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 - 첨단 기술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구정은, 이지선 (지은이). 북카라반2025-08-15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의 청소년용 버전(?)이랄까요. 작년에 나왔는데 소개도 안 하고 있었네요.)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주목해왔지만 ‘챗GPT 이후의 세계’는 변화의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른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공지능을 아주 잘 쓰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생겨나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도구를 열심히 활용하고 있지만 중장년층부터는 ‘아이고 머리 아파’ 하는 분위기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의식적으로 앱이나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이미 인공지능을 비롯한 온갖 새로운 기술들은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이 사실 자체도 모두가 안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는 것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는 정도의 인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우리 삶을 어떻게, 얼마나 바꾸고 있는데? 자율주행차 얘기가 나온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안 되잖아. 아냐, 이미 자율주행 기능이 승용차에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는데. 전기차가 깨끗하다는 것도 사실상 허구 아니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됐잖아, 녹색 기술은 아직 안 먹혀. 기후변화에 맞선다고? 말만 그렇지, 선진국들도 열심히 안 하잖아.
모두 맞는 말들이다. 모두가 절반의 진실들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80억 인구의 생활은 몇 년 사이에 그렇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를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래서 불안해 한다. 이 변화가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변화는 충격파를 남긴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다. 내가 승자가 될지 패자가 될지 모르기에 더욱 불안하다. 당장 뭘 해야하는 것인지 모르니 불안감은 증폭된다.
저자들은 기술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불안감을 들여다보는 일은 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것은 ‘질문들’이다. 어떤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고 목적이다.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따지고 보면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했다. 그것이 ‘미래(未來)’, 아직 오지 않은 것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이다. 어떤 이들은 낙관론을 펼치는 반면에 어떤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첨단’ 혹은 ‘인공’이라는 말이 붙은 모든 것에 불안해 한다. 하지만 둘 중에서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야 할 길은 갈짓자가 될 수밖에 없고, 혼란 속에서 모색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래도 좀 덜 불안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에 우리가 던지는 질문들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을 쓰는 내내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읽으면서 우리의 생각 또한 지그재그를 그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준 것은, 고전적으로 표현하면 존 롤스가 <정의론>에서 설명한 ‘무지의 베일’ 같은 것이었다. 한 사회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에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지침 말이다. 내가 어느 곳에서 어떤 조건을 가지고 태어날지 모른다면, 내가 여성일지 남성일지 혹은 흑인일지 백인일지, 아니면 신체적 장애가 있을지 또는 머리가 좋을지 나쁠지 모른다면, 뭔가를 결정할 때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 거창하게 말하면 그것이 ‘정의’다. 낯선 기술들이 우리를 어디로 끌고갈 지 모른다면, 새로운 흐름에 휩쓸려갈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방향을 잡는 것이 모두를 위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안전장치를 고민해보기 위한 밑작업이다.
게으른 저자들을 독촉해 가며 책이 나올 수 있게 해준, 꼼꼼하게 읽어주고 구성을 다듬어 준 김경수 편집자와 추수밭 편집팀에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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