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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이란... 앙숙들의 접촉 뒤엔 '배경'이 있기 마련

딸기21 2007. 2. 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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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이야기, 오랫동안 참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은 담당;;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글 쓸 일은 적다. 오늘은 담당자가 휴가 간 기념으로 -- 특히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라든가 하는 것들은 남들에겐 전혀 관심없는 이야기이겠지만 나는 아주 재미있어하는 이야기여서 오랜만에 글 올림.

중동의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이라크와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례적인 접촉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지역강국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사우디가 미국을 대신해 이란과 접촉하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AP통신은 사우디의 반다르 빈 술탄 왕자가 지난달 테헤란을 방문, 레바논 시아파 정치조직 헤즈볼라가 주도하는 총파업과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란이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5일 보도했다. 왕가의 실세 중 한 명인 반다르 왕자는 왕위계승권자인 술탄 왕세제의 아들로, 현 압둘라 국왕에게는 조카가 된다. 반다르 왕자는 지난해 리야드로 돌아갈 때까지 22년간 주미 대사를 지내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일가와 한가족 같은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란 쪽에서는 핵 협상을 비롯한 서방과의 대화에서 총책임을 맡고 있는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회의 의장이 카운터파트로 나와 지난달 리야드를 답방했다. 사우디 언론은 이들이 비공개 접촉을 통해 레바논 문제를 논의한 뒤 친이란계 헤즈볼라를 설득, 총파업을 중단케 했다고 전했다. 레바논 시위가 최악의 위기를 피한데에는 두 나라간 물밑 협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사우디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는 AP인터뷰에서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이슬람 수니와 시아의 분쟁을 끝내도록 하기 위해 양국이 외교적 협력을 시작했다"고 말해,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확인했다.

이슬람 본산인 사우디는 수니파 무슬림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주변 아랍국들에게도 맹주 노릇을 하고 있다. 반면 아랍계가 아닌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 벨트(Shiite Belt)' 국가들의 반미 움직임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이란 시아파 이슬람혁명 이래 양국간 외교관계는 거의 단절됐다. 1990년대 후반 이란에서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집권한 뒤 잠시 해빙무드가 있었으나 이란 정권이 과격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넘어간 뒤로는 다시 냉각됐다.
사우디는 오사마 빈라덴의 9.11 테러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져 중동 국제정치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었다. 반면 이란은 핵 활동으로 미국과 정면 충돌하고 이라크 문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국제뉴스의 중심에 서왔다. 이번 양국 접촉은 이슬람권 내에서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비(非) 아랍계 국가들의 정치적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사우디도 어쩔수 없이 인정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례적인 최근의 접촉에 대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라크, 레바논 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측에 협력을 요청했고 낙관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이라크 문제에서 양쪽이 수니, 시아파 분쟁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할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이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세력을 밀어주고 있다면서 모든 대화를 거부한채 고립화 작전에만 골몰해왔다. 반다르 왕자의 테헤란 방문은 미국 쪽의 입장에도 변화가 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 정치학자 할레드 알 다킬은 "사우디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야드의 서방 외교관들도 "사우디-이란 접촉에 미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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