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프랑스 대선에서 이변 일어날까

딸기21 2007. 3. 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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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에서 이변이 일어날 것인가.


좌·우파 후보들 간 각축으로 진행되던 대선 구도에 중도파 다크호스가 급부상하더니, 이젠 대권을 넘보고 있다. 8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집권 우파 국민행동연합(UMP)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와 범야권 좌파 후보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이 모두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에 패배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좌우 양 진영은 예상 밖 `바이루 태풍'에 초긴장하고 있다고 르몽드, BBC, 뉴욕타임스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바이루가 이긴다?


르몽드지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CSA의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는 사르코지 26%, 루아얄 25%, 바이루 24%로 각기 1%씩의 차이만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가 3% 이내임을 감안하면 세 후보 지지율엔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다.

같은 날 발표된 BVA 조사에서는 사르코지가 29%로 다른 두 후보보다 조금 높았다. 이보다 사흘전 실시된 LH2 조사와 입소스 조사, TNS-소프레스 조사에서 바이루의 지지율은 18∼20%였는데 하루가 다르게 치고 올라간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바이루가 결선에 진출할 경우 좌·우 후보 모두를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 BVA 조사에서 바이루는 사르코지, 루아얄 중 어느 쪽과 붙든 10% 가까운 차이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파리마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사르코지와 루아얄을 번갈아 비춰주던 프랑스 미디어들은 이젠 바이루로 초점을 옮겼다. 이번 주에 나온 시사잡지들은 하나같이 `제3의 인물 바이루'를 커버에 싣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동안 바이루가 루아얄의 표를 갉아먹는다는 생각에 은근히 여유를 즐겨운 사르코지는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모든 여론조사들에서 부동층이 25∼45%에 이르고 있어, 대선 향방은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다음달 22일 1차 투표 때까지 후보들은 한 차례 말실수나 구설수에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당보다 인물, `색깔'보다 `교감'


사르코지와 루아얄 캠프는 `바이루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당초 양측은 바이루의 인기가 거품에 불과하며 대선전이 진행되면 결국 유권자들은 왼쪽과 오른쪽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양쪽은 중도파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보다는 `자기 표 다지기'에 더 열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르코지가 계속 이민자 범죄 문제를 거론한 것이나 루아얄이 에어버스 감원 반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공약한 것이 그런 예들이다.

반면 `농가 태생, 교사 출신, 평범한 아버지'임을 내세운 바이루는 경쟁자들과 정반대의 자세를 취했다. 스테디셀러 역사책 저자이면서 여전히 교외에서 자기 밭 농사를 짓는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한 바이루는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중도파'임을 줄곧 강조했다. 정치경력 20여년에 1990년대 교육장관을 지낸 각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 얼굴'로 자신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좌우 대립보다 `생활의 이야기'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데 성공한 것은 직접민주주의를 내세우며 화려한 미디어전을 벌였던 루아얄이 아니라 소박한 바이루였던 것.

뉴욕타임스는 "보모같은 좌파와 범죄에 부르르 떠는 보수주의자 사이에 중도파 후보가 떠오른 것"이라면서 "정당 위주 정치, 거대정당들의 헛된 약속들에 지친 미국 유권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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