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지구의 반란

딸기21 2006. 7. 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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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지구촌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일주일 동안 외신들을 통해 가장 많이 쏟아져들어온 소식은 자연재해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은 지난주말을 휩쓴 물난리로 정신이 없었고, 중국과 일본도 홍수와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인도네시아 쓰나미(지진해일)와 산불, 미국과 유럽의 살인 더위 등이 동시다발로 일어났다.

기상·자연재해는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한 것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정치적 위기의 해법이 인간의 손에 달려있듯이 지구가 던져주는 숙제들을 푸는 것도 인간의 손에 달려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제 세계인들이 `더 더워진 지구'를 이해하고 적응하고 파국을 늦추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기후변화를 가장 쉽게 이야기하는 방법-- 즉 돈에 대한 이야기다.


# 지구온난화의 스케치


캐나다 북쪽, 북극과 가까운 툰드라지대에서 일군의 기술자들이 동토를 시추하고 있다. 다이아빅 다이아몬드광업회사 직원들은 영하의 기온에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은 강물과 호수, 툰드라를 가로질러 `얼음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 꽁꽁 얼어붙은 320㎞의 도로를 이용해 그들은 광석 채굴 설비를 실어 나르고 연간 800만 캐럿 분량의 다이아 원광을 캐낸다. 그런데 다이아빅사의 수익성 높은 사업을 가로막는 방해자가 최근에 나타났다. 바로 날씨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동토가 녹아 길이 사라지고 있는 것. 어쩔 수 없이 러시아산 초대형 헬기를 구입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사업 전반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부두두두둑....


다이아빅사의 사례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현상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더 더워진 행성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기후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곳에서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도 인류는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 이상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적응하라, 그러지 않으면 무너진다(Adapt, or Bust).' 이것은 영국의 로이드 보험사가 최근에 내놓은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기온 상승과 빙하지역의 융해, 그로 인한 고위도 지방의 촌락 이동, 아프리카의 수확기 축소와 세계 곳곳의 해수면 상승, 멕시코만 일대 에너지회사들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등을 담고 있다.


# 스위치는 눌러졌다


캐나다의 생태학자 앨런 캐럴은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다음 세대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변화들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그것이 가져오는 크고 작은 재앙들에 대해 인류가 너무 무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생태학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임계점이 이미 지났다면서 "인류는 기후변화의 스위치를 이미 눌러버렸다"고 지적한다.

사하라 사막의 확대나 남태평양의 해수면 상승 등 더운 나라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던 지구온난화의 여파들이 이미 온대지방 고위도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의 솔숲은 `따뜻한 겨울'을 무사히 넘긴 벌레들 때문에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삼림학자 해미시 키민스는 "주 내에 있는 솔숲은 몇년 못가 80% 이상 사라질 것"이라면서 "임업에 종사하는 지역공동체들은 곧 붕괴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언을 내놨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말리에서는 연평균기온이 30년새 2℃ 올라갔다. 수치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우기가 한달 가까이 줄어든 여파는 엄청나다. 벼가 자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고 감자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미국 알래스카 서쪽 해안에 있는 쉬스마레프 마을은 빙산이 녹으면서 파도가 덮쳐 물에 잠길 지경이 됐다. 알래스카의 툰드라를 여행할 수 있는 기간은 1970년 연간 220일에서 현재는 100일 정도로 줄어들었다.


# "한 나라가 무너질 수도 있다"


지난 17일부터 21일 사이 핀란드의 에스푸에서는 `기후변화 위험 관리'를 다루는 기상학자들의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 참석한 200여명의 기상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지구온난화시대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후변화와 잦은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의 미셸 자로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에 참석해 "기후 재앙이 한 나라의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례로 태국의 경우 1989년부터 2002년 사이 기상재해로 700억 바트(약 1조750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WMO과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 따르면 기상재해로 인한 세계의 경제적 피해는 1970년대 연간 평균 1310억달러(약 125조원)에서 80년대 2040억달러, 90년대 6290억달러로 크게 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연간 70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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