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51

'레이저 부처'로 되살아나는 바미얀 석불

오래전에 잡지에서 백남준의 'TV부처'라는 작품을 본 적 있다. 이번엔 '레이저 부처'인가. 4년 전 아프가니스탄 극단주의 탈레반 정권에 무참히 폭파된 바미얀의 석불이 레이저 이미지로 다시 태어난다. 1600년전 거대한 돌부처의 모습을 빛으로 재현해낼 예술가는 세계적인 레이저 아티스트인 야마가타 히로(山形博道.57)다. 일본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야마가타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일본 요코하마 해변공원 등지에 설치된 현란한 레이저 작품들을 통해 세계 미술계에서 `빛의 마술사'로 잘 알려진 인물. 그는 레이저 발생기 14개를 동원, 오색 레이저 광선을 쏘아 한때 석불 2구가 서있던 암벽에 원래 석불들과 같은 크기인 높이 52m, 38m의 불상을 그려낼 계획이다. 아프간 정부는 지난 2003..

일본 정국, 어떻게 볼까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운명이 걸린 우정공사 민영화 관련 법안이 8일 참의원에서 부결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즉시 임시각료회의를 열고 내각과 중의원 해산을 선언했다. 다음달 11일 조기총선 결과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 정권이 계속될지, 역사상 3번째 정권교체가 이뤄질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참의원 본회의 표결 결과 고이즈미 총리가 개혁의 기치로 내걸었던 우정민영화 법안은 출석 의원 233명 중 반대 125명, 찬성 108명, 결석-기권 8명으로 부결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자민당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22명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법안 부결을 곧 `내각 불신임'으로 받아들이겠다던 공언대로 임시각료회의를 열어 중의원 해산을 의결했다. 중의원은 이날 ..

플라이 대디 플라이- 못난이 아빠와 소년특공대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카즈키 (지은이), 양억관 (옮긴이) | 북폴리오 가네시로 카즈키. 일본 이름의 재일조선인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집에 이 작가의 소설책 몇권이 있었는데 한번도 들춰보지를 않았다. ‘재일한국인(자이니치)’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웠다고 할까, 아무튼 그랬다. 독자인 내가 저 꼬리표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책장 한번 안 열어봤을 정도인데 작가 자신에게는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그 꼬리표는 소설 안에서 그냥 달랑달랑, 분명 눈에 띄는 표식인 동시에(주인공의 한 명인 ‘박순신’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무겁지도 음울하지도 않게 달려있다. 무거움, 어두움, 그런 것들을 예상하고 있던 나의 선입견은 책 앞날개에 쓰여 있는 작가 소개를 읽으면서 달아나버렸다. 이 정도면 마음 편히 읽어도 ..

딸기네 책방 2005.05.25

중-일 갈등과 '석유 전쟁'

중-일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과거사 문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아시아의 경제 패자(覇者) 자리를 노리는 두 나라간 에너지 갈등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BBC방송은 "고도성장을 지속시키려는 중국과 10년 불황에서 탈출하려는 일본 사이의 에너지 확보 경쟁이 양국간 갈등의 숨은 원인이 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두 나라가 현재 첨예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러시아 송유관의 종착역이 중국이 되느냐, 일본이 되느냐 하는 것. 지난해말 러시아 총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에서는 극동 송유관 지선(支線)을 일본 나홋카까지 확장하는 것에 합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시베리아 석유를 중국 다칭에 끌어들이기로 러시아측과 협의 중이던 중국은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2월 러시아 에너지 장관이..

어깨 너머의 연인

어깨너머의 연인 유이카와 케이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신영미디어 | 2002-11-20 출판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일본 소설만 잘 팔린다는 통계조사가 나온 모양이다. 하긴, 한국 소설 읽은지 오래된 나도 최근 몇년간 일본 소설은 읽었으니까. 무라카미 류, 무라카미 하루키, 마루야마 겐지, 요시모토 바나나, 아사다 지로 같은 소설가의 책들. 다만 국적이 일본이라는 이유로 저 소설가들을 줄줄이 묶었지만, 실상 저들의 소설은 스타일이 제각각이다. 소설들이 주는 재미도 작가에 따라 다르고, 주제나 분위기도 모두 다르다. 나름의 재미가 있고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러니 일본 소설이 이러저러해서 재미있다고 딱 잘라 말하긴 힘들다. 소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은 드라마인데, 책방에서 드라마 얘길 하려..

딸기네 책방 2005.01.15

[2004, 일본] 요코하마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지난 크리스마스, 사실 아무 계획이 없었다.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이고 뭐고 하나도 없었던데다가, 친구들과의 만남 같은 것도 없다보니 영 분위기가 안 느껴졌다. 12월23일, 이현이 데리고 잠시 외출하던 길에 전철역에서 정말 우연히 다카코씨(소라네 엄마)를 만났다. 내일 뭐하나, 아빠들은 쉬는 날인가, 이런 얘기를 하다가 엉겁결에 약속을 잡았다. 뭐 구체적인 약속도 아니고, "낼 아침에 전화하자"는 정도.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다카코씨 부부가 요코하마에 가자고 해서 집을 나섰다. 요코하마는 도쿄 근교 도시이지만 우리 집에선 도쿄 시내 나가는 것과 거리가 비슷하다. 다카코씨네는 예전에 요코하마에 살았던 적도 있다고 하고, 지리를 잘 알았다. 전철을 몇번씩 갈아타고, 요코하마의 언..

또다시 배용준 때문에 난리

또다시 배용준 때문에 난리다, 일본은. 하긴, 지난 3월 일본에 온 이래, 지금껏 텔레비전만 틀면 한국드라마, 음식코너에선 한국요리 소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으니, 새삼 '난리다'라고 하기도 어색하지만. 그런데 어제 오늘 방송 분위기는 전과는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것이, 그넘의 '욘사마'가 뭔지... 10명이나 다쳤다고 하니 언론들이 떠들어댈만도 하다. 이제부턴 '한국 헐뜯기'로 돌아가는 거냐고? 그렇지는 않다. 일본이란 나라, 우리나라와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고, 서로간에 구원(舊怨)도 많다면 많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도 아니고, 욘사마 하나로 모든 관계를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아무튼 어제오늘 여기 방송 분위기를 보자면- 후지TV에선 한국의 방송보도를 잠깐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