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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사고 이후 핵 발전에서는 한걸음 물러나 있었던 러시아가 최근 들어 핵발전 확대계획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극 연안의 `움직이는 핵발전소' 건립안 등 야심찬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 천연가스, 석유에 이어 핵발전에서도 공룡 기업을 만들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핵 계획'들 20여년만에 부활
러시아 정부는 최근 노르웨이에 인접한 북극 부근 백해(白海)에 선상(船上) 핵발전소를 만드는 공사를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발전소를 오는 2010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이동식 발전소를 앞으로 5개 더 만들 계획까지 갖고 있다.
선상 핵발전소 계획은 이미 1980년대 크렘린이 추진을 하다가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터진 뒤 폐기했던 것이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7일 러시아 정부가 옛소련 시절 만들어졌다가 경제가 무너지면서 무산됐던 핵 발전 확대 계획들을 잇달아 다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백해 선상 핵발전소 설립안을 비롯해 최근들어 26개 대형 핵발전소 계획을 승인했다. 러시아는 현재 레닌그라드 등 13곳에 31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전력소비량 중 15% 정도를 차지하는 핵발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5%로 늘릴 계획이다. 모스크바 고(高)에너지물리학연구소의 블라디미르 포르토프 박사는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인터뷰에서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이미 전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제성장을 떠받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핵 공룡기업' 탄생
선상 핵발전소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거대 핵에너지기업의 탄생이 눈앞에 와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30여개 국영 핵 관련 기업들을 통폐합할 것을 지시했다. 원자로 조립에서부터 핵발전 기술수출까지 모든 분야를 하나로 통합한 거대기업을 만들어 효율성을 기하겠다는 것. `아토메네르고프롬(원자력산업집단)'으로 명명될 이 거대기업은 가즈프롬(천연가스), 로스네프트(석유)와 함께 러시아의 3대 에너지 국영기업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즈프롬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지정학적 파워를 행사하듯, 아토메네르고프롬은 주변국들로 러시아의 핵 파워를 수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앞으로 20년 동안 60개 이상의 핵발전소를 옛소련권 국가들과 중동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란의 부셰르 원전 건설을 지원, 원자로를 수출하고 기술진을 제공하며 벌써 10억달러(약 9500억원) 가까운 돈을 챙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란 핵발전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러시아는 "평화적 핵 이용을 지원한다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맞서왔다.
이달초 미국 케네벙크포트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글로벌 핵에너지 파트너십(GNEP)'을 체결, 미국으로부터 핵발전 수출 계획을 사실상 승인 받는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의 백해 선상발전소 계획은 수출을 위한 시험용이라는 분석도 많다.
방사능 누출사고와 `핵 독재' 우려
러시아의 움직임을 유럽국들은 의구심 섞인 눈길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핵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것. 체르노빌 사고로 방사능 낙진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 일대는 사고 20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농산물이 자랄수 있는 수준으로 복원 됐다. 2000년 쿠르스크 핵잠수함 침몰사고와 같은 일이 재연되지 말란 법도 없다. 러시아는 "당시에도 핵물질 누출은 없었다"며 일축하지만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대규모 핵물질 누출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선상 핵발전소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초대형 독점 에너지기업들의 연이은 등장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러시아 민간기구인 비확산연구센터의 게나디 샤킨은 `가즈프롬 독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면서 "거대 에너지 기업이 정부 정책을 주무르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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