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 중국-인도, 미국-멕시코… 불 붙는 ‘물 분쟁’?

딸기21 2025. 4. 17. 17:50
728x90

인도와 중국이 국경 분쟁에 이어 물을 놓고 한 판 붙을 모양새다. 중국은 이미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어마어마한 댐을 갖고 있다. 싼샤 댐이라는. 그런데 이보다도 더 큰 댐을 짓는다 해서 논란 거리다.

 

중국과 인도 간의 물 분쟁은 주로 중국은 야룽창포라 부르는 브라마푸트라 강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다. 티베트에서 발원,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통과하며 수백만 명을 먹여살리는 강이다. 사실 이 강이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이었다. 두 나라 건국 직후인 1950년대부터 양국 모두 브라마푸트라 강의 개발 잠재력에 주목했던 것이다. 

 

브라마푸트라 강

 

2002년 중국과 인도는 홍수철 하천 관리 데이터 공유 협정을 체결했고, 2013년에는 강 관리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양해각서(MoU)에 서명을 했다. 그런데 2017년 인도가 실효지배하고 있지만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있는 아루나찰프라데시 지역에서 두 나라 병력이 충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자 중국은 하천 데이터 공유를 일시 중단했다. 상류국가로서의 이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BRAHMAPUTRA RIVER FACTS AND INFORMATION

 

그리고 2021년 발표한 중국의 제14차 5개년 계획에 브라마푸트라 강 대규모 댐 건설 계획이 포함되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대규모 댐이 물 흐름을 바꾸고 농업에 영향을 주고 인도 북동부 지역 홍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 2월 초 이코노믹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브라마푸트라강 댐이 싼샤댐보다 3배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면 물이 강으로 흐를 때보다 훨씬 많이 증발한다. 주변 경관도 바뀌고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주변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댐 건설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는 데에는 전략적, 경제적, 환경적 동기가 있다.

 

1. 에너지 수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력발전 늘리고 있다.

2. 수자원 관리: 댐은 농업, 홍수 조절, 도시 개발을 위한 수자원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티베트와 같이 물의 가용성을 예측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3. 경제 개발: 대형 댐 프로젝트, 일자리와 인프라 창출. 한마디로 GDP가 올라간다.

4. 지정학적 영향력: 상류의 물 흐름을 통제함으로써 인도와 방글라데시 같은 하류 국가에 전략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광범위한 지정학적 협상에서 협상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는 중국의 계획을 물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투명성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달초 인도 싱크탱크 아시아컨플루언스가 주최한 "히말라야 이남 지역의 물 안보" 컨퍼런스에서 인도 측 학자는 중국이 수력발전용 댐을 짓는 것을 넘어, 브라마푸트라 강의 물을 상당부분 자국 내 다른 강으로 돌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루나찰프라데시 출신 하원의원은 "이것은 댐이 아니라 인도를 비롯한 하류 국가들에는 물폭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이 메콩강에 메가 댐 10여개를 지으면서 동남아 5개국과 물 갈등을 빚은 전례가 있다. 중국과 인도가 문자 그대로의 '물 전쟁'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수자원 관리를 함께 하기 위해 장기적 영향에 대한 공동 연구를 포함해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과 인도 뿐 아니라 최근에 미국과 멕시코도 물 분쟁을 벌이고 있다. 두 나라는 리오그란데 강과 콜로라도 강의 물을 함께 이용하기 위해 1944년 물 조약을 맺었다. 조약에 따라 멕시코는 5년마다 약 21억 입방미터의 물을 미국에 공급해야 하고, 미국은 매년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양의 물을 콜로라도 강에서 멕시코에 내줘야 한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멕시코는 물이 모자라 약속한 양을 미국에 못 주고 있다. 그러면 미국 텍사스 같은 지역들에선 농업이 힘들어진다. 게다가 미국도 점점 건조해지고 가뭄이 심해지는 추세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가 물 조약에 따른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번 5년 주기가 올해 10월에 끝나는데, 현재까지 공급한 물이 약속된 양의 3분의1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멕시코가 미국에 준 '물 빚'이 15억 입방미터라니까 내준 것은 약 6억 입방미터. 그러니 약속한 양의 30%에도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가 "텍사스 농부들의 물을 훔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미국이 내주기로 한 콜로라도 강 물의 공급을 중단하며 압박한다. 관세와도 연결지을 태세다.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자유무역협정을 2026년 재협상해야 하는데 물 공급을 제대로 안 하면 협정을 연장할 수 없다며 위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1월 25일에는 하원에 멕시코 규탄 결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물 공급을 제대로 못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기후변화로 가뭄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와 연결해서 압박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외교적으로 풀자,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의 기후변화 속에 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니 1944년 조약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협상해서 조약을 유연하게 만들자고 멕시코는 말한다. 

 

멕시코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압박도 문제지만 실제로 물 부족이 너무 심하다. 북부 미국 국경지대 주들은 정부가 미국에 물 공급을 늘려주려는 시도만 해도 거세게 저항한다. 2020년 치와와주에는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당시 미국으로 물을 돌리는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당국의 무력 진압으로 여성 한 명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작년에 집권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새로운 국가 물 계획과 17개 항목의 물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수자원 효율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미국과 협상을 다시하는 것 말고는 갈등을 풀 길이 없다.

 

Dry northern states like Nuevo León, pictured, could see their state water resources confiscated by the federal government as it seeks to increase water deliveries to the U.S. (Mexiconewsdaiyl.com)

 

세계적으로 물 부족은 얼마나 심각할까. 2024년 2월 유네스코 자료를 보니 세계에서 농업이 담수 취수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산업용수는 20% 미만이고, 생활용수는 12% 수준이다. 농업에 쓰이는 관개용수의 25%, 생활용수의 절반은 지하수다.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일 년 중 일부 기간 심각한 물 부족을 경험한다. 물 오염도 심각하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폐수 처리가 잘 되지 않아 수질이 나빠지고, 고소득 국가에서는 농업에서 발생하는 유출수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물 관련 재해, 즉 홍수와 가뭄은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를 가리지 않고 위협한다.

 

유엔이 규정한 '물 부족 국가' 같은 공식 리스트는 없지만 세계자원연구소(WRI)의 Aqueduct Water Risk Atlas 데이터에 따르면 25개국이 매년 극도로 높은 '물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 나라들에 사는 사람들이 세계 인구의 4분의1이다. 연중 한 달 이상 물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은 약 40억 명, 세계 인구의 절반이다. 물 문제가 가장 심한 지역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인구의 83%가 극심한 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남아시아는 74%가 비슷한 고통을 겪는다.

 

[WRI] 25 Countries, Housing One-Quarter of the Population, Face Extremely High Water Stress

 

물 문제는 여러가지가 합쳐져서 일어난다.

 

1. 인구 증가: 세계적으로 물 수요는 1960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 기후 변화: 강수 패턴이 달라졌다. 빙하가 녹으며 가뭄과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이 더 잦아지고, 물의 가용성에 악영향을 준다.

3. 수질 오염: 산업, 농업, 가정 폐수와 담수원 오염 문제.

4. 지속 불가능한 관행: 지하수의 원천인 대수층까지 끌어다 쓰는 과도한 추출, 비효율적인 관개, 물 낭비.

5. 도시화: 한정된 지역에 물 수요가 급증하는데 물 관리 인프라는 따라잡지 못하는 것.

6. 분쟁과 거버넌스 문제: 물 권리를 둘러싼 국내 혹은 국제 분쟁, 공유 수자원 관리를 효과적으로 못 하는 문제..

7.인프라 문제: 물을 저장, 처리, 분배할 수 있는 적절한 인프라가 부족한 곳들이 많다.

 

 

최근에는 AI까지 물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대규모 AI 모델을 운영하려면 엄청난 연산 능력이 필요하고 데이터센터에 냉각수가 많이 투입된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력 생산도 간접적으로 물 사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Microsoft의 미국 데이터 센터에서 GPT-3를 훈련하는 데에만 약 70만 리터의 담수가 들어갔다는 연구가 있다. 2023년에 미국의 데이터 센터 냉각에 약 660억 리터의 물이 소비됐다는 자료도 있다.

 

네이처파이낸스의 2월 기사를 보면 특히 데이터센터의 45%가 물 가용성에 문제가 있는 지역에 있다. 55%는 수질 오염 위험이 높은 곳에 있고 65%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해야 하는 지역에 근접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담수수요는 2030년에 공급량을 40%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현재의 AI 관련 정책에서 물 문제를 포함시킨 곳은 유럽연합뿐이다. 투명성과 사회적 합의 문제도 있다. 지역사회, 즉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물 소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알지도 못하고 논의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AI를 물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기는 하다. 수질 모니터링, 물 사용 최적화, 재해 예측과 관리, 인프라 유지관리, 수자원 통합관리 등에 인공지능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냉각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물 사정이 나빠지면 언제라도 국가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물 분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가들이 협정을 체결한 사례도 있지만 국제 공유 하천에 여전히 그러한 조약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물 분쟁들을 보면

 

1. 나일강 분쟁: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는 청나일강의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을 둘러싼 분쟁.

2. 인더스강 분쟁: 인도와 파키스탄

3. 콜로라도 강 분쟁: 미국과 멕시코

4. 요르단강 분쟁: 이스라엘, 요르단, 팔레스타인

5. 메콩강 분쟁: 중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이 주로 중국의 댐 건설 놓고 대립.

6.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강 분쟁: 터키, 시리아, 이라크

7. 아랄해 분쟁: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

8. 헬만드 강 분쟁: 2022~2023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간 헬만드 강을 둘러싼 긴장 고조.

 

한국은 물 부족 국가다, 아니다 언론에 속은 거다 논란이 있었다. 세계자원연구소 등의 물 스트레스 분석에서 한국은 심한 사례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지역적으로, 특히 전남과 제주 등 남부 지역에서 물 부족이 나타날 때가 많아지고 있다. 인프라가 잘 돼 있는 나라라지만 기후변화는 어떤 나라도 피해가지 못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