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4
인도네시아의 누산타라, 새 행정수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인도네시아 정치 상황부터.
10월 20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신임 대통령이 취임했다. 취임 전에 각료 명단을 발표했는데 내각이 무려 109명. 어마어마한 규모다. 전임 조코위 정부 때 각료 34명이었는데 ㅎㅎ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 시절이던 1965년 132명 각료 임명한 적 있었다. 그런데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수카르노 정권 전복됐고. 암튼 그 이래로 최대 규모다.)
왜 그렇게 각료가 많아졌냐면. 쁘라보워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 다문화적인 사회를 통합할 강한 정부를 원한다”고 설명. 하지만 본인이 말한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듯. 원래 쁘라보워는 악명높은 장기집권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세력. 그런데 노선 바꿔서 조코위랑 손 잡고 2월 대선에서 승리. 조코위 아들이 부통령 되고.
일단 조코위 쪽 지분을 챙겨줘야 했을 것. 조코위 측과 연합한 7개 정당에 자리 나눠줘야지. 조코위 시절의 각료들 거의 절반이 잔류. 특히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이로써 세 명의 대통령 밑에서 재무장관을 하게 됨. 평가가 나쁘지는 않음.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이사 지냈던 국제 금융계 거물. 코로나19 때도 재정운용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밖에 내무장관, 무역장관, 에너지장관, 국영기업부 장관 등 줄줄이 유임.
대체로 조코위 정권 시절의 정책을 이어갈 걸로 예상됐는데. 그게 각료 인선에서도 표현된 것. 조코위 시절 경제 실적도 좋고 인도네시아 위상도 높아졌음.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임. 쁘라보워 정부는 국방비 증액, 공무원 급여 인상, 어린이 8300만명 무상급식 등 야심찬 계획 내세우고 있음. 지출 많이 하려면 결국 경제 성장 필요. 5년 임기 동안 연평균 8% 경제성장을 목표로 거론. 코로나19 때 빼면 연간 5% 정도 성장률. 그보다 훨씬 더 올리겠다는 것.
누산타라 얘기로 넘어가보자~
새 정부 출범하면 보르네오 섬의 누산타라로 수도를 이전할 예정이었다. 올해 8월 17일 독립기념식을 누산타라에서 하기는 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것은 ‘2045 골든 인도네시아 비전’.
인도네시아, 인구 2억8000만명. 면적 190만 제곱킬로미터. 알다시피 네 개 큰 섬들 비롯해 수만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전통적인 정치 경제 중심지는 자바와 수마트라. 자바 섬의 자카르타는 인구 과밀에 인프라가 모자라 아우성인데 칼리만탄, 술라웨시, 그리고 이리안자야라고도 부르는 웨스트파푸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되고 낙후.
가장 큰 칼리만탄, 행정구역상으로는 칼리만탄인데 지리적으로 말할 땐 흔히 보르네오 섬이라고 부름. 그 섬의 일부는 말레이시아 땅이고 그 옆에 또 브루나이라는 별도 국가도 있고. 칼리만탄 개발하려고 누산타라라는 새 수도를 내륙에 짓고 있다.
그런데 수도 이전은 예상보다 좀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새 수도의 인프라가 안 갖춰진 모양. 교통망 연결하고 있는 중, 새 정부 출범 맞추지는 못했고. 쁘라보워는 조코위에 비하면 누산타라 프로젝트에 덜 적극적이라는 얘기도. 하지만 계속 인프라 짓고 단계적 이전 추진 중. 자율주행 철도(ART)도 도입할 계획이고. 누산타라가 있는 지역 새 수도 건설에 맞춰서 개발 한창 진행 중.
발릭빠빤, 사마린다 같은 주변 도시들 부동산 값 올라가고. 전체적으로 수도 이전 효과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 듯. 누산타라 개발과 관련된 투자도 늘고 있고 물류, 컨테이너 물동량도 늘고 있고. 수도 건설하려니까 건자재 적재하는 술라웨시 섬의 항구도 활황. 결국 부동산 개발인데. 자카르타글로브 보도 보니까 중국 Delonix 그룹이 5천억 루피아, 3200만달러 들여서 복합 건설 프로젝트 시작. 러시아의 매그넘 이스테이트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는 ‘매그넘 리조트’ 투자.
수도를 옮긴 나라들
자주 언급되는 브라질리아 사례도 있지만. 내륙 개발이라든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수도를 이전하는 경우들이 있다.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님. 물론 1790년 미국의 정치적 중심이 워싱턴으로 옮겨간 것처럼, 건국 초기에 새 수도를 정하는 일도 있고. 동서독이 통일된 다음에 베를린이 새 연방의 수도가 된 사례도 있고. 하지만 그건 서독 수도 본이 어쩔 수 없이 분단 상황에서 수도 기능을 했다가 옛 수도를 부활시킨 것이고.
최대 도시가 따로 있는데 내륙 개발 목적으로 수도를 개발한 사례 중에는 제일 유명한 게 1960년 브라질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라질리아로 수도 옮긴 것. 철저한 계획도시로 만들어짐. 오스카 니에메르가 설계한 흰색의 현대적인 건축물들 유명.
하지만 역시 브라질 하면 리우데자네이루가 더 생각나는 것이 사실. 브라질리아 인구는 300만명 좀 안 되고. 지금도 인구 순위로 보면 브라질에서 1위 상파울루, 2위 리우데자네이루, 3위 살바도르에 이어 4위에 불과. 하지만 계획도시의 장점도 있고. 모더니즘 건축, 예술적인 도시계획 높이 평가받아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
파키스탄도 1947년 독립 뒤 초기 수도는 카라치. 그러다가 계획도시로 이슬라마바드를 만들었다. 단번에 이전한 것은 아니고 라왈핀디라는 곳으로 한번 옮겨갔다가 1967년 이슬라마바드 공사가 진척된 다음에 새 수도로 이전. 이슬라마바드 지을 때에는 그리스 도시설계가가 깊이 관여.
비슷한 사례가 나이지리아. 아프리카 서부 나이지리아는 면적 92만 제곱킬로미터. 항구도시 라고스가 가장 크고 경제 중심지인데 1991년 내륙의 아부자로 수도 옮김. 30여년 지나면서, 지금은 주변 권역 포함해 인구 600만명. 아프리카에서 가장 성장세가 빠른 도시 중의 하나로 꼽힘.
브라질리아 혹은 아부자에는 못 가봤지만 라고스는 가봤고. 이웃한 코트디부아르의 수도에도 가봤다. 코트디부아르는 아비장이라고 하는 해안 도시가 유명. 제일 큰 도시이고 경제 중심. 1983년에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랑 같은 이유에서 내륙 개발하려고, 수도를 아비장에서 야무수크로라는 도시로 옮김.
이름이 생소. 아비장에 체류하다가 거기 잠깐만 들렀었는데 영 썰렁하더라고. 리우나 아비장, 라고스 같은 항구도시들은 오랜 교역의 역사를 비롯해 식민 통치의 유산, 활발한 경제활동… 반면에 야무수크로 같은 도시는 일단 이름조차 생소하고. 거기 가톨릭 신자들이 많아서 거대한 성당을 지어놨는데 그것도 좀 썰렁하고.
아시아에는 미얀마의 네이피도가 가장 뜬금없는(?) 수도로 유명. 2005년에 군부정권이 느닷없이 수도를 옮겼다. 당시 ‘미스터리의 밀림 속 수도’라고들 했다. 양곤, 과거에 ‘랭군’으로 서방에서 불렀던 유서 깊은 도시를 놔두고 내륙을 개발하기 위해 수도를 옮기는 것은 좋은데. 인프라도 없고 국민적 논의도 없이 갑자기 이전, 세계가 궁금해했다.
지금은 쿠데타로 다시 뒤집혔지만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정부 출범했을 때 거기 다녀온 기자 얘기를 들어보니까 ‘차들이 안 다니는 16차선 도로’, 의원들도 거기 집이 없어서 의회 회기 중에 기숙사 체류한다고.
카자흐스탄도 전에는 최대 도시인 알마티가 수도였고 지금도 최대 도시. 그러다가 1997년 수도를 아스타나로 옮겼지.
원래 누르술탄이라 불리던 도시였는데 수도로 결정한 다음에 일본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한 마스터플랜으로 완전히 변모시킴. 미래형 건물들 늘어선 계획도시가 된 것.
우리도 행정수도는 세종으로 이전했으니 비슷하다고 볼 수도. 말레이시아도 1999년 행정 기능 일부를 푸트라자야로 이전했지만 공식 수도는 여전히 콸라룸푸르.
수도가 세 개인 나라
남아공,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도가 셋인 나라. 행정수도는 프레토리아. 하지만 의회는 케이프타운에 있기 때문에 거기가 입법수도로 불림. 역사적으로 의회가 거기 있었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곳이었고. 사법부는 블룸폰테인에 있어서 거기를 사법 수도라고 부름. 그런데 또 헌법재판소는 요하네스버그에 있음. 요벅은 경제 중심지. 수도는 아니지만 경제수도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는 하다.
좀 생소하긴 하지만. 우린 수도권 집중이 넘 심한 걸 생각하면... 나라마다 다양하게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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