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8
라타키아. 시리아의 주요 항구. 인구는 70만명. 다섯 번째로 큰 도시.
사진을 찾아보면 지중해 파란 바다가 나온다. 역사 유적들도 많다. 2세기 로마 유적. 아파트들 사이에 바쿠스 신전. 예수성심교회라고도 부르는 라틴교회.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 지어진 석조 건물로 된 국립박물관... 중근동 일대 다 그렇듯이 기나긴 역사를 가진 곳. 페니키아 고대도시 라미타가 있던 곳.
기원전 4세기부터 그리스 셀레우코스 제국 통치. 그 뒤에는 로마 도시. 그런데 동로마 서로마가 갈라지면서 서로마는 가톨릭 유럽이 되고 동로마는 비잔틴 제국이 됨. 라타키아는 비잔틴 도시였는데. 7세기에 이슬람화, 우마이야 왕조, 압바스 왕조 등등이 들어섬. 그런데 비잔틴과 이슬람의 경계선, 양측 탈환전이 심했다. 십자군도 한때 여기에 거점을 뒀었고. 비잔틴과 싸워 이긴 오스만이 1516년부터 라타키아 지배.
1차 대전 뒤에 프랑스가 시리아를 위임통치령으로 만들었다. 이슬람의 한 분파인 알라위파가 자치령을 만들었는데 라타키아가 중심도시. 그때 잠깐 동안 알라위 국가가 만들어졌다.
알라위파란?
이번에 무너진 아사드 독재정권 얘기할 때 많이 등장하는 알라위파. 9세기에 이슬람 시아파에서 갈라져나온 분파. 창설자 이름 따서 누사이리파라고도 함. 이슬람의 한 분파라고 하지만 순니 시아 모두와 달라서, 과거 이슬람 제국 시절부터 탄압도 많이 받았다. 알라위는 이슬람이라고 볼 수 없다, 저쯤 되면 그냥 다른 종교다 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지역엔 많지 않고 시리아에서만 중요한 종교 세력. 시리아 인구가 2011 내전 전에 2400만~2500만명 정도 ⇒ 내전 때 난민으로 많이 빠져나가서 가장 줄었을 때인 2016년에는 1800만명으로. 지금은 많이 돌아와서 2200만명. 그 중에 알라위파는 200만~300만명( 인구의 다수는 아니지만 아사드 정권 주요 인사들이 알라위파, 영향력은 컸다). 튀르키예에 50만에서 100만 사이. 그리고 시리아 출신 이민자들 많은 아르헨티나 18만. 레바논 15만명.
영국과 프랑스가 지중해에 면한 오늘날의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일대를 멋대로 위임통치령으로 만들면서 이 지역 역사가 바뀌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땅 빼앗아 이스라엘 세워준 것을 비롯해서.
라타키아가 있는 지역은 1920년 프랑스 위임통치령이 됐는데 그때 알라위 자치지역이 된 거다. 프랑스가 당시 말하자면 소수집단이던 알라위를 징집. 그러면서 알라위 쪽에 힘이 실렸다고 함. 1940년대에 알라위 지역은 시리아에 합쳐지고 1946년 시리아도 프랑스 위임통치 벗어남. 그런데 알라위파가 시리아 군대에서 중요한 역할, 나중에 집권당이 되는 바트당에서도 중요한 역할.
바트당 쿠데타를 통해 1970년 하페즈 알아사드가 권력 장악. 그 아들이 이번에 쫓겨난 바샤르 알아사드인 거고. (하지만 사실 바트당 정권은 종교 억압, 알라위파랑 부딪친 적이 더 많음. 나중에 시민들한테 밀리니까 종교를 등에 업으려고 했던 것)
라타키아는 왜 중요할까
무엇보다 지중해의 중요한 항구. 1950년에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차관 600만달러 받아서 항구 건설. 1970년대 레바논 내전으로 지중해 전통적인 중심항이었던 베이루트와 트리폴리(리비아 트리폴리 말고 레바논 트리ㅗㄹ리)가 혼란에 빠지면서 라타키아가 중요해짐. 1973년에 4차 중동 전쟁(욤 키푸르 전쟁) 때에는 여기 앞바다에서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라타키아 해전’이 벌어지기도.
2011년 봄부터 아랍의 봄 시위가 시작되지. 라타키아에서도 아사드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 하지만 라타키아가 시리아 내전에서 중요하게 된 것은 시위 때문이 아님. 거기 러시아군 기지가 있기 때문.
시리아는 옛소련권 바깥 지역에서 러시아가 유일하게 군사기지를 두고 있던 나라. 소비에트 시절에 지어진 타르투스 해군 기지. 타르투스도 지중해 해변 도시. 그런데 내전 때 다급해진 아사드 정권이 2015년 러시아에 라타키아 공군기지를 내줌.
기지를 개조, 확대해서 러시아가 쓰게 만들어준 것이 흐메이밈 공군기지. 사실 러시아 비호가 없었으면 아사드 정권 진작에 무너졌을 걸. 2015년 8월에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와 조약 체결, 흐메이밈 공항을 러시아군에 공짜로 빌려줌. 그 뒤로 이 기지가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 군사개입의 중심지. 관제탑 짓고 활주로 늘리고. 전투기 정찰기 탱크들 줄줄이 배치. S-400 미사일방어시스템도 설치했고.
러시아 군 정보국. 지금 이름은 총참모부인데 그냥 옛날식으로 GRU라고 흔히 부름. 이 기구가 라타키아에 정보시설 두고 있었다고. 러시아가 갖고 있는 해외에 있는 가장 큰 정보 기지라고도.
푸틴이 2017년 12월 바샤르 알아사드와 함께 흐메이밈 기지를 직접 방문. 당시 아사드 정권은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승리를 선언. 그럼 러시아는 철수해야 마땅했지만, 일부 군대를 철수시키면서도 타르투스의 해군 시설과 흐메이밈 공군기지는 계속 운영하겠다고 함. 2018년에는 대규모 리노베이션 해서 기지 더 확장. 2021년에는 러시아군이 이 기지에서 장거리 폭격기와 Su-35 전투기를 지중해 훈련비행 시킨 사실 보고됨.
포스트 아사드 시대, 라타키아의 운명은
그런데 아사드 쫓겨났다. 그럼 러시아군도 이제 나가야겠네?
현재 러시아군 철수 움직임이 있다. 일단 시리아 다른 지역에 나가 있던 러시아 군대와 외교관들을 흐메이밈 기지로 철수 중. 다마스쿠스 교외 쿠사이야의 시리아군 기지에 러시아군 400명 주둔하고 있었는데 흐메이밈으로 이동했다고 하고. 러시아 대사관에 머물던 군대도 떠났다고. 흐메이밈 기지의 러시아군 일부 장비도 철수 중인 영상이 공개됨.
다만 군대가 러시아로 안전하게 돌아가려면 시리아 반정부 세력과 협상을 해야함. 반군 그룹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사령부가 수도 다마스쿠스의 포시즌스 호텔에 있는데 시리아 내 러시아군 인사들이 이 호텔에서 반군 측과 철군 절차 및 러시아군 안전한 철수 협상 중이라고.
러시아는 아사드 편이었고 반군은 아사드를 무너뜨렸는데. 그럼 정치적으론 서로 반대 입장이어야 맞지만, 정치는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것. 타흐리르알샴이 이미 아사드 도망치기 전부터 모스크바와 협력할 의향을 표시했다고 함. 러시아가 그 동안 아사드 정권 지원하면서 시리아 에너지, 광업부문 상당히 투자를 했음. 이론적으론, 러시아가 그런 자산들을 교환해서 라타키아 군사기지 통제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거란 얘기도.
라타키아 기지를 이용해서 다른 지역에 있던 러시아군을 철수시키는 것은 맞는데 타흐리르 알샴이 러시아와 협상해서, 타르투스와 라타키아 두곳에 러시아군이 최대 3000명까지 머물 수 있도록 합의했다는 소문도. 확인되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러시아의 입장은, 시리아 내 러시아 군사기지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라는 정도. 16일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가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현재 시리아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세력과 접촉하고 있다”고 함.
지금 중동 정세 매우 복잡. 12월 9일 아사드가 모스크바로 망명. 그 다음날 이스라엘 해군이 라타키아 항구 공격, 시리아 해군 함정 6척 파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데 중동에서까지 복잡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을 것. 아사드 몰아낸 시리아 반군들, 국민들도 독재자 편들어준 러시아군 주둔 원치 않을 것이고.
하지만 시리아에서 나가게 되면 러시아 입장에선 중요한 해외 군사기지를 잃는 셈. 라타키아 기지나 타르투스 해군기지가 러시아에는 아프리카에서의 군사 활동에도 매우 중요한 거점이었음. 러시아의 아프리카 군사활동은 사하라 사막 남부에 걸쳐져 있는 건조하고 불안정한 지대인 사헬 국가들에 집중.
말리, 니제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등, 최근에 쿠데타나 내전 일어나고, 주변국들로부터 고립된 나라들. 그 나라들에서 러시아가 특정 세력에 무기나 군사고문 보내주며 개입. 주로 바그너그룹 같은 용병회사, 준군사조직을 내세워서 활동. 하지만 이런 활동에서 라타키아 기지가 군사장비나 인력, 화물 운송하는 항공기의 급유 지점. 러시아의 아프리카 개입도 기로에 섰다고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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