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부시맨의 힘겨운 승리

딸기21 2006. 12. 1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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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맨(bushmen)'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남부의 산(San) 부족이 개발 바람 속에 터전을 잃고 떠돌다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보츠와나 로바체 고등법원은 13일 칼라하리 사막에 살다 쫓겨난 산족에게 `고향에서 자기들 방식대로 살아갈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AP, AF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산족이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에 거주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의 강제 이주정책은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또 "정부가 산족에게 사냥허가조차 내주지 않은 것은 굶어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산족의 전통적 생활방식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원주민 권리 이례적 인정

이번 판결은 원주민들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던 아프리카에서 예외적인 것으로, 절멸 위기에 처한 소수 토착민들의 전통적 생활양식을 법으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라져가는 토착민 살리기 운동을 벌여온 서바이벌 인터내셔널 등 비정부기구들은 이번 판결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산족들이 흩어져 거주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비슷한 소송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산족은 아프리카 남부에서 대대로 살아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다. 정식 명칭은 산족 혹은 코이산족이지만 `수풀(bush) 속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의 부시맨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보츠와나와 나미비아에 걸쳐 있는 칼라하리 사막에서 2만년 이상 살아왔으며, 학자들은 이들이 인류의 조상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생존에도 불구하고 현대화된 생활방식을 택하지 않아 서양인들의 구경거리가 되곤 했으며 영화 `신은 미쳤다(부시맨)'에서 희화화되기도 했다. 산족은 아프리카 내에서도 반투족 등 다수파 부족들에 밀리고 서양인들에게까지 쫓겨 현재 10만명 정도만 남아 있다.






보호 내세운 핍박정책

여전히 동굴벽화를 그리고 사냥하며 살아가는 산족이 힘겨운 법정투쟁을 시작한 것은 올해 초. 넓이 5만8000㎢로 한국의 절반 크기에 이르는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은 보츠와나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5년전인 1961년 만들어졌다.
당초 목적은 이 지역의 5000여 산족을 주변 농장주들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었으나, 개발 붐이 일면서 오히려 산족을 핍박하는 장치가 되고 말았다. 정부는 1990년대부터 산족의 사냥을 금지시켜 살 길을 막았으며, 지난해에는 무장경찰까지 동원해 2000여명을 쫓아냈다. 삶의 뿌리가 뽑힌 산족은 보호구역 밖 캠프에서 난민처럼 살고 있고, 알콜 중독과 에이즈가 판치고 있다. 쫓겨난 주민 239명이 소송을 냈는데 그중 20여명이 벌써 질병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나라로 손꼽히며, 경제개발이 착착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산족 같은 소수 부족의 아픔이 숨어 있다. 보츠와나 정부가 칼라하리 일대의 관광수익과 다이아몬드 광산 때문에 산족을 쫓아냈다는 의혹이 많다고 AP는 전했다. 정부는 아예 산족을 자국내 공식 부족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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