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콜라를 좋아하지 않지만, 콜라를 마실 때가 있기는 하다. 치킨 먹을 때... 그래도 내가 치킨을 먹는 횟수(나는야 치킨 마니아;;)에 비해 콜라 마시는 횟수는 적은 편. 암튼 어쩌다 한번이라도 마시긴 하는데, 몸에 나쁘다는 걸 머리 속으로 생각하면서 좀 찝찝하게 마신다.
오늘은, 콜라 이야기.
지난달 시작된 인도의 `살충제 콜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초 한 환경단체의 폭로로 코카콜라에 기준치 24배가 넘는 살충제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콜라 파문이 시작됐지만, 파장은 안전성 여부를 넘어서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외국 거대기업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면서 자존심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 코카콜라는 가라! `콜라민족주의'의 반격
코카콜라가 반대론자들의 공격을 받은 것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와 함께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코카콜라에게, 문화제국주의의 첨병이라는 비난은 언제 어디서나 따라다닌다. 건강에 나쁘다는 비판과 별개로 코카콜라는 하나의 `정치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코카콜라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서 반미정서가 고조되면서 코카콜라는 더 큰 반격을 받고 있다.
과거에 코카콜라를 공격하는 이들은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집중 공격한 시민단체들이었던 반면, 지금은 콜라 산업 자체에서 코카콜라를 향한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반미 정서가 높은 이슬람권이나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는 자기네 지역과 문화를 상징하는 콜라들이 시장을 공략하면서 반란의 주역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1990년대 말부터 이슬람권 전역을 휩쓸었던 이란산 잠잠(Zamzam) 콜라. `잠잠'은 유대·기독교·이슬람 모두가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과 관련된 지명에서 따왔다. 아브라함의 한 아들 이삭은 유대인들의 조상이 되고 또다른 아들 이스마일은 무슬림들의 조상이 됐는데, 이스마일이 이삭에 밀려 쫓겨나 사막을 헤맬 때 잠잠이라는 샘물을 마시고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있다. 잠잠콜라라는 이름에는 서구문명과 다른 이슬람의 역사가 들어있는 셈이다.
# 이슬람권의 `반미콜라'
잠잠콜라는 유럽에 무슬림 인구가 늘면서 유럽으로도 진출, 프랑스와 독일 등지에서도 어렵잖게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 또다른 이란산 콜라인 파르시(Parsi·페르시아)콜라도 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한 뒤 바그다드에서는 진짜 전쟁 이면에서 `콜라 전쟁'이 일어났다. 이슬람권 여러나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을 지원해온 코카콜라 제품의 판매를 금지시켜왔다. 그 대신 콜라시장은 또다른 미국 기업 펩시가 독점하고 있었다.
이라크전쟁 이후로는 양상이 달라졌다. 잠잠콜라에 더해 아랍 브랜드인 메카(Mecca)콜라와 아랍콜라가 펩시에 맞서 공세를 펴기 시작한 것. 메카콜라는 아랍에미리트(UAE) 기업가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기 위해 2003년 내놓은 제품이다. 역시 이슬람권인 터키에서는 콜라 투르카(Turka)가 인기를 끌고 있고, 파키스탄에서는 암라트(Amrat) 콜라가 팔린다.
이라크 주둔 미군들이 바그다드에서 시민들에게 잠잠콜라를 나눠주고 있다.
# 세계 곳곳 콜라 열전
라틴아메리카에는 유명한 노란색 잉카(Inca)콜라가 있다. 페루 리마에 본사를 둔 호세 린들리사(社)가 1935년부터 생산해온 유서 깊은 콜라다. 반미 대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쿠바에는 투콜라(tuKola)라는 브랜드가 있다. 유럽에는 더 다양한 콜라가 있다. 야자수 로고로 장식된 독일제 아프리콜라는 미국으로도 수출된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00% 천연 미네랄워터로 만든다고 주장하는 영국산 에보카(Evoca) 콜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에는 차이나콜라가 있다.
인도에서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게에서 코카콜라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캄파(Campa) 콜라라는 인도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1991년 당시 인도 정부가 시장자유화 정책을 쓰면서 수입규제를 완화, 코카콜라의 물량공세가 시작됐다. 결국 캄파콜라는 2000년 생산이 중단됐다. 3년 뒤 다시 투자를 받아 생산을 재개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번 인도 콜라파문 뒤에는 콜라를 둘러싼 `민족감정'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건강을 해친다는 비판이 많지만, 때로 콜라는 민족 정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잠잠콜라와 함께 '토착 콜라브랜드'를 대표하는 페루의 잉카콜라.
70여년 전통의 이 콜라는 '노란 콜라'로 더 유명하다.
아랍계 프랑스인이 만든 아랍콜라.
독일의 대표적인 콜라브랜드 아프리콜라의 광고포스터
■ 사람들은 왜 코카콜라를 욕할까?
`살충제 콜라' 파문이 일어난 뒤 인도에서는 케랄라주를 비롯해 28개주 가운데 절반 이상의 주정부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제조, 판매를 금지시켰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콜라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인도인들의 코카콜라·펩시콜라 불매운동
특히 환경단체의 보고서가 발표된 뒤에도 코카콜라는 인도 보건당국의 자료 공개 요구 등에 미온적인 대응을 보였고, 인도 소비자들에게 관련된 내용을 투명히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바로 그런 `오만함' 때문에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확산됐다는 시각이 많다.
코 카콜라가 세계 곳곳에서 보이콧의 목표물이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인도에서처럼 안전성 문제와 무성의한 대응이 정치적인 이슈로 확대되는 경우도 있고, 인권 문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올초 코카콜라가 남미 콜롬비아 공장에서 노동자 인권을 탄압한 사실이 알려진 뒤 미국 뉴욕대와 미시건대를 비롯해 10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코카콜라 불매운동을 벌였다.
콜롬비아의 코카콜라 반대 포스터.
"베를린의 베딩에 살고 있는 세바스티안은 축구를 좋아하는 11세 소년이다. 그런데 이가 흔들리더니 앞니가 빠지는 증세가 나타났다. 치과의사는 아이의 턱이 수축됐다는 진단을 내린 뒤 그를 종합병원으로 보냈다. 세바스티안은 병원으로 가던 도중 자전거에서 떨어져 종아리뼈가 부러졌다. 입원실로 옮겨진 소년은 다시 척추뼈가 부서졌다. 의사는 세바스티안이 하루에 한병, 어떤 때는 세병까지 큰 콜라를 사먹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한스 울리히 그림 著, ‘더이상 먹을 게 없다’ 146쪽)
콜라 속의 인산은 뼈에서 칼슘을 녹여내기 때문에 콜라를 많이 마시면 드물게 뼈가 부러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콜라 속의 당분은 어린아이들까지 당뇨병에 걸리게 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 반대하는 제3세계 시민운동단체들 뿐 아니라 미국의 교육·보건단체들도 콜라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음료협회는 아동 비만을 막기 위해 초등학교 자동판매기에서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몇몇 주들은 아예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콜라 판매를 금지시켰다. 영국, 폴란드 등 학교에서 콜라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나라들은 계속 늘고 있다.
■ 콜라에 관한 사실 몇가지
○…미국 최대의 수출품이라는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약사 존 팸버튼이 코카나무 잎과 콜라나무 씨앗 추출물을 섞어 처음 만들었다. 코카 잎과 콜라 씨앗은 둘 다 흥분제, 정력제로 애용되던 식물이었다. 팸버튼은 달콤한 시럽을 코카콜라라 이름붙여 약국에서 팔았는데 조수인 프랭크 로인슨이 실수로 물 대신 탄산수를 탄 것이 오늘날 콜라의 원조가 됐다.
○…그러나 오늘날의 코카콜라에는 사실은 코카도 없고 콜라도 없다. 코카는 잘 알려진대로 마약인 코카인의 원재료이고, 콜라에는 다량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오늘날의 콜라는 설탕과 탄산수, 검은빛을 내는 착색료로 제조된 `화학 합성물'일 뿐이다. 그런데도 코카콜라가 전세계 음료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 세계 190여개국에서 초당 7500병씩 팔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당뇨병은 선진국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에서 당뇨 환자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놀랍게도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라고 한다. 하와이에서 남서쪽으로 4500㎞, 호주에서 북쪽으로 3000㎞ 떨어져 있는 이 섬은 21㎢ 넓이에 인구 1만3000명의 소국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 섬에 당뇨병이라는 것은 알려져 있지도 않았었지만 지금은 성인 40% 이상이 당뇨병환자이고 합병증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호주의 당뇨병 전문가 폴 짐메트 박사는 나우루의 당뇨병이 `콜라 식민지화'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섬에 코카콜라가 들어온 뒤로 당뇨병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독특한 이상을 내건 콜라들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엘체(El Che)사가 만드는 엘체콜라는 남미의 혁명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에게서 이름을 빌어왔다. 엘체사는 엘체콜라 판매 수익의 절반을 비정부기구(NGO)들에 기부한다. 콜라가 숱하게 욕을 먹는 음료인 점을 생각하면, 콜라와 사회운동은 좀 어색한 조합인 듯 보이기도 한다. 실제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
○…코카콜라가 제조법을 외부에 알리지 않을 뿐더러 회사 내에서도 극소수의 간부들만이 비법을 전수받는다는 것은 하나의 신화처럼 떠돌고 있다. 코카콜라 예찬론자들은 "코카콜라는 99%의 설탕과 1%의 비법으로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코카콜라의 철저한 비밀주의를 겨냥, 제조법을 공개해 `카피 레프트(저작권 반대)'를 추구하는 콜라도 있다. 2005년 설립된 캐나다의 오픈텍스트사는 오픈콜라(Opencola)라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콜라의 성분과 배합비율, 제조법을 인터넷 등에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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