서부 와지리스탄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랄 마스지드(붉은사원) 유혈사태 무력진압에 대한 보복 테러를 일으켜 파키스탄 군인 24명이 숨졌다. 

다음날에는 북서변경주(州)의 경찰 신병모집소에서 폭탄공격이 일어나 경찰관 13명 등 최소 26명이 숨졌다. 인접한 스와트에서도 폭발물을 실은 차량이 군 차량에 돌진해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친 탈레반 무장세력인 파키스탄 `탈레반 슈라(평의회)'는 정부가 랄 마스지드 사태를 무력 진압함으로써 지난해 이슬람세력과 체결한 휴전협정을 위반했다며 15일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알카에다가 사실상 조직을 재건했음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나는 등,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위협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아프간에 주둔중인 영국군 고위 관계자들은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테러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 경고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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