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7

말리, 알제리, '식민 모국'

요즘 뭐 국제뉴스는 고사하고 국내 뉴스에도 담 쌓고 지내니. 더군다나 요 며칠 바쁜 일도 있고 해서, 예전 같으면 관심 가졌을 일을 그냥 스쳐 지나가다가 이제야 몇줄 끄적인다. 말리-알제리 사태에 대해서. 이미 '알제리 인질극'은 상황종료라지만, 말리의 혼란과 알제리의 비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내일도 그런 상황이 계속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 통북투가 있는 나라, 늘 가보고 싶은 나라 말리. 얼마전 모로코 여행 때 사하라 사막 투어 갔다가 "통북투까지 낙타 타고 52일"이라는 또다른 투어 광고를 보고 다시금 말리에 대한 로망이 불타올랐다. 그런데 어릴적부터 내가 로망 삼아온 나라들은 다 아수라장이 되더라고. 아프가니스탄도 그렇고... (바미얀 석불을 탈레반이 부쉈을 때 나는 울었다) 아무도 관심 없..

프랑스, 핵실험 피해자보상- 늦고도 야박하네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제도와 북아프리카 알제리 등의 옛 식민지에서 수십년간 비밀 핵무기 실험을 했던 프랑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인권단체들은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보상계획이 너무 야박하고 형식적이라며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에르베 모랭 프랑스 국방장관이 24일 핵 실험 피해자 보상방안 초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모랭 장관은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과의 회견에서 “이제는 안보시스템의 바탕이 되어준 (핵 실험)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핵실험 관련 기록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1960년부터 96년까지 210여차례에 걸쳐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과 폴리네시아에서 핵폭발 실험을 했다. 이 실험..

유엔.

11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유엔 직원들이 대거 희생됐습니다. 이 테러가 유엔을 직접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서방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목표물로 유엔 등이 입주한 지역을 택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2003년 이라크 바그다드 참사 이래 유엔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안겨준 사건임은 분명하군요. 2003년8월 이라크 테러는 유엔 대표부가 입주해 있던 바그다드 그린존(안전구역) 내 국제적십자위원회 건물에서 일어났지요. 차량 자폭테러가 연달아 터지면서 당시 유엔 사무총장 특사로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던 세르지우 데 멜루 사무차장을 비롯한 유엔 직원 24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어 며칠뒤 또다시 연쇄공격을 받은 유엔은 결국 이라크에서 철수해버렸습니다. 유엔은 이 테러 뒤 아프리카..

야만의 역사- 아우슈비츠를 만든 것은 당신들이다

야만의 역사 Exterminate All The Brutes (1996)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은이) | 김남섭 (옮긴이) | 한겨레출판 | 2003-04-25 ‘폭격의 역사’에서 20세기의 가공할 폭격들 뒤에 숨겨진 인종주의의 얼굴을 보여주며 묵시록과 같은 어두운 미래상을 그려보였던 스벤 린드크비스트가, 이번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과거로의 여행을 치른다. 이 여행은 즐기며 구경하며 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상처내며 치러내야하는 그런 여행이다. 알제리 내륙에서 남쪽으로 접경한 니제르 북단까지 이어지는 북아프리카 ‘사막의 길’이 린드크비스트의 경로다. 조셉 콘라드의 ‘어둠의 한가운데’를 화두 삼아 린드크비스트는 19세기, 20세기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지 점령이 어떻게 철저한 야만을 ..

딸기네 책방 2007.07.09

'가스 카르텔'... 쉽지 않을걸.

카타르 도하에서 9일과 10일 천연가스 수출국들의 모임인 가스수출국포럼(GECF) 총회가 열린다. 지난달 러시아가 가스 생산국들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며 팔을 걷어부친 이래 수입국들은 생산국들이 `가스 카르텔'을 형성하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러시아, 이란, 알제리,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석유, 에너지장관들이 GECF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8일 도하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주최국인 카타르를 포함해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6개국은 전세계 가스 매장량의 72%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량 기준으로는 42%를 차지하고 있다. 6개국 장관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가스 수출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이번 회의..

전쟁의 풍경 속에, 역사의 잔인한 순환 속에

전쟁의 풍경 Paisajes de Guerra (1996) 후안 고이티솔로 (지은이) | 고인경 (옮긴이) | 실천문학사 | 2004-11-04 “알제리라고 하는 이 광활한 묘지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닫혀 있던 무덤에서 열어젖혀진 무덤으로 걸어가 먼저 사상과 꿈과 말을 묻고, 그 다음 가진 것 없이 살다가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죽은 남자, 여자, 어린이들의 처형당한 시체를 묻고 있다.” “그 수가 많냐 적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들 순교를 한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이 있고, 동물처럼 이 게토에 영원히 갇혀 있습니다. 조금씩 죽어가는 생명을 느끼며 마음은 폭탄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언젠가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살 테러 공격에 아무 무기나 들고 뛰어들 겁니다. 죽는 것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딸기네 책방 2005.09.09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Les Damne's de la Terre프란츠 파농 (지은이) | 남경태 (옮긴이) | 그린비 | 2004-08-25 파농의 이 책을 읽고난 뒤의 느낌을 한마디로 말하면, '슬픔'이다. 식민지 출신의 정신과 의사, '식민지 엘리트'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민주의에 맞서 싸웠던, 제3세계 민중들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진정한 투사, 상투적인 표현을 빌자면 '불꽃처럼 살다가 젊은 나이에 스러져간' 사람. 이 책은 파농이 죽기 불과 얼마전에 쓴 글들이고, 스스로 책의 제목을 정한, 유일한 저작이라고 한다.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이 문장에서 가장 먼저 내게 전달되어왔던 것은 슬픔이었다. 그는 투사였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의 글에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을 먼저 읽..

딸기네 책방 200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