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러시아 시위, 두 갈래 시각

딸기21 2007. 4. 16. 18:19
728x90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주말인 14일과 15일 이틀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경찰은 300명 가까운 시위대를 연행하고 집회를 강제해산시켰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의 레임덕을 보여주는 사건'`민주화 요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여전히 푸틴 대통령이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서방측 시선을 오히려 `반러시아적인 시각'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푸틴 체제를 보는 시각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모스크바의 봄'?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모스크바 시위를 크게 전하면서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구타, 체포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경찰은 2000여명이 집결해 이틀간 벌어진 시위에서 첫날 170여명, 둘째날 120여명 등 300명 가까운 인원을 체포했다.
구금된 이들 중에는 푸틴 체제를 비판해온 체스 스타 개리 파스파로프와 반체제 작가 겸 정치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 등이 포함돼 있다. 파스파로프는 컴퓨터와의 체스 대결 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유럽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 유명인사다. `푸틴 독재'를 공공연히 비판했던 카스파로프는 이달들어 계속 "크렘린의 비밀경찰들 때문에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4일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거센 반 푸틴 시위. /로이터

AP통신은 모스크바 시위에 대해 "푸틴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다""저항심리가 행동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반 푸틴 시위가 모스크바 뿐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까지 확산됐다는 점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카스파로프를 조명하면서 체스 영웅이 바라본 푸틴 체제의 비판 세력 탄압을 강조하는 기사를 실었다.
러시아가 지난해초 우크라이나와 천연가스 공급 갈등을 빚은 뒤 유럽과 미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파시즘'을 강력 비난했으며 푸틴대통령의 3선 출마설, 언론통제와 반대세력 탄압 등을 집중 부각시켰다. AP는 "크렘린의 통제를 받는 러시아 언론들은 이번 시위를 축소보도했다"고 꼬집었다. 로시야TV 등 모스크바 언론들은 시위 장면을 스쳐지나치듯 내보낸 뒤 유도복을 입고 군 행사에 참석한 푸틴대통령의 모습만 주요 뉴스로 전했다고 AP는 지적했다.

누가 푸틴을 비난하는가

러시아 내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일부 `명망가들'이 푸틴 체제의 비민주성을 욕하지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80%에 이르고 있다. 언제 대선을 치르든 푸틴대통령의 3선은 가능하다. 옛소련 붕괴 뒤 바닥으로 떨어졌던 에너지 생산능력은 2000년대 들어 급상승, 지난해 한때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1위 산유국이 되기도 했다. 고유가 덕에 경제는 호황을 기록하고 있다.
서방으로부터 `크렘린 기관지'라 비판받는 프라우다는 15일자 영문판에서 시위 사실에 대한 상세한 보도 없이 카스파로프라는 인물을 비판하는 기사만 실었다. 이 신문은 카스파로프를 "쓸데없는 소동을 일으키는 잔챙이"로 깎아내린 뒤 카스파로프가 한 여성 모델과 어울리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신문에는 또 "카스파로프가 뭐라 하든 푸틴 체제는 성공적"이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한계 많은 선거였다는 비판이 있지만 어쨌든 푸틴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2차례 당선됐으며,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고, 옛소련 붕괴 뒤 생겨난 과두재벌 즉 `올리가르히'를 청산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일례로, 공중분해된 석유회사 유코스 그룹의 경우 `정권에 밉보여 무너졌다'는 서방측 시선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러시아인들은 보고 있다. 유코스를 세운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실제로 엄청난 부패를 저질렀으며, 오히려 푸틴 대통령조차도 올리가르히에 `유화적'이라는 불만이 퍼져 있을 정도다. 서방이 러시아의 에너지정책을 `에너지 파시즘'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서도 서방의 이중잣대와 `러소포비아(Russophobia)'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프라우다는 "카스파로프 등등이 내세우는 `푸틴 없는 러시아'의 실체는 대체 무엇이냐"며 "갱들이 판치고 썩은 재벌들이 득세하는 러시아를 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