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밉보였다가 공중분해된 에너지회사 유코스의 자산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7일 모스크바에서는 유코스 주식 잔여분 9% 가량을 매각하기 위한 입찰이 시작됐는데,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입김 아래에 있는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로스네프트는 유코스가 운영하던 시베리아 네프테유간스크 유전 등을 이미 헐값에 인수한 바 있으며, 이번 입찰에서도 유코스 주식 대부분을 감정가 이하의 가격에 확보했다. 이번 입찰에는 영국석유(BP) 등 외국 기업들도 뒤늦게 뛰어들었으나 로스네프트의 합법적 인수를 위한 `형식적 절차'로 끝났다.
유코스는 한때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였지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사장이 2004년 대선 때 푸틴대통령에 맞서 야당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건넨 뒤 쇠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사기죄로 구속된 뒤 풀려나 유럽으로 대피했고 회사는 문을 닫았다.
뉴욕타임스는 "로스네프트가 유코스의 잔해를 딛고 새로운 오일 자이언트(Oil Giant)로 떠오르고 있다"며 푸틴 정부가 이로써 에너지 분야를 `재(再) 국영화'한다는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푸틴 정부는 천연가스 회사 가즈프롬을 통해 유럽 에너지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데, 유코스 자산을 로스네프트에 넘김으로써 석유 부문까지 손에 쥘 수 있게 된 셈이다.
가즈프롬은 푸틴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이사회장을 맡고 있으며, 로스네프트도 역시 푸틴대통령 측근으로 유코스 해체 주역이었던 이고르 세친 전 크렘린 행정부실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한때 푸틴 정부는 가즈프롬과 로스네프트를 합병해 세계 수위 규모의 에너지 회사를 만들려 했으나 이 시도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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