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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에 간 반기문 총장, '가슴이 철렁'

딸기21 2007. 3. 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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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연설을 하는 도중, 주변에 로켓포가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지만 3년반 전 이라크 특사로 와있던 사무차장 등을 테러공격으로 잃었던 유엔과 이라크 정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총장이 야심찬 이라크 재건 지원계획을 내놓고 모처럼 바그다드에서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려 하는 참에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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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강화" 말 끝나자 `쾅'

반총장은 22일 극비리에 바그다드를 찾아 티그리스 강변 국제지구, 이른바 `그린 존(greenzone:안전지대)' 안에 있는 총리 공관에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총리를 만났다. 반총장은 1시간여 알 말리 총리와 비공개 회담을 가진 뒤 공관 내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반총장의 이라크 방문은 취임 이래 처음이며, 유엔 총장의 방문은 2005년11월 코피 아난 당시 총장 방문 이래 1년4개월만이다.
알 말리키 총리는 반총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와 "국제정치에서 이렇게 중요한 분이 바그다드를 찾았다는 것은 이라크 치안이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치하했고, 반총장은 "이라크에서 유엔의 역할을 늘리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덕담'이 나오자마자 50m 떨어진 곳에 로켓포가 떨어져 진동과 굉음이 회견장을 덮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극비 정보 어디서 샜나

반총장의 이날 방문은 총장 비서조차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유엔은 반총장이 미국 뉴욕의 본부를 떠나 이집트를 방문할 것이라는 `위장 스케줄'까지 발표했고, 바그다드 회견 시작 직전에야 이라크 방문 사실을 알렸다. 이번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 반총장을 직접 겨냥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공동기자회견이 열리는 시간에 인접한 곳에 포탄이 떨어진 것은 우연의 일치로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 현 이라크 정부는 시아파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군대나 경찰과 시아파 무장세력간 `내통'이 벌써 수차례 폭로된 바 있다. 경찰 고위 간부가 테러세력을 지원하다 파면된 일도 있었다. 따라서 반총장의 방문이 누군가에게 누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그린존이 모든 무장세력의 공격목표라는 점에서 이번 건도 특별한 목적이 없는 공격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이라크 정부는 곤혹스런 처지를 면치 못하게 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거주지역에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며 `안정화 작전'을 벌여온 미군과 이라크군도 체면이 안 서게 됐다. 문제의 로켓포가 이란군이 많이 쓰던 옛소련제 카튜샤 로켓이란 점에서, 그동안 저항세력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받아온 이란에 불똥이 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유엔의 이라크 계획 잘 될까

2003년8월 유엔 대표부가 들어가있던 바그다드 그린존 내 적십자위원회 건물에서 차량 자폭테러가 일어나 총장 특사로 와있던 세르지우 데 멜루 사무차장을 비롯한 22명이 사망했었다. 유엔 창설 이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이 사건 이후 유엔 대표부는 바그다드에서 철수했고 전세계 분쟁지역의 유엔 관련시설 경비가 강화됐다. 전쟁 발발 5개월만에 벌어진 이 참사 뒤 사실상 유엔은 이라크 내에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반총장은 이를 의식한듯 새롭게 유엔 차원의 `이라크 드라이브'를 걸기로 하고 지난주 이라크 재건과 자립을 돕기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이라크 정부는 올 연말까지 재건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2008∼2012년 5년 동안 매년 정해진 경제복원과 성장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 미국이 내세웠던 석유증산 계획은 전후 4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인데, 유혈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라크에서 유엔의 계획이 목표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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