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198

26. 합스부르크가, 동유럽의 '새로운 태양'

26. 16-17세기 합스부르크가의 부상 어릴 적 읽은 순정만화나 역사책에 많이 나오던 합스부르크.... 꽤나 오랜 기간 유럽을 지배했던 왕실이죠. 합스부르크가가 형성된 것은 11세기 무렵. 합스부르크가는 14-16세기 중·동부 유럽의 패권을 놓고 경쟁한 여러 왕가들 중에서는 시기적으로는 마지막으로 부상한 세력입니다. 원래 합스부르크가는 신성로마제국 시절 오늘날의 스위스 동부 일대에 봉토를 갖고 있던 독일계 귀족 가문 중 하나였는데, 영주들 중에서도 무명인 축에 속했다고 합니다. 이 가문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273년 루돌프 백작 Rudolf I 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1273-91년 재위)가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독일의 선거후들은 루돌프가 특출난 인물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그를 황..

25. 폴란드, 스웨덴, 코사크, 러시아... 폴란드와 러시아의 기나긴 악연

25. 16-17세기 폴란드의 성쇠 한동안 머물렀던(?) 투르크제국과 이스탄불을 떠나, 다시 폴란드로 가봅니다. 야드비가 공주와 야기에워 공의 결혼을 통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합쳐지면서 '정략결혼을 통한 왕실-국가간 결합'이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했지요. 1565년 루블린 조약으로 통일이 공식화되면서, 폴란드 귀족들의 관료 체제가 리투아니아 귀족사회에도 뿌리를 내렸습니다. 왕자공주 혹은 왕과 여왕의 결혼이 '나라끼리의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몽땅 다 끼리끼리 결혼한 것도 아니고... 리투아니아는 이후 모든 영역에서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는 처지가 됐다고 보는 것이 역사가들의 시각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일방적인 관계라는 게 있나요. 폴란드인들은 리투아니..

군칸지마(군함도), 체르노빌, 차티엔, 세웰... 세계의 유령도시들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 웹사이트에 눈길 끄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네요.'세상에서 가장 황폐한 도시'. 구글 스트리트뷰에 잡힌 일본 군칸지마(군함도)의 이미지입니다. 'The most desolate city on earth': Google Street View captures eerie images of Japan’s abandoned Battleship Island 군칸지마는 나가사키 남서쪽에 있는 섬입니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입니다. 이 섬을 1890년에 미쓰비시가 매입해서 바다밑에 있는 해저탄광 채굴기지로 삼고 주변을 매립해, 암벽을 둘러쳤습니다. 그 안에 건물이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치 외관이 군함처럼 보이게 됐기 때문에 생긴 별명입니다. 그러나 석탄은 고갈됐고, 1974년 1월 ..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전자쓰레기(e-waste)들

우리가 쓰고 버리는 이 많은 물건들, 이것들이 죽으면 어디로 가나.. 얼마 전 ‘무덤들의 경의를’이라는 포스팅에서 재미있고 우울한 물건들의 무덤 이야기를 했었지요. 오늘 야후뉴스를 보니 Tech Graveyards: Where Old Technology Goes to Die 라는 게 눈에 띄는군요. 야후 편집자 Claudine Zap이 모아놓은 사진들입니다. 제목이 ‘기술의 무덤들’이네요. 죽어가는 옛기술들... 정보기술(IT)산업이 발달하면서 버려지는 옛 기술 제품들 사진들입니다. 한번 보시죠. 먼저, 미국의 오래된 공중전화기들입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 Dave Bledsoe 가 찍은 사진이라고 하네요. 이 작가가 야후에 보내온 메시지. “우리의 새로운 기술들은 아주 편리하기는 하지만 ..

24. 터키의 이스탄불, 예전의 모습은 어땠을까

24. 16-17세기의 이스탄불 요즘 이스탄불 탁심 광장 재개발에 반대하는 시위 소식이 많이 들려왔지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시위대와 만나 재개발 공사를 '일단 중단하겠다'고 함으로써 잠시 소강국면을 맞고 있는 듯합니다만. 이스탄불... 콘스탄티누스의 도시에서 비잔틴 제국의 수도로, 그리고 오스만투르크 제국 아래에는 이스탄불로. 이 도시처럼 찬란한 도시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어요. 오래전 이스탄불을 여행한 뒤에 "세상 어느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세상 모든 도시는 저마다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고요? 하지만 이스탄불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터키가 자랑하듯 '두 대륙이 만나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그 역사와 문화와 풍경은..

23. 적들에게 죽음을 알리지 않았던 오스만의 지배자, 술레이만 대제

드디어 가까운 시대??로 접어듭니다! 23. 16세기 중반 유럽에서 정점에 오른 오스만 투르크 제국 드디어 이 사람의 시대가 됐습니다. '술레이만 대제'로 알려진 술탄 술레이만1세 Süleyman the Magnificent (1520-66년 재위)... 술레이만은 '솔로몬'의 터키식 명칭이죠. 술레이만 치하에서 오스만 제국은 유럽으로의 팽창을 계속합니다. ‘노예 군단’으로도 불렸던 잘 훈련된 예니체리 보병부대와 기병부대를 필두로 한 술레이만의 군대는 유럽의 적들과 만나 연전연승을 거뒀습니다. 군사적 성공을 거듭하며 그의 제국은 다뉴브 분지 깊숙한 곳으로 영토를 늘렸습니다. 술레이만은 유럽의 지배자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었습니. 오스만 제국에서는 그의 통치 기간 건축, 예술, 법학, 문학, 외교..

22. 나라를 넓힌 폴란드와 '야기에워 체제'

22. 14-15세기 폴란드의 팽창 오늘은 14~15세기 폴란드로 가봅니다. 이 시기에 폴란드는 정치적으로 그럭저럭 안정됐고, 문화적으로도 번영을 구가합니다. 하지만 북쪽에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발트 해 연안에서부터 내려오는 튜턴 기사단과 점점 늘어나는 독일계 이주민 집단으로 인해 혼란이 조금씩 더해가고 있었습니다. 독일계 이주민이 세력화하면서 폴란드의 포메라니아(폴란드어로는 Pomorze- 여기를 참고하세요) 통치권을 위협했을 뿐 아니라, 폴란드 내륙에서 발트 해로 접근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갈수록 강해지는 튜턴 기사단과 폴란드인들 사이에 14세기 내내 충돌이 심해졌지만 폴란드 정부는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름이 예쁜 포메라니아... 이런 곳이로군요 ^^ 지도, 사진..

무덤들에 경의를

오늘 아침에도 칫솔로 이를 닦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회사에 왔습니다. 랩톱 컴퓨터로 기사를 씁니다. 오늘은 야근입니다. 택시를 타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겠지요.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던데, 우리가 쓰는 이런 물건들이 죽으면 무엇이 남을까요. 중국의 충칭은 인구가 2800만명입니다. 이 커다란 도시 외곽에 ‘노란 택시의 무덤’이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이 발전해서 자가용 승용차를 모는 사람들이 늘고 자동차 총 등록대수가 1억대가 넘습니다만, 대중교통이 완전히 확충되지 않은 이 도시 주변 권역에서는 택시가 주요 교통수단이랍니다. 시민들의 발이 돼주던 택시가 수명을 다하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폐차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빈터에 버려집니다. 그렇게 한 대, 두 대 방치된 택시들이..

마거릿 대처, 미국인들에게 말하다

영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는 1980년대 세계 정치무대를 휩쓴 인물이죠. 국내에서도 어느 대기업이 신문 전면광고로 '여성 인재를 중시하겠다'면서 대처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던 기억이 납니다. 왜 이걸 생생하게 기억하냐면, 그 얼마 뒤 제가 그 기업의 입사시험을 치렀고 '여성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합격했기 때문입니다. 좀 우스꽝스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직종이 무려 '전문비서직'이었습니다. 여차저차한 사정이 있어서 그 회사에 가지는 않았고, 몇년 뒤 그 기업이 '여성전문직' 직원들부터 우선적으로 다 잘라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대처의 후예(?)들은 그렇게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희생양이 됐다는 슬픈 전설... 대처의 이름 앞에는 ‘철의 여인..

21. 오스만 투르크 제국, 동유럽을 삼키다

21. 13-15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흥기 (우왕... 이 연재를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되었어요... 50회 분량인데, 아직도 1년은 더 해야겠군요 ㅋㅋ) 구미에서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오토만(Ottoman) 제국’이라 부릅니다. 오토만이라는 말은 투르크족의 지도자인 오스만1세 Osman I(1258-1326. 1281-1326년 재위)의 이름을 서양인들이 잘못 발음한 데에서 나온 거라고 합니다. 오스만1세는 아나톨리아의 북서쪽 모퉁이, 유럽과 비잔틴 가까이 있던 셀주크 투르크족 나라의 지도자 중 하나였는데, 훗날 대제국이 되는 나라를 일으키면서 기독교 세계의 숙적으로 떠오릅니다. 오스만이 셀주크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것은 1299년. 몽골(원나라) 군대가 서진하면서 쳐들어온 것이, 오스만이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